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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30 (화)

'아동 리얼돌' 처벌 못하는 법…"여성혐오적 소비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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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백지수 기자] [the300]국회 입법조사처 "다각적 규제 검토 필요" 법 개정 촉구

머니투데이

국회의사당 전경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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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입법조사처가 이른바 '리얼돌'로 불리는 성인용 전신 인형의 수입을 허가한 대법원 판결을 두고 "여성혐오적 소비와 이미지 합성·훼손 등 범죄화가 만연할 것"이라며 규제를 촉구했다.

입법조사처는 24일 발간한 '성인용 전신인형 규제 현황 및 개선과제' 보고서에서 "우리나라는 디지털 여성혐오와 성폭력·성매매 문화가 존재하고 디지털 플랫폼을 이용한 빠른 정보 공유와 확산이 구조화된 상태"라며 이같이 제안했다.

'리얼돌'은 여성의 신체적 특징을 본떠 만든 마네킹 형태의 성인용품이다. 리얼돌 수입업자들이 관세청을 상대로 낸 수입 허가 소송으로 논란이 불거졌다.

지난 6월 대법원이 수입업자들의 손을 들어주자 리얼돌이 여성 혐오나 여성에 대한 성적 대상화, 성범죄 등을 유발할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리얼돌이 머리 스타일이나 표정까지 연예인 등 특정 여성의 얼굴과 유사한 형태로 제작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특히 리얼돌이 아동·청소년 형태로까지 제작될 수 있어 아동·청소년 성범죄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이어졌다.

입법조사처는 현행 법에 리얼돌 규제 사각지대가 있다고 지적했다. 입법조사처는 "국내 법규에 리얼돌에 대한 구체적이고 명확한 규정이 없다"며 "이를 제재하려면 재판절차를 통해 사법적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리얼돌을 규제하려면 △풍속영업의 규제에 관한 법률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 △청소년보호법 △관세법 등을 적용할 수 있지만 리얼돌을 '음란물'이나 '성기구'로 정의할 경우에만 제재가 가능하다. 다만 리얼돌을 어떻게 정의할지 현행법에 규정이 없다는 문제가 있다.

실제 서울고등법원은 관련 소송의 2심에서 "상당히 저속하고 문란한 느낌을 주지만 이를 넘어서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왜곡했다고 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지난 6월 이 판결을 확정했다.

입법조사처는 이어 "관련 법 규정들이 '성인용 전신 인형'을 적시하고 있지 않아 제재 방안이 모호한 상태"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입법조사처는 또 "아동 형상 리얼돌을 규제할 방안은 아직 없고 특정 개인의 형상을 본뜬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입법조사처는 사회적 의견 수렴을 통해 규제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면서 특히 아동·청소년을 묘사한 리얼돌과 특정 개인 형상을 본뜬 리얼돌을 규제 대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와 관련, 입법조사처는 "해외국가 사례를 참조해 아동·청소년을 묘사한 리얼돌을 제작·소지·판매·유통할 때의 규제·처벌을 구체적으로 규정해야 한다"며 법 개정을 촉구했다.

현재 국회에는 아동·청소년 신체형태의 성기구를 제작·수입하면 3년 이하 징역, 영리 목적으로 판매·전시·광고하면 5년 이하 징역, 소지하면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아청법 개정안(정인화 의원안)이 발의돼 있다.

입법조사처는 "해외국가들은 리얼돌 자체의 제작·판매는 규제하고 있지 않다"면서도 "아동·청소년의 성적 대상화와 성 상품화 문제로 접근해 아동 형상을 한 리얼돌 규제를 도입하거나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르면 영국은 검찰청 가이드라인을 통해, 미국과 호주는 관련 입법을 추진 중이다.

입법조사처는 또 "특정 개인의 형상을 본뜬 것은 퍼블리시티권(개인의 성명·초상 등을 상업적으로 이용해 경제적 이익을 얻거나 그런 사용을 통제·금지할 권리) 개념을 적용해 재판을 통해 개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며 "특정 개인 형상을 본뜬 전신 리얼돌은 제작·판매·유통에 규제가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청와대도 리얼돌의 상업적 판매를 막아 달라는 청원에 지난 6일 "리얼돌은 성기구로 청소년 유해물건"이라며 "주기적으로 판매사이트 및 업소를 점검·단속하겠다"고 답변했다.

청와대는 "아동·청소년 보호를 위해 부족한 부분은 현재 관련 법안이 국회에 제출된 상태이므로 국회의 적극적인 논의를 기대한다"며 "당사자의 동의 없는 '특정 인물 형상 리얼돌'의 제작·유통에 대해서는 엄정한 처벌이 이뤄질 수 있도록 법적 검토를 하겠다"고도 밝혔다. 이 청원에는 26만명 이상이 동의했다.

백지수 기자 100jsb@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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