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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인터뷰] 채지형 여행작가, 여행작가는 `지구별 워커홀릭`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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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1994년 '유럽일기'라는 첫 여행책을 펴낸 후로 20년 넘게 여행작가로 살아온 채지형(48). 여행하며 글 쓰는 일이 직업이 되면 어떨까. 어느 무더운 여름날 그의 집을 찾아가 대화를 나눴다.

채 작가의 첫 직업은 IT 기자였다. 주중엔 기자로 일하고 주말마다 여행을 다니며 글을 썼다. 순수한 취미였다. 대학 시절 이미 유럽 여행 이야기를 책으로 펴낸 경험이 있을 정도로 여행과 글쓰기를 좋아하던 그였다. 휴가철만 되면 주변 사람들이 채 작가에게 물었단다. "넌 이번 휴가 어디로 가?" 그래서 탄생한 책이 2004년 출간한 '넌 이번 휴가 어디로 가?'다. 해외로 자유여행을 떠나는 이가 거의 없던 시절에 나온 자유여행 안내서. 시대를 너무 앞서간 탓에 많이 팔리진 않았지만 지금 펼쳐봐도 촌스럽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만족스럽단다.

여행의 매력에 빠져들수록 세계일주를 떠나고 싶었다. 하지만 연로한 부모님의 건강, 결혼적령기에 도달한 나이 등이 걸려 차일피일 미루고만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가 갑자기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정말 세상에는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 생에서 꼭 한 가지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뭘까 생각해 보니, 세계일주더라고요."

10년간의 기자 생활을 접고 1년 동안 세계일주를 다녀오니 모든 것이 원점이었다. 책을 낸 경험도 있고 세계일주도 다녀왔으니 당연히 출판사에서 책을 내자는 의뢰가 올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기다릴 수만은 없었다. 여러 출판사에 투고한 끝에 '지구별 워커홀릭'이라는 책을 낼 수 있었다. 처음에 800쪽이었던 분량을 줄이고 줄여 400쪽짜리 책으로 만들었다. 이 책은 꽤 많이 팔렸다. 이 책을 낸 후로 채 작가는 본격적으로 '여행작가'라는 타이틀로 활발히 활동하기 시작했다. 신문과 잡지에 여행 기사와 에세이를 기고하고, 라디오에서 여행정보를 전하기도 했다. 취미였던 여행은 그렇게 직업이 됐다.

8년간은 회사 일과 여행작가 일을 병행했다. 새벽 6시에 라디오를 한 뒤 출근하고, 퇴근 후엔 밤늦게까지 글을 쓰는 경우가 많았다. 주말엔 지방 곳곳으로 출장을 다니거나 북카페에서 여행 원고를 썼다. 일주일 내내 하루도 쉬지 않고 일을 한 셈이었지만 행복했다고. "몸은 힘들었어도 마음은 항상 충만했어요. 회사 일과 여행작가 일이 서로에 피난처 같은 느낌이었거든요. 회사에서 힘든 프로젝트를 끝낸 다음 떠나는 여행이 가장 재밌었고, 글을 쓰면서도 스트레스가 아니라 힐링을 받았어요."

오히려 전업 여행작가가 된 후론 '잘해야 한다'는 부담이 커져 예전만큼 여행을 즐길 수만은 없게 됐다. 회사를 다닐 땐 안정적인 수입이 있으니 쓰고 싶은 원고만 골라서 쓸 수 있었지만, 전업 여행작가는 딱히 관심이 없는 주제의 원고도 의뢰가 오면 써야 한다.

카메라와 렌즈, 삼각대, 노트북컴퓨터, 외장하드 등 출장 때마다 15㎏이 넘는 장비를 갖고 다니면서 쉴 새 없이 기록하느라 제대로 여행을 즐길 수 없게 된 것도 힘든 점. 수입이 일정치 않아 재정 계획을 짜기 어렵다는 것도 어려운 점이다.

그럼에도 그 어떤 것도 대체할 수 없는 장점은 여행을 정말 마음껏 할 수 있다는 것. 계속해서 새로운 세상을 만나면서 스스로 얼마나 모르는 것이 많은지 끊임없이 깨닫게 되고, 그로 인해 겸손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 여행작가로서 얻을 수 있는 최고의 메리트는 그런 것들이다.

[고서령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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