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30 (화)

[매경이 만난 사람] 세계변호사협회 서울총회 준비…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이 최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변협 사무실에서 매일경제와 만나 세계변호사협회(IBA) 서울 총회 개최, 북한 법률 시장,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후폭풍 등 이슈에 대한 의견을 밝히고 있다. [이승환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 회장(54)이 22일부터 6일간 서울에서 열리는 '2019년 세계변호사협회(IBA·International Bar Association) 서울 총회' 막바지 준비에 한창이다. 최대 관심사는 단연 북한 변호사 초청이다. 올해 2월 회장으로 취임한 그는 줄곧 북한에 참석을 요청했지만, 혼돈의 남북관계 탓에 아직까지 답을 받지 못했다. 그럼에도 이 회장은 "끝까지 북한 변호사를 기다리겠다"고 다짐했다.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게 남북관계라 희망을 버리기엔 이르다는 뜻이다. 그는 국내 변호사로는 드물게 북한법을 연구했고 대학원에서 강의도 하고 있다. 매일경제가 최근 이 회장을 서울 강남구 역삼동 대한변호사협회 사무실에서 만났다.

―IBA가 생소한데 국민들에게 간단히 소개한다면.

▷1947년 설립된 IBA는 전 세계 개인 변호사 8만여 명과 변호사협회 190여 개가 회원으로 가입돼 있는 세계 최대 변호사단체다. 가입 회원 숫자로 보면 미국변호사협회(41만명), 전중국율사협회(43만명)보다는 적지만, 170여 개국이 가입돼 있다는 점에선 명실상부한 세계적 단체다. IBA는 매년 정기총회를 비롯해 각종 위원회, 지역별 포럼 등을 수시로 개최한다. 이를 통해 회원들에게 각국 법률제도와 법률 실무 관행 등에 관한 최신 정보를 알려주고, 변호사들 간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교류의 장'을 제공한다.

이번 서울 총회에선 220개가 넘는 다양한 주제에 대한 토론과 정보 교환이 이뤄질 예정이다. 사전 등록한 변호사도 전 세계적으로 5000명이 넘었다. 당일 현장 접수 인원까지 더하면 6000명을 웃돌 것으로 보인다. IBA는 등록비만 460만원에 달하는데, 항공료와 숙박비는 포함돼 있지 않다. 그러다 보니 변호사협회 고위 임원들과 대형 로펌 소속 변호사나 통상·중재 등 국제업무를 담당하는 변호사들이 주로 참석한다. 각국의 '베테랑' 법률가들이 한날한시 서울에 모인다는 것은 실로 엄청난 일이다.

매일경제

―큰 행사를 준비하면서 고생이 많았을 텐데.

▷서울 총회를 2013년부터 치밀하게 준비해왔다. 덕분에 2015년에 개최가 확정됐는데,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으로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문제가 생겼다. 개최 장소를 변경하자는 논의가 있었던 것이다.

당시 김현 협회장이 IBA 집행부를 적극적으로 설득했고, 나도 서울지방변호사회장으로서 각국 변호사단체와 국제변호사 모임에 적극 참석하면서 홍보와 참석을 독려했다. 2018년 10월 한 달간은 일주일의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각국 변호사들을 만나 홍보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예상을 뛰어넘는 성과를 거뒀다고 본다.

특히 이번 서울 총회는 대한민국의 선진 법률제도와 법치주의의 발전을 전 세계에 홍보하고, 글로벌 법률 시장으로 진출하는 도약대가 될 것이다. 국내 유능한 젊은 변호사들에게도 해외 진출을 모색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이들은 국내를 넘어 글로벌 법률 시장이라는 '블루오션'을 개척할 충분한 역량이 된다. 로스쿨 도입 후 포화 상태에 이른 국내 법률 시장에도 숨통이 트이는 '상생효과'를 누릴 수 있다.

―북한 변호사 초청에 왜 적극적인가.

▷통일은 우리 민족의 오랜 염원이다. 이를 위한 사전 단계로, 통일에 대비한 법률의 정비는 필수적이다. 따라서 남북 간의 법률 전문가 교류는 반드시 필요하다. 지난해 평창 동계올림픽에 북한 선수단이 참여한 것처럼 이번 서울 총회에도 북한 변호사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통일부에 '북한변호사협회에 총회 참석을 요청해 달라'는 공문을 보냈고, 북한이 국제변호사단체로는 유일하게 가입한 아시아태평양변호사협회(LAWASIA·로아시아)를 통해서도 참여 의사를 타진했다. 호라시오 네토 IBA 회장에게 부탁해 직접 북한에 초청 문서를 보냈다. 남북관계는 한 치 앞도 예측하기 힘들 정도로 변수가 많다. 남북 정상의 판문점 회담을 기점으로 화해 분위기가 진행되다가 다시 냉기류가 흐르고 있어 현재로선 북한 변호사들의 참석 여부를 가늠하긴 어렵다. 그럼에도 남북 간의 법률 교류는 통일을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이번 서울 총회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총회 마지막 날까지 북한 변호사들의 참여를 위해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현재 북한 법률 시장은 어떤가.

▷북한에도 변호사가 있고, 변호사협회도 있다. 변호사는 500명 정도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들은 우리와 같이 직접 의뢰인으로부터 사건을 수임하는 구조는 아니다. 협회에서 배당하는 사건을 처리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고 한다. 북한에서 재판을 받아본 탈북민들은 하나같이 변호사를 '상당히 무서운 존재'라고 말한다. '무죄 변론'은 생각할 수도 없고, 만나면 혼만 낸다고 한다. 심지어는 변호사를 아예 만나지 못하고 재판을 받기도 한다더라.

―이번 총회 이후에도 다른 국제 법률 행사가 예정된 게 있는지.

▷내년 8월에 아시아변호사단체장회의(POLA)가 서울에서 열린다. 아시아의 20개국 변호사협회장들이 참석하는 회의다. 우리와 인접한 아시아 국가들이 법적인 현안을 놓고 교류하고 협력한다는 점에서 서양 중심의 IBA와는 또 다른 의미를 갖는다. 일본과 중국 중심의 아시아 법률 시장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후폭풍에 대한 의견은.

▷총회 기간인 9월 27일에는 하루 종일 법치주의 심포지엄이 열린다. 이번 행사에서 유일하게 무료로 개방된 행사다. 그만큼 법치주의는 전 세계의 공통된 관심사다. 현재 조 장관 의혹을 놓고 벌어지는 혼란을 지켜보면서 우리 사회가 아직 법치주의가 아니라 인치주의의 잔재가 남아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법률은 사회공동체가 존속하기 위한 약속이고, 정치·행정·사법 모두 법률의 지배를 받아야 한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헌법적 가치인 법치주의를 훼손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지혜를 모아주길 바란다. 대한변호사협회도 이 점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법치주의가 준수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 이찬희 변협 회장은…

1965년 충남 천안에서 태어나 연세대를 졸업한 뒤 1998년 제40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2001년부터 변호사 생활을 시작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 재무이사, 대한변호사협회 재무이사·사무총장 등을 거쳐 2017년 제94대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을 역임했다. 올해 1월 제50대 변협 회장 선거에 출마해 당선 득표 기준 7068표(33.3%)보다 2254표 많은 9322표(43.9%)를 얻어 당선됐다.

[전지성 기자 / 송광섭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