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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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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軍기지 오염 문제 ‘뜨거운 감자’ 되나 [韓·美 방위비 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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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토양·지하수 정화비용 부담 이견 / 반환 논의 진통 예상… 韓, 분담금 포함 주목

세계일보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24일 시작되면서 협상과정 중 주한미군기지 내 환경오염 정화비용과 관련한 논의가 이뤄질지 이목이 쏠린다.

지난달 30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상임위원회의에서 미군기지 조기 반환 절차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미 양국은 2004년부터 전국 곳곳의 미군기지를 평택기지(캠프 험프리스)로 이전하는 작업을 추진해 왔다. 지금까지 80개 미군기지 가운데 54개가 반환 완료됐다. 나머지 26개 기지 중 19개는 반환 절차가 진행되고 있으며, 절차 협의가 시작되지 않은 기지가 7곳이다.

기지 내 저장됐던 연료 등의 화학물질로 오염된 토양과 지하수 등의 정화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지를 놓고 한·미 간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일부 기지의 반환 절차가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분담금 협상을 앞두고 불현듯 미군기지 반환 절차를 서두르겠다고 발표했다. 분담금 협상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미군기지 오염 문제는 200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이슈화됐다. 2000년 2월 용산 미8군 기지에서 발암물질인 포름알데히드를 한강에 무단 방류한 사실이 환경단체에 적발되면서다. 이 문제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 ‘괴물’의 소재로도 쓰였다.

과거에도 크고 작은 문제가 불거진 적은 있었지만, 정부의 소극 대응과 환경오염에 대한 인식 저조 탓에 유야무야 넘어간 게 대부분이었다. 이 사건 이후 강원 원주와 전북 군산, 경기 평택 등 미군기지에서 기름이 유출된 사실이 드러나 반미감정이 고조되기도 했다. 근래 들어서도 인천 부평 미군기지 캠프 마켓, 용산미군기지 주변 지하수에서 잇따라 오염 사례가 발견되고 있다.

미군 측은 환경오염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미군은 미군기지의 원상 복구 의무가 없다는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소파) 조항(4조1항)을 내세우고 있다. 미측은 또 2000년 포름알데히드 사건 이후에는 미군의 환경오염 보상 기준인 ‘KISE’(인간 건강에 대한 급박하고 실질적인 위험을 초래하는 오염)로 보상 기준을 한정했다.

우리 정부는 미군이 주장하는 소파 조항이 환경오염에는 해당되는 게 아니라고 맞서며, 국제사회에서 통용되는 ‘오염자 부담 원칙(PPP)’을 내세우고 있다. 2000년 헌법재판소도 소파 조항으로 주한미군의 환경오염 정화 책임이 면제되는 것은 아니라고 해석했지만 이후에도 협상의 진전은 없었다. 결국 1차 반환기지 24곳의 오염 정화 비용 2100억원은 우리 정부에서 부담했다.

남아 있는 기지 전환 과정에서 환경정화 문제가 재차 거론되겠지만, 실제 미 측의 긍정적 반응을 이끌어 낼지는 미지수다. 미군이 오랜 기간 주둔해 오염 정도가 심할 것으로 추정되는 용산기지의 경우 환경정화에만 1조원이 넘는 비용이 소요될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어 반환 협상 과정에 적잖은 진통이 예고된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정화 비용을 (어떤 항목에 넣을지) 명확히 분류하기는 어렵지만, 간접비용에 포함하는 방법으로 협상에 활용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 우리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중단에 대해 불만을 표하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미군기지 반환을 언급한 것은 정화비용 문제를 전향적으로 검토해볼 수 있다는 메시지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이정우 기자 woo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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