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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특파원리포트] 중국 국경절 행사와 우리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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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전쟁·홍콩문제 등 위기에 / ‘신중국 70주년’ 단합 외치는데 / 우리는 ‘조국사태’로 국론 분열 / 대한제국 말기 상황보다 못해

최근 중국인 지인들을 만났을 때 국경절 행사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마침 그날은 신중국 성립 70년 국경절 행사 취재증을 신청한 날이었다. 중국 국무원 신문판공실이 취재 신청을 받아들이면 열병식 행사장에 직접 가서 취재할 수 있다고 했다. 그들은 “네가 매우 부럽다”고 했다. 20대 젊은 직장인들이 국가 행사에 관심을 보이고, 직접 보는 것을 부럽다고 말하는 것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세계일보

이우승 베이징 특파원


중국이 국경절 준비로 부산하다. 일주일 전부터 길거리 상가마다 오성홍기가 걸렸다. 사상 최대 열병식을 준비하는 톈안먼(天安門) 광장은 몇 차례 비공개 통제를 했다. 열병식 참석 군인의 예행연습이 있어서다. 중국 정부는 신중국 성립 70년 국경절 행사 분위기 띄우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중국 중앙방송(CCTV)은 매일 특집 방송을 내보내고, 톈안먼 광장 국기게양식에 모인 사람들이 ‘나는 너를 사랑해 중국’을 합창하는 장면을 매일 내보낸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人民日報)도 70년 관련 기사를 매일 게재하고, 시진핑(習近平) 중국국가 주석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장제스(蔣介石)의 국민당을 몰아내고 중국을 통일한 마오쩌둥(毛澤東)은 70년 전인 1949년 10월 1일 톈안먼 망루에 올라 중화인민공화국 건국을 선포했다. 70년이 지난 오는 10월 1일 국경절 행사는 명실상부한 ‘중화 민족 부흥’의 기치를 높이 들 것으로 보인다. 중국 첨단 무기가 대거 등장할 것으로 예상하는 열병식은 이날 행사의 하이라이트가 될 전망이다. 중국 정부는 사전 기자회견에서 “신중국 성립 50주년, 60주년 열병식과 승전 70주년 열병식보다 규모가 더 클 것”이라고 언급했다.

중국이 70년 행사를 띄우는 것은 의도가 있다. 현재를 국가 위기상황으로 보고 있어서다. 미·중 무역전쟁 장기화로 경제가 매우 어렵다. 2019년 경제성장률 6% 달성이 어렵다는 비관적 전망도 있다. 홍콩과 대만 문제로 혼란하고, 신장웨이우얼자치구 등 소수민족 인권 문제로 연일 서방의 공격을 받고 있다. 중국 국민의 내부 단합은 이를 극복하는 기본 전제다. 시 주석의 70년 기념 연설도 중화 민족 부흥과 중국몽을 위한 민족주의 메시지가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17년 중국 공산당 19차 전국대표대회(19차 당 대회)에서 선보인 2050년 사회주의 강국 건설에 대한 비전도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2년 반 전 중국에 부임했다. 매일 절감하는 것은 중국 국력이 시간이 갈수록 커진다는 사실이다. 직접 살면서 취재하고 중국인과 부딪치다 보니 이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시간이 걸리지만, 결국 우리가 승리할 것이다”, “지난 수백 년간의 해양 문명 중심에서 다시 대륙 문명으로 돌아가고 있다”, “우리가 버티면 미국은 우리를 어쩔 수 없다” 등 만나는 중국인들은 모두 중국의 성장과 힘을 의심하지 않았다. 중국은 여전히 커지고 있는 나라인 셈이다.

중국은 이번 70년 행사를 계기로 초강대국 미국과 명실상부 어깨를 나란히 하는 G2(주요 2개국)라는 사실을 국제사회에 각인시키려고 할 것이다. 미국과의 이데올로기와 패권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중국의 부상에 우려가 깃드는 것은 사실이다.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이 적다면 중국이 미국과 난타전을 벌이든, 경제가 파산하든 무엇이 문제가 되나.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중국에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를 겪었다. 중국 굴기를 마냥 ‘강 건너 불 보듯’ 하기 어렵다. 외교·안보 상황은 경제 문제와 언제든 맞물려 서로 전이될 수 있다는 것을 체험한 탓이다. 우리는 이미 중국과 미국 간 줄 세우기 경쟁 최전선에 있다. 중거리핵전력(INF) 조약 탈퇴 후 미국 미사일 배치 후보지로 우리가 거론되는 것이 대표적이다.

지금 우리는 ‘조국 사태’로 몸살을 앓고 있다. 400년 전 병자호란 당시 청군을 앞에 둔 남한산성에서는 주전파와 주화파가 밤을 새우며 싸웠다. 150년 전 대한제국 말기 우리 선조는 개항과 쇄국을 놓고 또다시 피 터지게 싸웠다. 그래도 그때는 우리 생존을 주제로 했다. 작금은 이것만도 못하다.

이우승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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