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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투자포럼] 피터 자이한 "韓, 日과 협력해야…적으로 돌릴 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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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이상 미국은 세계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지 않을 것이다. 세계 경제는 2차세계대전 이전의 모델로 회귀하고, 동아시아 지역은 분쟁지역이 될 것이다. 일본은 이렇게 세계질서가 바뀌어도 살아남을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 그렇지 않다. 한국이 살아남으려면 일본을 벤치마킹하고, 일본을 적으로 돌리지 말아야 한다."

국제 정세 분석 전문가이자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인 피터 자이한은 10일 조선비즈가 주최한 '2019 글로벌경제·투자포럼'에서 기조연설자로 나서 셰일혁명과 인구구조의 변화로 세계질서가 근본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며 한국의 발빠른 대응을 촉구했다. 그는 한국이 앞으로 50년의 미래를 결정할 순간에 직면해 있다며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이한은 경제·외교 분야의 세계적인 민간 싱크탱크인 '스트랫포'에서 분석 담당 부사장을 지내고 2012년 자신의 회사를 설립해 경제·외교 정세를 분석하는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다. '21세기 미국의 패권과 지정학(THE ACCIDENTAL SUPERPOWER)' '셰일 혁명과 미국 없는 세계(THE ABSENT SUPERPOWER)' 두 권의 책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에 올라 명성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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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정세 분석 전문가이자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인 피터 자이한이 새로운 세계질서와 미국의 역할 변화, 한국이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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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한은 이날 기조연설에서 세계질서가 뿌리부터 바뀌고 있다고 강조했다. 2차세계대전 이후 냉전체제에 돌입하자 미국은 소련에 대항하기 위해 지금의 세계질서를 만들었다. 하지만 냉전체제가 종식된 이후 미국은 세계의 다른 지역에 대한 불필요한 간섭을 줄이려고 노력해왔고, 셰일혁명으로 에너지의 완전한 자립이 가능해지면서 이를 실행에 옮기고 있다는 게 자이한의 분석이다.

그는 "미국이 자유로운 무역을 보장하고 강력한 해군력으로 이를 뒷받침한 덕분에 세계질서가 유지될 수 있었다. 주요 원자재의 생산지와 소비지가 나뉘고, 아이폰 하나를 만드는데 50개국에서 부품을 제각각 조달해 조립할 수 있었던 것도 같은 맥락"이라며 "이 모든 전제조건은 미국이 국제질서를 유지해줘야 한다는 점인데 미국이 없는 세계에서 이런 모델이 지속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자이한은 미국이 세계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막대한 투자를 줄이고 자국의 이익에만 집중하면 세계 곳곳에서 해묵은 갈등이 다시 고개를 치켜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럽은 2차세계대전 이전처럼 혼란에 빠지고, 미국이 제공하는 자유무역과 에너지 공급선에 의존하고 있는 중국은 하나로 통합되기 어려워지고, 페르시아만과 동아시아 지역은 분쟁지역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심지어 이렇게 세계가 혼란에 빠지는 게 미국 입장에서 이득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그는 "한국을 포함해 철광석을 철강으로 가공하는 6대 철강 수출국이 앞으로는 모두 분쟁지역에 위치하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원자재 수입과 철강 수출이 모두 불안해지게 될 것"이라며 "반면 미국은 내수에 의존할 수 있고, 분쟁지역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부가가치의 흐름이나 제조업 생산에 별다른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셰일혁명으로 미국의 에너지 자립이 가능해진 점도 미국이 세계질서의 보안관 지위에서 물러날 수 있는 배경이다. 자이한은 "2012년에만 해도 미국의 에너지 생산단가는 높고 생산량은 적었는데 이제 생산단가는 충분히 낮아졌고 생산량도 많아졌다"며 "세계 에너지 시장은 앞으로 미국과 미국외의 지역으로 나뉠텐데 다른 국가에서 에너지 분쟁이 발생하면 미국에는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렇게 변화하는 세계질서의 흐름이 한국에는 유리할 게 없다는 점이다. 자이한은 "한국이 1940년대까지 경제성장을 하지 못하다가 1950년 이후에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미국이 만든 세계질서가 일사불란하게 한 방향으로 움직인 덕분인데 그런 질서가 사라지고 2차세계대전 이전의 갈등 상황이 재현되면 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문제에 직면할 것"이라며 "북핵 문제도 같은 맥락에서 미국은 북한의 ICBM 포기를 요구하며 핵보유를 인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이렇게 되면 북한은 전략적 목적을 달성할 수 있게 되고 한국은 문제를 떠안게 된다"고 말했다.

자이한은 한국이 미국에게 필요한 동맹국이 되는 것이 변화하는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에 필요한 동맹국으로 멕시코를 꼽았다. 멕시코는 젊은 인구가 충분한 소비시장이라 미국 제조업이 탐내는 지역인데다 미국도 멕시코와의 교역에 적지 않게 의존하는 만큼 앞으로도 미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으리라는 것이다. 반면 한국은 고령화가 심각하고 미국 제조업과 경쟁의 관계에 놓여 있는 등 미국의 입맛에 맞는 동맹국에서 멀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이유로 자이한은 일본과의 협력 강화가 한국에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은 세계 2위의 해군력을 가지고 있고 분쟁지역인 동아시아에서 벗어나 해외에 생산기지를 구축하는데 성공했다"며 "한국이 변화하는 세계에서 선진국의 입지를 유지하려면 일본을 벤치마킹하고 일본과 상생협력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은 한국이 일본을 적으로 돌릴 시점이 아니다"라며 "일본이 한국을 자신들이 그리는 그림 안에 편입시키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종현 기자(iu@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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