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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전세계가 '연금 전쟁'…개혁없인 고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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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강기준 기자] [OECD국가 지난해 연금 규모 4% 감소...고령화·무역전쟁·저금리 등 악재, 개혁 없인 고갈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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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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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가 연금과 전쟁 중이다. 고령화 현상·경제활동 인구 감소로 기금 규모가 갈수록 줄어들 수 밖에 없는 데다가, 최근 미중 무역전쟁, 미국의 금리인하 등 투자수익률마저 담보하기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어서다. 하지만 '은퇴 후 삶'을 손질하겠다는 각국의 시도에 여론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19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지난해 OECD회원국 34개국의 연금 기금 자산규모는 총 27조6000억달러(약 33경4조원)로 전년대비 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OECD외 국가에서도 전체적으로 4%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연금 규모가 큰 국가들 중에서는 15조 달러를 굴리는 미국이 -5%로 감소폭이 가장 컸고, 이어 네덜란드(-1.2%), 일본(-1.1%), 스위스(0.7%) 등 12개국이 하락세를 보였다. 최악의 하락폭은 폴란드(-12.3%)가 차지한 반면, 한국은 12.9% 증가했다.

OECD는 연금 규모가 늘어난 국가들은 주로 달러대비 자국 화폐가치 환율 변화로 인한 것으로 조사됐고, 감소한 국가들은 대체로 지난해 무역전쟁 등으로 증시가 요동치며 투자수익률이 저조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4분기에는 미 S&P500지수가 14% 빠지면서 각국 연금 기금이 7%가량의 손실을 입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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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현재가치를 환산해 미래에 지급해야할 연금을 계산하는 연금충당부채와 실제 연금 기금 규모간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미 워싱턴의 비영리단체 리서치 그룹인 퓨 채리터블 트러스트는 각국 연금기금은 보통 연금충당부채를 계산할 때 할인율을 7%로 설정하는데, 지난 150여년간 실제 이 수치에 부합하거나 넘은 시기는 단 두차례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최근엔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또 금리 인하를 단행하는 등 세계적으로 저금기 기조가 강해지면 할인율이 또 하락하고 부채가치도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미래 세대가 짊어져야할 부담만 늘어나는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현 추세대로라면 2023년이면 미국은 연금 투자수익률이 반등에 성공해도 연금 고갈 위기가 심각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은 이미 5개주가 연금 위기에 처한 상황이다. 그러면서 각국 역시 투자수익이 아무리 좋아도 자원 고갈 속도를 따라갈 수 없는 위기가 온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자 각국은 '더 일하고 돈을 더 내는' 연금개혁에 나섰지만, 여론의 큰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프랑스는에서는 '제2의 노란조끼' 시위가 벌어질 조짐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42개 직군별로 나뉘어 운영되는 각종 연금을 하나로 통합하고 수급 연령을 64세로 상향하겠다고 밀어부치면서다. 지난 13일에는 파리 지하철 노조가 연금개혁에 반대에 대규모 파업을 벌였고, 지난 16일에는 변호사·의사 노조가 반대 시위를 벌였다.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도 2010년 퇴직연령을 62세로 올렸다가 지지율 폭락으로 정권교체를 경험한 바 있다.

스탈린 이후 최장기 집권 중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연금개혁 후폭풍을 맞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남성과 여성 퇴직 연령을 5년씩 늘린 65세, 60세로 조정하는 연금법 개혁안에 지난해 10월 서명하면서 여론의 반발을 샀다. 여기에 경기침체, 부정선거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연일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며 지방선거 패배로까지 이어졌다.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 역시 '100년 안심 시대'를 열겠다고 자신했는데, 막상 지난 6월 일 금융청이 노후자금으로 공적연금 외에도 1인당 2000만엔(약 2억2000만원)씩이 더 필요하다는 보고서를 발표하자 지지율이 3%포인트 하락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 11일 대규모 개각을 단행하면서 70세까지 취업 기회를 늘리고, 연금 수급 연령도 선택가능하게 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제도 손질에 나섰다.

강기준 기자 standar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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