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영월 가을여행은 파고들수록 더 깊은 맛이 난다. 청옥산 육백마지기. |
[평창·영월=글·사진 | 스포츠서울 이우석 전문기자] 가을은 짧다. 노염(老炎)이 걷히면 곧 추워질테고 그러면 곧 겨울이다. 올해는 추석도 일찍 보냈으니 좀 더 깊숙하게 가을을 파고들어 보기로 한다.
꽃을 든 봄은 남촌에서 온다지만 가을은 단풍, 낙엽을 휘날리며 북촌으로부터 내려온다. 강원도 너른 들 평창과 심산유곡 영월이 초가을 맞이에 제격이다. 평창은 손톱만한 메밀 꽃송이를 관조하기에도, 성벽같은 산맥을 넘어오는 구름떼를 맞기에도 좋다.
영월 젊은달 와이파크. |
청명한 하늘 아래 산그림자 속 아름다운 예술을 충전하기에 영월은 더할 나위 없는 고을이다. 영동고속도로와 31번 국도를 따라가면 이 둘을 묶어 함께 다녀올 수 있으니 얼마나 대단한 호사란 말인가.
청옥산 육백마지기 풍력발전기 |
여름 평창이 시원하고 겨울 평창이 추운 것은 저 바람개비 때문이었나. 청옥산 육백 마지기에 철 지난 ‘선풍기(?)’가 도열해있다. 바람을 내는 선풍기가 아니라 풍력발전기다. 주변 산세가 워낙 좋아 빙글빙글 돌아가는 풍력발전기가 흉물스럽기보단 신비한 풍경을 자아낸다.
구름이 가득한 평창 육백마지기. 캠핑과 휴식을 즐기는 이들이 많다. |
이름도 고운 청옥산 ‘육백 마지기’는 산정에 평탄한 들을 이고 있어 붙은 이름이다. 마지기는 씨앗 한 말을 농사지을 수 있는 넓이를 뜻하는 단위다. 보통 한 마지기는 200평, 660㎡ 정도가 된다. 이 동네에서 웬만한 산들은 1000m가 넘는다. 청옥산도 자그마치 1255.7m나 된다. 하늘 아래 넓디 넓은 들판이 펼쳐진 셈이다.
평창 육백마지기에는 운해를 볼 수 있는 테라스를 조성해놓았다. |
육백 마지기로 오르는 길은 자작숲이 지키고 섰다. 한 겨울에 더욱 아름다운 자작나무들이 도열해 하늘로 치솟아 오른다. 까치발하고 손을 뻗으면 하늘까지 닿을 듯하다. 빙글빙글 돌아가는 ‘선풍기’를 지나 전망대로 향한다. 운해를 조망하는 테라스 아래론 꽤 넓은 밭이 펼쳐지고 멀리 대관령 고개엔 구름이 머릴 쓰다듬 듯 넘어오고 있다.
높고 푸른 하늘을 홑이불 삼아 덮고 시원한 가을 바람을 맞으며 전망대 평상에 누웠노라면 ‘고압산소탱크’가 따로 없다. 밤새 연탄가스를 마셨더래도 당장 살아날 듯하다.
가을의 청명한 하늘을 만날 수 있는 평창 하늘목장. |
봄꽃만 반가운 것이 아니다. 가을꽃에도 매력이 넘친다. 가을 평창에는 메밀꽃과 백일홍의 정원이 곳곳에 펼쳐진다. 비록 메밀꽃 테마 효석문화제와 평창강 백일홍축제는 막을 내렸어도 꽃이란게 무슨 아침 서리처럼 갑자기 싹 사라지진 않는다. 지금 가도 ‘소금을 뿌려놓은 듯’ 만개한 메밀꽃밭과 붉은 백일홍을 만날 수 있다. 괜히 백일홍이란 이름이 붙은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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