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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사설] "국민 목소리 엄중하다"면서도 통합의 방책은 안 낸 文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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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부 장관 퇴진을 촉구하는 '광화문 집회'와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서초동 집회'가 극단적인 세 대결로 치닫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처음으로 대규모 집회에 대해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7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최근 표출된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엄중한 마음으로 들었다"면서 "정치적 의견의 차이를 넘어서서 깊은 대립의 골로 빠져들거나 모든 정치가 거기에 매몰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특히 문 대통령은 "다양한 의견 속에서도 하나로 모아지는 국민의 뜻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 보장 못지않게 검찰개혁이 시급하고 절실하다는 것"이라고 못 박았다.

문 대통령이 진보와 보수진영 간 극한 대치에 대해 늦게나마 우려를 표명한 것은 다행스럽다. 하지만 "국민 목소리가 엄중하다"면서도 정작 국민 통합의 방책은 제시하지 않은 채 '검찰개혁'만 강조한 것은 국정 최고지도자로서 진영 논리를 뛰어넘지 못한 것으로 비칠 수 있다. 시중에선 청와대가 서초동 촛불집회에 대해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평가해놓고, 지난 3일 '조 장관 퇴진'을 촉구한 광화문 집회에는 입을 다문 데 대해 대통령이 다수 국민보다는 여권 지지층만 의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어제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 발표에서 대통령 지지도가 취임 후 최저치(44.4%)를 기록한 것도 이런 민심이 반영된 결과로 봐야 한다. 갈가리 찢긴 국론을 통합하고 상처받은 민심을 치유하려면 무엇보다 대통령의 초당적이고 대승적인 자세가 중요하다. 취임식 때 '국민 통합'을 약속했던 문 대통령은 지난 7월 종교 지도자들과의 간담회에서도 "국민들의 마음이 하나로 모아지기만 하면 하늘이 무너지는 일이 있더라도 함께 다 이겨낼 수 있다"고 했다. 국민 통합은 어렵고 힘든 일이지만, 국정에 무한 책임을 지는 대통령이 반드시 이뤄야 할 막중한 책무이다. 내전을 방불케 하는 이번 사태를 슬기롭게 넘을 통합과 설득의 리더십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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