컨텐츠 바로가기

04.27 (토)

11년간 7차례나 ‘땅 꺼진’ KTX 철로…장성 호남고속철 옆 ‘싱크홀’ 진실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이슈추적]

장성 호남고속철, 싱크홀 안전성 ‘도마’

여야, 철도공단 국감서 대책 마련 촉구

시추조사 10곳선 ‘공동(空洞)’도 발견돼

중앙일보

전남 장성군 황룡면 KTX철도 주변 농경지서 발생한 대형 싱크홀.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철도 안전성 무관” VS “재발 우려 여전”



호남고속철도가 오가는 전남 장성군 일대에서 발생한 싱크홀 현상이 국정감사를 통해 또다시 불거졌다. KTX 철로에서 100여m 떨어진 구간에서는 2008년부터 11년간 7건의 땅 꺼짐 현상이 나타나 주민들의 불안감이 크다.

국회 국토교통위는 지난 7일 한국철도시설공단에 대한 국감에서 KTX 철로 인근의 싱크홀에 대한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이날 여야 의원들은 ‘(장성) 황룡 와룡 농경지 지질조사 용역’ 결과를 근거로 “호남고속철도가 불안전한 땅 위에 건설됐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용역을 수행한 전남대 해외자원개발연구소의 제언에 따라 “싱크홀 인근의 고속철에 대한 안전 정밀진단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문제가 불거진 장성군 황룡면 와룡리 일대는 10여년간 안전성 논란이 빚어진 곳이다. 철로 인근 농경지와 농로 등에서 7차례나 크고 작은 땅 꺼짐 현상이 잇따라 발생했다. 싱크홀의 크기는 작은 것은 지름 50㎝, 큰 것은 지름이 10여m에 달한다. 싱크홀이 발생한 곳에서 불과 100여m 거리에는 호남고속철이 오가는 철로가 놓여 있다.

육안으로 보이는 싱크홀 외에도 땅속 공동(空洞·지하 공간) 구간도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이곳에서는 2017년 12월 호남고속철 와룡천교 지하 23~31m 지점에서 800㎥ 규모의 대형 땅속 공동이 발견되기도 했다. 논란이 일자 철도시설공단 측은 지난해 4월 26일부터 지반 보강공사를 했다. 약 25일간 진행된 공사에서는 땅속 빈 공간에 레미콘 133대 분량(1대 6㎥)의 시멘트·모래·자갈 등을 채워 넣었다.

중앙일보

지난해 4월 26일 전남 장성군 황룡면 와룡리 일대를 지나는 호남고속철도 인접 구간에서 발견된 800㎥ 규모의 지하 빈공간을 전문용역업체가 장비를 동원해 메꾸고 있다. [뉴시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뻥 뚫린 지하공간’ 철도 주변 곳곳에



철도시설공단은 철도 안전성과 싱크홀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공단 측은 지난달 30일 “전남대의 용역 조사 결과 철도 안전에 미치는 영향이 없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앞서 공단은 싱크홀에 대한 주민들의 집단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전남대 해외자원연구소에 용역을 맡긴 바 있다.

전남대 연구소 측은 대형 함몰(싱크홀) 가능성은 작지만, 땅 꺼짐 현상이 재발할 가능성은 여전한 것으로 분석했다. 전남대 측은 지난달 27일 용역조사 결과 발표를 통해 “해당 지역의 땅 꺼짐은 지반침하가 아닌, 지하수 작용에 의한 자연 싱크홀에 가깝다”며 “지반이 대규모로 함몰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주민들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전남대 측이 싱크홀의 재발 우려를 제기하며 KTX의 안전성 여부를 더 조사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서다. 전남대 연구소는 지난해 12월부터 인근 농경지 10곳을 표본으로 정해 땅속 50m 깊이까지 시추 조사를 했다. 조사 결과 10곳 전 지점에서 지하 공간인 공동이 발견됐다. 이 중 3곳은 KTX가 다니는 철로 양쪽에 분포해 있다.

중앙일보

지난 2월 전남 장성군 황룡면 와룡리 일대 농경지 '땅꺼짐(싱크홀) 현상 원인규명을 위한 지하 시추공 탐사 조사가 시작될 때 모습. [뉴시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에 전남대 측은 “최근 발생한 싱크홀 사례와 유사한 함몰 발생 가능성은 연간 1~2회 정도 소규모로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며 “철도시설공단 관계자는 돌아가면 (싱크홀 재발 우려를) 보고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싱크홀과 공동 현상이 속출하면서 해당 지역의 지질 상태에도 관심이 쏠린다. 전남대 측은 인근 농경지의 상태를 ‘강력한 스프링’에 비유했다. 전남대 해외자원연구소 책임연구원인 양형식 교수는 “이곳 지하는 과거부터 약한 층을 따라 물이 흐르고 조금씩 녹은 공간을 진흙층이 채우고 있다”며 “이 진흙층이 지하수에 씻겨나가면서 공동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장성=최경호 기자 choi.kyeongho@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