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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세계와 우리] 남북체제경쟁에서 한국이 우위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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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핵·미사일 무장 지렛대 삼아 / 군사·외교적 측면서 우세 전환 / 韓, 시장경제·한류 최대한 활용 / 종합적 차원 새 대북전략 필요

지난 5일 스웨덴에서 있었던 북·미 간의 북핵 실무협상이 결렬됐다. 그런데 본질적으로 중요한 것은 북·미 간의 북핵 실무협상이 최종적으로 결렬되든 포괄적·단계적 해결로 타결이 되든 북한은 핵 국가전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핵을 지렛대로 북한주도 한반도 통일을 추진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에 우리는 새로운 남북체제경쟁의 관점에서 새 대북전략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탈냉전시대 이후 남북체제경쟁은 신냉전시대의 개막으로부터 새롭게 시작됐다. 동북아시아에서 신냉전시대의 시작은 2002년 2차 북핵 위기로부터 확인된 북한의 핵무장국가화의 본격적 추진과 2003년 중국의 폭발적 경제성장에 기초한 중화민족패권주의의 첫 표출이었던 ‘동북공정’(東北工程)으로부터 비롯됐다. 이후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미국과 중국 중심의 주요 2개국(G2)체제의 등장, 2016년 경제민족주의를 앞세운 트럼프정부의 등장과 새로운 세계질서의 구축시도, 2017년 동북아정세의 판세를 뒤바꿀 ‘게임체인저’가 된 북한의 6차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실험의 성공 등을 거치면서 동북아시아에서 신냉전시대는 새롭게 구축됐다.

세계일보

구해우 미래전략연구원장


동북아 신냉전구도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한국과 한반도가 향후 미국 중심의 자유주의적 애국주의 진영에 속하게 될 것인지, 중국 중심의 권위주의적 민족주의 진영에 속하게 될 것인지이다. 그런데 북한은 2017년 6차 핵실험과 ICBM 실험의 성공을 지렛대로 한국을 군사적·외교적 측면에서는 심각한 안보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지난해 6·12 북·미정상회담, 6·19 북·중정상회담 등을 거치면서 북한이 현실적인 핵 국가로 진입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북한과 9·19 군사합의를 통해 안보적인 큰 구멍을 낸 것 등에서 확인된다.

이 같은 안보위기를 극복하고 자유민주주의에 기초한 한반도 통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새 대북전략이 요청된다. 새 한·미동맹 전략과 자강적 안보전략의 동시 병행적 추진과 함께 종합적인 체제경쟁전략이 필요하며, 특히 한국이 북한에 대해 우위에 서 있는 장점을 최대한 활용해야 할 것이다.

먼저, 자유민주주의의 장점에 대한 공세적 이념전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 이념적 확신이 없는 경제적 부(富)는 배부른 돼지에 불과하다. 이에 헌법적 가치의 세 가지 기둥인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한·미동맹의 중요성에 대해 국민이 깊이 이해할 수 있는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한국이 북한에 대해 우위에 서 있는 시장경제의 가치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한국이 성취한 한강의 기적, 산업화 혁명의 성과 속에 존재해온 장점을 북한에 투사시켜야 한다. 북한의 경우에도 식량난 사태 이후 장마당이 지속적으로 확산돼 왔다. 특히 북한 주민 사이에 회자되는 노동당보다 장마당이 중요하다는 말에 주목해야 한다. 한국이 주도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기초한 한반도 통일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종합적 차원의 북한의 시장확대전략, 개혁개방전략을 수립·실행해야 한다.

끝으로, 남북체제경쟁에서 한국의 문화적 우위, 특히 한류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현재 방탄소년단(BTS)의 사례에서 확인되듯 한류는 세계적 수준의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1990년대 말 2000년대의 경우 식량난에 따른 탈북이 다수를 차지했다면, 2010년대의 경우 한류 등의 영향을 받아 더 많은 자유, 더 많은 기회를 찾아 탈북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을 지렛대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기초한 한반도 통일을 촉진시켜야 할 것이다. 2018년은 남북체제경쟁의 역사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된 해이다. 북한은 지난 30여년 동안 지속돼온 체제경쟁상의 열세를 핵과 미사일 무장을 지렛대로 군사적·외교적 측면에서 우세로 전환시키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남·북한의 체제경쟁에 대한 종합적 전략과 튼튼한 안보에 기초하면서도 시장경제, 한류 등 우리의 장점을 적극 활용한 새 대북전략이 요청되고 있다.

구해우 미래전략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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