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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내 얼굴이 수집되고 있다"…홍콩 시위, 다가오는 ‘감시사회’와의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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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시위는 가까운 미래에 도래할 ‘감시사회’와의 싸움이다. 물대포도 모자라 총까지 겨누는 경찰 앞에서도 맨몸인 시위대는 거침없는 충돌도 마다않는 모습이지만, 방독면과 스카프로 얼굴을 꽁꽁 싸맨 외양에서 정작 이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얼굴인식’ 기술임을 알 수 있다.

세계일보

지난 14일 홍콩 카오룽베이 지역 아모이 플라자에서 반중 시위대와 친중 시위대 간의 충돌이 발생한 직후 경찰이 출동해 한 청년을 연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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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내 얼굴을 수집하고 있다는 두려움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6일(현지시간) 약 석달간 지속되고 있는 홍콩 시위에서 볼 수 있는 ‘시위 도구 세트’는 시위대가 정부와의 ‘숨바꼭질’에서 살아남기 위한 수단이라는 보도를 내놨다.

WSJ는 “대부분의 젊은이들인 집회 참가자들은 그들이 이 운동에 참여한 것이 남은 인생 내내 그들을 따라다닐까 두렵다고 말한다”고 보도했다. 이어 이 젊은이들은 홍콩 정부가 허가하지 않겠다고 하는 시위나 행진에서, 또는 경찰과 충돌이 발생하는 곳에서 체포, 구금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덧붙였다. 홍콩 경찰은 현재까지 1450명 넘게 체포했다.

20대 초반의 영화 전공생인 칼 조우는 WSJ와의 인터뷰에서 “사방 곳곳에 엄청나게 많은 카메라가 있고, 당신도 당신 옆에 서 있는 사람이 누군지 모른다”고 말했다. WSJ는 “지난 수개월간 홍콩 민주화 시위에 참가해온 조우는 법을 어길 계획이 아니었음에도 자신의 신원을 숨기느라 항상 수술용 마스크를 착용하는 괴로움을 감내한다”고 전했다.

WSJ는 “게다가 더욱 불길하게도, 참가자들은 그들의 신원이 디지털화 돼 중국 본토에 수집되고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수집한 자신의 집회 참여 정보가) 미래에 자신들의 뜻에 거스르게 사용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덧붙였다.

WSJ는 “그런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는 증거가 거의 없음에도, 시위대는 중국의 얼굴인식 및 기술 발전은 중국을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감시국가(surveillance state)로 만들어왔다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평화시위를 벌이는 사람들도 똑같이 이에 대한 두려움을 완화하기 위해서 스스로 신분을 감추기 위한 수단들을 사용한다.

시위대는 옷 차림새를 보고 당국이 개개인들을 알아보기 어렵게 하려고 모두 같은 검은색 옷을 입고 얼굴과 목을 마스크와 스카프로 가려왔다. 많은 사람들이 우산을 들고 나오는 이유도 CCTV, 또는 카메라를 든 모르는 사람들로부터 자신을 가리려는 것이라고 WSJ는 설명했다.

선봉대라 불리는 사람들은 위험부담이 더 크다. 경찰은 최루탄 가스가 가득차곤 하는 소규모 충돌들에서 선봉에 선 사람들을 타깃으로 삼고 체포를 시도한다. 이들 중에는 최대 10년간 감옥에 있어야 하는 범죄자로 고발되기도 한다. 이에 맞서 선봉에 선 시위대 역시 똑같이 검정색 옷을 입고 방독면과 헬멧, 고글로 완벽하게 얼굴을 가린 채, 경찰의 눈을 가리기 위해 레이저포인터를 사용하는 모습은 이제 하나의 전형이 됐다.

또다른 시위 참가 남성은 휴대전화 잠금장치도 안면인식이나 지문을 사용하지 않도록 주변에 권하고 있다고 WSJ에 말했다. 경찰에 체포됐을 때 원치 않게 휴대전화 잠금상태가 풀리게 될까봐 꼭 비밀번호를 사용한다고 그는 말했다.

참가자들이 예정된 집회 관련 정보를 교환할 때 텔레그램을 통해 암호화된 단어들로 조심스럽게 소통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집에서 집회 현장을 오고 갈 때에도 조심스럽게 현금으로 편도 티켓을 끊는 이유도 같다. 그들은 카드 사용기록을 통해 자신들의 움직임이 추적당하지 않기 위해서 일부러 어려움을 감수한다.

WSJ는 “조우가 행진에 참여한 날도 몇몇 시위대는 행진 경로에 있던 감시카메라를 파괴했다. 한명이 나서면 또다른 사람이 나서 힘을 합쳐 카메라를 부수었고 우산을 펴서 시선을 막았다”면서 “카메라를 파괴하는 것은, 홍콩이 반(半) 자치 지역이라는 합의, 독립적인 지위를 잃어가고 있으며 더 강력하게 중국 본토 베이징으로부터 감시받고 있다는 두려움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조우는 WSJ에 “홍콩이 중국이 되길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세계일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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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안면인식 기술수준 어떻길래

중국의 안면인식 기술은 세계 기술시장에서 급격히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신화통신 보도에 따르면, 중국의 스타트업들이 안면인식 기술을 겨룬 국제대회에서 1∼5위를 휩쓸었다.

당시 미국 상무부 소속 국가기술표준연구소(NIST)가 주최한 안면인식공급자대회(FRVT)에서 중국 상하이의 스타트업 이투커지가 개발한 두 개 알고리즘이 1, 2위를 차지했다. 또다른 중국 업체 센스타임이 개발한 두 알고리즘이 이어 3, 4위를 차지했고 중국과학원 선전첨단기술연구원이 개발한 알고리즘이 5위를 차지한 것이다. 미국 업체 중엔 10위권에 에버AI라는 업체 한곳만이 10위로 유일하게 들어갔다.

국제사회는 안면인식 기술을 집중 개발하고 서둘러 현실 곳곳에 적용하고 있는 중국을 우려섞인 시선으로 보고 있다. 2억개의 감시카메라를 운영하는 중국이 ‘감시’를 통한 ‘독재’에 안면인식 기술을 사용하리라는 우려다. 관련 시장조사 업체나 전문가들 사이에선 2020년까지 중국 CCTV숫자가 3억개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는다.

중국은 국제사회 우려나 부작용에 대한 지적을 아랑곳하지 않고 관련 기술의 현실 적용을 서두르고 있다. 경찰이 범죄용의자 검거에 이미 안면인식 기술을 사용하는가 하면 대도시 교통혼잡 현장에서 무단횡단을 규제하는 데에도 안면인식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이날 중국 교육부가 장려하는 ‘스마트 캠퍼스’ 구축 사업의 일환으로 몇몇 대학과 중·고등학교들이 인공지능(AI)기술을 통해 학생이 학교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부터 거의 매초 단위로 일거수 일투족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학교 학생들은 기숙사와 교실에 들어갈때마다 AI 기술이 적용된 안면인식 카메라를 통과해야 한다고 전했다.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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