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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7 (월)

[사설] ‘멀고 먼 북핵 폐기’ 재확인시킨 북·미 실무협상 결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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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새 계산법 없다” 美에 책임 돌려 / 외무성 “적대정책 철회해야 협상” / 미, 대화하되 비핵화 원칙 지켜야

세계일보

5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이 결렬됐다. 이번 협상은 2월 말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이 ‘노딜’로 끝난 지 7개월 만에 재개된 것이어서 비핵화 논의의 돌파구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북·미가 이번에도 비핵화 방식과 보상 방안을 두고 간극을 좁히지 못한 채 빈손으로 돌아서면서 협상은 중대기로에 서게 됐다. 연내 3차 북·미 정상회담 성사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북한 수석대표인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는 협상 후 성명을 통해 “미국이 우리가 요구한 계산법을 하나도 들고나오지 않았다”고 결렬 책임을 미국에 돌렸다. “핵실험과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중지의 유지 여부는 전적으로 미국 입장에 달려있다”고도 했다. 반면 모건 오테이거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성명에서 “우리는 창의적 아이디어를 가져갔다”고 반박했다. 비핵화와 제재 완화의 선후를 두고 북·미가 기존 입장을 고수하면서 접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과 남북 정상회담에서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했다. 그러고도 북한이 스톡홀름 실무협상에서 ‘핵실험과 ICBM 시험발사’를 언급하며 미국을 압박한 건 부적절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궁지에 몰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서 큰 양보를 얻어내겠다는 속셈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과연 비핵화 의지가 있는 건지 의구심이 든다.

이번 실무협상 결렬로 북·미 간 대화의 문이 닫히지 않은 건 그나마 다행이다. 미국은 2주 안에 스톡홀름에서 협상을 재개하라는 스웨덴 정부 초청을 수락할 것을 북한에 제안했다고 밝혔다. 김 순회대사는 “미국이 우리와 협상할 준비가 돼있지 않다고 판단하고 연말까지 더 숙고해 볼 것을 제의했다”고 했다. 북한은 어제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서도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기 위한 실제적 조치를 취하기 전에는 협상할 의욕이 없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는 비핵화 협상 동력은 살려나가되 비핵화 원칙을 허물어서는 안 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 정치적 이유로 북한과 ‘어설픈 합의’에 이를 수 있다는 우려가 여전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북핵 협상을) 지켜보자”고만 했다. 북핵 전면 폐기 원칙이 흔들리면 비핵화 협상은 공염불에 그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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