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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비즈톡톡] 인플루언서 종말?... 페이스북 ‘좋아요’ 숫자 숨기는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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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출신 엔지니어, 안드로이드앱에서 숨기기 움직임 포착
좋아요 숫자 집착·조작 우려… ‘팔이피플’ 등 부정적 신조어도

‘페이스북도 ‘좋아요’ 숫자 감출까?’

페이스북의 게시글 공감 건수(좋아요 클릭 숫자) 숨기기 추진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페이스북 자회사인 인스타그램이 캐나다, 호주, 브라질, 일본 등지에서 좋아요 숫자 숨기기를 시험 중인 가운데, 페이스북도 내부 테스트에 들어갔다는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좋아요 숫자에 지나치게 집착하거나 조작을 시도하는 등 폐해가 잇따르자 아예 이를 감추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앱 역설계로 발견… "좋아요 숫자 의식한 불안·우울증 감소 목적"

3일 홍콩 출신 앱 개발자 제인 만춘 웡(Jane Manchun Wong)에 따르면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 페이스북은 최근 새 게시물을 보여주는 타임라인에서 좋아요 클릭 수를 숨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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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만춘 웡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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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은 미국에서 활동 중인 리버스 엔지니어링(역설계, 이미 만들어진 프로그램을 거꾸로 추적해 설계 기법 등을 알아내는 일) 전문가다. 다트머스 대학에서 컴퓨터 공학을 공부하면서 실리콘밸리 주요 테크 기업 앱을 전문적으로 파헤쳐 유명세를 얻었다. 인스타그램의 좋아요 숫자 숨기기, 페이스북의 데이팅 기능, 에어비앤비의 게스트 착륙 알림 기능 등이 그녀가 최초로 발견한 것들이다.

페이스북은 현재 내부적으로 좋아요 숫자를 숨긴 버전(프로토타입)을 테스트 중이며 아직 실제 이용자들은 이 기능을 이용할 수 없다. 게시물을 올린 본인은 좋아요 숫자를 볼 수 있지만, 친구 등 다른 사람은 숫자 대신 좋아요를 누른 다른 친구들의 이름만 보여주는 형태다.

제인은 "좋아요 숫자를 숨기면 게시물의 인기에 관한 염려를 덜 수 있다"며 "소셜 미디어가 우울증과 불안을 포함한 정신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여러 연구 결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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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만춘 웡은 리버스 엔지니어링 전문가다. 그녀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안드로이드 앱에서 좋아요 숫자를 가리는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제인이 트위터에 올린 사진을 보면 게시글 아래 숫자 대신 좋아요를 누른 사람의 이름(붉은 박스)이 뜬다. /제인 만춘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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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이피플’ 등 피로감 호소 목소리… 인플루언서 종말 관측까지

실제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이용자들 사이에선 피로감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좋아요 숫자에 따라 감정 변화를 느끼는 것은 물론, 게시물 인기를 상업적으로 활용하는 사례 때문이다. 심지어 좋아요 숫자를 임의로 조작하는 일도 빈번하다.

사용자 수가 꾸준히 늘고 있는 인스타그램의 경우 특정 이용자를 비꼬는 ‘팔이피플(팔이와 피플의 합성어)’이란 신조어도 등장했다. 팔이피플은 소셜 미디어 게시물 인기를 바탕으로 물건을 판매하는 사람을 비꼬는 말이다. 30대 인스타그램 이용자 하모씨는 "좋아요 숫자가 많아 좋은 정보인 줄 알았는데 협찬 혹은 물건 판매를 위한 게시물인 경우가 많았다"며 "게시물 전체의 신빙성이 떨어지고 배신감까지 느꼈다"고 했다.

페이스북도 이런 사실을 알고 있다. 인스타그램은 이미 캐나다, 호주, 브라질, 뉴질랜드, 이탈리아, 아일랜드, 일본 등 7개국에서 좋아요 숫자 숨기기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애덤 모세리 인스타그램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4월 열린 페이스북 개발자 콘퍼런스 ‘F8’에서 "이용자가 인스타그램을 경연대회처럼 느끼길 원치 않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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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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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좋아요 숫자는 이용자 유입과 광고 수익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페이스북이 이를 실제로 도입할지는 미지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실제 도입 여부는 지켜봐야겠지만, 좋아요 숫자를 없애는 것의 장점이 단점보다 크다고 판단해 테스트를 진행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좋아요 숫자가 사라지면 소셜미디어에서 인기가 높은 ‘인플루언서(influencer)’들의 지위가 크게 흔들릴 것"이라고 했다.

박원익 기자(wipark@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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