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명 숨지고 17명 다쳐…피해 신고 폭주 오후 7시 기준 415건
김해공항 215편 무더기 결항·부산항 가동 중단…육로 9곳도 통제
강풍에 대형 나무 쓰러져 |
(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 불청객 가을 태풍 '타파'가 덮친 부산에서는 인명·재산피해가 속출했다.
특히 최대 순간풍속 초속 30m가 넘는 강풍에 곳곳에서 시설물이나 가로등, 가로수가 맥없이 무너지고 쓰러졌다.
◇ 최대 순간풍속 초속 30m…인명·시설물 피해 잇달아
21일 오후 10시 25분께 부산 부산진구 부전동 한 2층 단독주택을 떠받치는 기둥이 붕괴해 주택 일부가 무너졌다.
이 사고로 주택 1층에 거주하는 A(72) 씨가 미처 빠져나오지 못하고 주택 잔해에 깔려 9시간여 만인 22일 오전 7시 45분께 숨진 채 발견됐다.
강풍에 무너진 건물 담벼락 |
특히 A 씨는 이사를 하루 앞두고 변을 당해 주위를 더 안타깝게 했다.
해운대 덮치는 태풍 파도 |
최대순간풍속 초속 30m가 넘는 바람이 불면서 각종 사고도 잇따랐다.
북항 관측소 순간최대풍속은 초속 30.7m(시속 110.5㎞)를 기록했다. 초속 30m를 넘는 풍속이면 나무도 뿌리째 뽑아 버릴 수 있다.
이날 오전 9시께 부산 연제구 거제동에서 오토바이 운전자 B(69) 씨가 강풍에 넘어진 가로등에 부딪혀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강풍에 들기 힘든 우산 |
오전 9시 55분께는 부산 수영구 한 아파트 자전거 보관소 지붕이 바람에 날려 행인 C(44) 씨가 머리를 다쳤다.
강풍에 넘어지거나 날아온 구조물에 맞는 등 부상자들도 속출했다. 부상자들은 다행히 모두 가벼운 상처를 입어 생명에 지장은 없는 상태다.
강풍 사고 안전 조치와 구조작업에 나선 소방관 2명도 다쳤다.
1명 숨진 노후주택 붕괴 현장 |
앞서 전날 오후 9시 51분께는 부산 해운대구 반여동 한 목욕탕에서 가로 2m, 세로 1.5m 대형 유리창이 강풍에 깨져 인도로 떨어졌다. 22일 오전 8시 20분께 중구 중구로 한 서점 건물 4층에서도 외벽 유리가 깨져 인도로 떨어지는 아찔한 사고가 발생했다. 다행히 행인이나 지나가는 차량이 없이 인명피해는 없었다.
이날 오후 금정구 한 도로에서는 SUV가 강한 바람에 전복되는 일도 있었다.
같은 날 오전 7시 10분에는 부산 남구 용호사거리 부근 도로에 길이 1.5m가량 철제 연통이 떨어졌다. 비슷한 시간 사하구 감천동 한 주택에서 길이 15m 축대벽이, 연제구 한 주유소 인근 공사 현장에서 외벽이 강풍에 넘어졌다. 다친 사람은 없었지만, 경찰이 주변 통제에 나섰다.
건축 폐자재 등이 방치된 재개발지역에서 강풍에 안전가림막이나 건설용 가설물이 쓰러져 긴급 조치가 이뤄지기도 했다.
태풍 강풍에 뚝 꺾인 가로등 |
강한 바람에 곳곳에서 가로등이 꺾이거나 가로수가 쓰러졌다.
이날 오후 7시 기준 부산소방재난본부에 접수된 태풍 관련 피해 신고는 415건에 달했다.
정전도 잇따랐다. 22일 오전 6시께 부산 남구 대연동 한 공사장에 임시로 세운 가설물(비계)이 쓰러지면서 전선을 건드려 인근 200가구에 전기공급이 끊겼다.
