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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정부 '강온양면'전략…'대화플랫폼' 추진하면서 공권력 옹호(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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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 참여 인원 줄어들자 '강경파 고립' 전략 펴는 듯

'송환법 철회' 발표 후 시위 참여 인원, 수만 명 수준으로 줄어

연합뉴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 송환법 공식 철회
(홍콩 AP=연합뉴스) 홍콩 행정 수반인 캐리 람 행정장관이 4일 홍콩에서 TV 화면을 통해 연설하고 있다. 캐리 람 장관은 이날 방영된 녹화 연설에서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을 공식 철회한다고 밝혔다. ymarshal@yna.co.kr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안) 반대 시위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홍콩 정부가 각계각층과 대화 플랫폼을 추진하면서 동시에 과격 시위대에 대한 공권력 사용을 경고하는 '강온 양면' 전략을 펴고 있다.

1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홍콩 정부는 전날 행정 수반인 캐리 람(林鄭月娥) 행정장관 직속 기구인 정책혁신조정 사무처에 '대화 플랫폼'을 추진할 조직을 신설했다.

신설 조직은 홍콩 경찰 감사관, 혁신기술국장 등을 역임한 워너 척이 맡게 된다. 그의 임기는 6개월로 정해졌다.

캐리 람 행정장관은 지난 4일 송환법 공식 철회와 함께 다양한 계층과의 대화, 경찰민원처리위원회(IPCC)에 의한 경찰 진압 과정 조사, 홍콩 사회 문제의 뿌리 깊은 원인 조사 등 4가지 대책을 내놓았다.

전날 캐리 람 장관은 한 행사에서 "홍콩은 폭풍과 같은 시기를 지나고 있지만, 우리는 중앙정부의 지지와 함께 대화를 통해 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캐리 람 장관은 18일 400여 명에 달하는 구의원들과도 만나 대화할 계획이다.

야당인 공민당, 민주당 등이 대화 플랫폼 불참을 선언하는 등 그 추진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되지만, 대화 플랫폼 추진은 송환법 공식 철회에도 불구하고 시위를 이어가는 범민주 진영에 대한 유화 제스처로 읽힌다.

하지만 홍콩 경찰은 과격 시위대에 대한 강경 대응 방침도 재확인해 홍콩 정부가 '강온 양면' 전략을 구사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6월 9일부터 시작된 송환법 반대 시위가 전날 100일을 맞은 가운데 홍콩 경찰을 이끄는 스테판 로 경무처장은 경찰의 강경 진압에 대한 비판 여론을 아랑곳하지 않고 일선 경찰의 시위 대응을 치하했다.

로 처장은 "지난 100일 동안 홍콩의 법치주의를 무너뜨리는 무법과 이기적인 행동에 맞서 경찰들은 강한 책임감과 용기, 흔들리지 않는 결의를 보여줬다"며 "정부는 이들을 모든 측면에서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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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염병 투척하는 홍콩 시위대
(홍콩 로이터=연합뉴스)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에 반대하는 한 홍콩 시위자가 15일 애드머럴티 지역의 정부청사 인근에서 화염병을 던지고 있다. ymarshal@yna.co.kr



나아가 3만1천 홍콩 경찰의 80%를 대표하는 홍콩경찰대원협회도 성명을 내고 시위대가 화염병 투척을 계속할 경우 실탄을 사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들은 지난 15일 시위 때 80여 개의 화염병이 사용되고 교통경찰까지 화염병 공격을 받았다면서 "비이성적인 폭도들이 사용하는 화염병은 치명적인 무기로,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상황에서 경찰은 실탄을 장전한 총기 등 적절한 무력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실탄 사용의 근거로 상대방의 공격에 맞서 그보다 더 강한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경찰 규정을 제시했다.

홍콩 정부가 대화 플랫폼 추진과 실탄 사용 위협이라는 '강온 양면' 전략을 펴는 것은 송환법 반대 시위 참여 규모가 줄어들면서 강경 시위대를 고립하려는 전략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4일 송환법 공식 철회가 발표된 후 주말 시위인 8일과 15일 집회에는 각각 수만 명의 홍콩 시민이 참여했다.

6월 9일 100만 명, 6월 16일 200만 명, 8월 18일 170만 명 등 100만 명을 넘는 집회가 3차례나 열리고 수십만 명이 참여하는 시위도 수차례에 달했던 것에 비하면 크게 줄어든 수치다.

15일 집회를 경찰이 불허해 주최 측인 민간인권전선이 이를 취소했다는 것을 고려해도 시위의 열기가 한풀 꺾였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홍콩 정부의 '강온 양면' 전략은 경제 상황 악화 등으로 시위에 염증을 느끼는 상당수 시민을 끌어들이고, 과격 시위를 계속하는 젊은 층 주도의 시위대를 고립시키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캐리 람 장관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에서 대화 플랫폼과 공권력 사용을 병행하는 이러한 '강온 양면' 전략을 재확인했다.

그는 "문제는 송환법을 넘어선 주택·토지 부족, 경제의 다양성과 포용성 부족 등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대화가 대결보다 낫다는 것이 우리의 믿음이며, 우리는 각계각층을 대화 플랫폼에 초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홍콩 정부가 추진하는 대화 플랫폼은 100∼200명으로 이뤄진 시민들과의 공개 대화, 추첨으로 선발된 각계 대표와의 대화, 20여 명으로 이뤄진 심층 그룹과의 대화 등 3가지 방식으로 운영된다.

캐리 람 장관은 대화 플랫폼 추진 계획을 밝히면서도 경찰의 공권력 사용을 강력하게 옹호했다.

그는 "대화 추진이 공권력의 결연한 집행을 배제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나는 홍콩 경찰을 강력하게 지지하며, 경찰이 공권력을 선별적으로 사용한다는 일부의 주장에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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