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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시민단체 “더 많은 김지은들 힘 얻어…반성폭력운동 새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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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가해로 고통받던 피해자

“이제는 일상으로 돌아가고파”

경향신문

박수 안희정성폭력사건공동대책위원회 회원들이 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력 사건에 대한 유죄 확정 판결을 환영하고 있다.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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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안희정 전 충남지사(54)가 상고심에서 3년6월 실형을 확정받은 것을 두고 여성·시민단체 회원들은 “보통의 김지은들이 일궈낸 승리”라며 환영했다.

안 전 지사를 고소한 피해자 김지은씨는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다. 지난해 3월5일 방송에 나와 성폭력 피해를 세상에 알린 이후 심각한 2차 가해에 시달렸던 김씨는 18개월 만에 오명을 씻게 됐다.

김씨는 선고 직후 ‘안희정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를 통해 입장을 밝혔다. 그는 “세상에 안희정의 범죄 사실을 알리고 554일이 지난 오늘, 법의 최종 판결을 받았다”며 “마땅한 결과를 받아들이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을 아파하며 지냈는지 모른다”고 했다. “진실이 권력과 거짓에 의해 묻혀버리는 일이 또다시 일어날까 너무나도 무서웠다”면서 “하지만 재판부의 공명하고 정의로운 판단을 통해 진실이 제자리를 찾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김씨는 수사·재판 과정에서 겪었던 2차 가해와 그 피해를 호소했다. 그는 “2차 가해로 거리에 나뒹구는 온갖 거짓들을 정리하고 평범한 노동자의 삶으로 정말 돌아가고 싶다”며 “제발 이제는 거짓의 비난에서 저를 놓아달라”고 했다.

김씨는 안 전 지사의 성폭력 범행을 폭로한 직후부터 인격살해에 가까운 2차 가해에 시달려왔다. 주요 포털사이트의 관련 기사 등에는 김씨의 폭로를 무고로 몰아붙이며 공격하는 악성 댓글들이 이어졌다. 지난해 10월 경찰은 김씨에 대해 악성 댓글을 단 20여명을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는데, 이 중 2명은 안 전 지사 측근으로 확인됐다.

경찰에 따르면 안 전 지사 수행비서로 근무한 어모씨는 포털사이트에 김씨를 비방하는 댓글 1000여개를 달았고, 또 다른 측근 유모씨는 안 전 지사를 지지하는 페이스북을 운영하며 비방글을 올렸다.

안 전 지사 부인 민주원씨의 2차 가해 문제도 불거졌다. 민씨는 1·2심 재판 증인으로 나와 김씨와 안 전 지사가 소위 ‘불륜’ 관계였다는 식의 주장을 했다. 민씨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도 이러한 취지의 글을 올렸지만, 민씨의 주장은 재판 과정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피고인에 대해 이성적으로 관심을 가져왔다거나 피고인을 연모해왔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다”고 판단했다.

‘안희정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는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안희정은 유죄다” “위력 성폭력 이제 끝내자” 등이 적힌 손팻말을 던지며 환호성을 질렀다. 이들은 “폭행·협박이 극심할 때만 강간으로 인정해온 법원의 오랜 태도는 위력이라는 형태의 폭력을 외면해왔다. 이번 사건으로 우리 사회는 위력을 말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김민문정 한국여성민우회 상임대표는 “김지은 당신이 있어 이 승리가 가능했다. 이제 위력에 의한 성폭력을 당하고도 말하지 못했던 더 많은 김지은들이 당신의 용기와 승리에 힘을 얻고 더 새로운 반(反)성폭력운동의 역사를 쓰게 될 것”이라고 했다. 김경숙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운영위원은 “상고심은 마땅히 성폭력 가해자에게 합당한 처벌과 책임을 묻는 것이 정의로운 사회가 해야 할 일임을 천명한 것”이라고 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회도 “사법기관은 왜곡된 피해자상에서 벗어나 피해자의 현실적인 경험과 인식을 더욱 면밀하게 살피는 판단 기준을 확립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안 전 지사 측은 입장을 내지 않았다. 지난 2월 법정구속돼 안양교도소에 수감 중인 안 전 지사는 2022년 8월까지 복역하게 된다.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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