태풍에 건물 구조물 위태위태 |
오후 8시까지 남구 대연동·남천동, 수영구 망미동, 기장군 정관면에서 모두 1천600여 가구가 정전됐다.
한전이 긴급 복구에 나서 1천68가구에 전기공급이 재개됐지만, 나머지 가구는 여전히 불편을 겪고 있다.
강풍에 넘어진 주택 옹벽 |
◇ 하늘길·바닷길 막히고 거가대교 등 육로 5곳도 통제
김해공항은 이날 국제·국내선 총 215편의 항공기가 결항했다.
오전 6시 25분 도착 예정이던 필리핀 클라크 발 진에어 LJ032편이 김해공항 주변 강풍 때문에 내리지 못하고 착륙지를 인천공항으로 변경하는 등 이착륙 예정 항공기 대부분이 결항했다.
대만 타이베이를 출발해 김해공항에 도착 예정이던 제주항공 7C2654편은 강풍에 김포공항으로 회항했다가 김해공항을 오가기를 두 번이나 반복해 승객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결국 항공사는 김포공항에 내린 승객들을 전세버스에 태워 부산으로 보냈다.
김해공항에는 이날 오전 7시 50분부터 윈드시어 경보, 8시부터 강풍 경보가 발효됐다가 오후 3시 모두 해제된 뒤 현재 태풍 경보가 발효된 상태다.
하늘길 끊긴 제주공항 |
한국공항공사 관계자는 "오후 8시 이후 김해공항 항공편이 모두 결항했다"며 "23일에도 연결편 항공기 문제 등으로 항공기 지연이나 결항이 있을 수 있어 반드시 항공사에 항공기 스케줄을 문의해달라"고 당부했다.
부산항도 이틀째 선박 입·출항이 전면 중단됐다.
항만에 정박해 있던 선박 110여척은 경남 진해 고현항이나 태풍 진로를 벗어난 항로로 피항했다.
부산서 강풍에 가로등 꺾여 |
부산과 제주를 오가는 여객선과 부산과 일본 서안 지역을 잇는 국제여객선(5개 항로, 12척)도 태풍 영향으로 발이 묶였다.
부산시와 경남 거제시를 연결하는 해상교량인 거가대교를 비롯해 을숙도대교 등 부산 주요 다리도 강풍에 통제됐다.
이 다리의 순간최대풍속은 통제 기준인 초속 25m를 넘겼다.
부산항대교는 컨테이너 등 대형 차량 운행이 차단되고 있다.
현재 부산에서는 강풍과 침수로 인해 북구 의성로 시영아파트 이면도로, 기장 월천교, 동래 연안교·세병교, 센텀시티∼벡스코 입구, 한국해양대 진입로 등 총 9곳 도로가 통제된 상태다.
◇ 부산 할퀴고 북동진…태풍 뒤끝 주의
중심기압 970hPa(헥토파스칼) 중형급 태풍인 '타파'는 오후 8시 30분 현재 부산 남쪽 약 140㎞ 부근 해상에서 시속 39㎞ 속도로 북동진하고 있다.
부러진 신호등 |
'타파'는 이날 오후 10시 부산 동남쪽 50㎞ 부근까지 접근한 뒤 동해상으로 빠져나갈 것으로 보인다.
태풍 속도가 점점 빨라져 부산 근접시간이 더 당겨질 가능성이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제주도와 남부지방, 동해안에는 심한 강풍과 호우가 예상된다"며 "월파와 강풍으로 해안가에도 심각한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 긴장을 늦추지 말고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산은 21일부터 현재까지 중구 관측소 기준 107.4㎜가 비가 내렸고 23일까지 100∼350㎜, 일부 지역에서는 500㎜ 이상의 비가 더 내릴 것으로 기상청은 내다봤다.
wink@yna.co.kr
태풍 '타파' 위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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