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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생생확대경]건보 국고지원이 혈세 낭비라는 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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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고지원, 적립금 소진 등 두고 건강보험 우려 커져

법에 따라 국가가 부담해야 하는 `당연한` 비용

국민연금과 다른 구조…적립금 활용이 가입자에 유리

[이데일리 함정선 기자] 정부가 2020년 예산을 편성하며 건강보험에 1조1000억원을 더 투입하기로 한 것을 두고 말들이 많다.

더 많은 검사와 치료 등에 건강보험을 적용해 비용을 줄이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이른바 `문재인 케어` 때문에 건강보험 재정이 불안하다느니 누적적립금이 곧 소진된다느니, 그래서 정부가 국민의 피같은 세금만 쏟아붓는 꼴이 될 것이라느니 하는 얘기들이다. 최근 야당이 문재인 케어를 가리켜 `혈세 케어`라고 비난했던 것과 맞물리며 `이러다 건강보험에 큰 일이 나는 것 아니냐`는 막연한 우려까지도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해 국민연금 재정계산 당시 39년 후면 기금이 고갈된다는 얘기에 퍼진 공포를 떠올리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결론부터 얘기하면 건강보험에 투입되는 이번 국고 지원 예산은 혈세 낭비와는 분명히 다르다. 건강보험법과 건강증진법, 현행 법에 따라 국가가 원래 내야 할 돈을 내는 것일 뿐이다. 그것도 오히려 정부는 그동안 법에 명시된만큼 돈을 지원하지도 않았다. 원래는 건강보험 예상수입액의 20%를 지원해야 하지만 한 번도 20%를 충족한 적은 없었다. 15% 정도면 다행, 최근에는 13%대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한편에서 국고지원 확대라는 단어 대신 국고지원 정상화라는 용어를 쓰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게다가 국고로 건강보험을 지원하는 법이 문재인 케어 때문에 생긴 것도 아니다. 국가가 건강보험에 재정을 지원하도록 법이 개정된 것은 지난 2007년 일이다.

이와 함께 건강보험 누적적립금 소진에 대한 두려움도 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리 걱정할 문제만은 아니다. 국민연금기금 고갈처럼 `이러다 내가 낸 돈도 못 받는 것 아니냐`는 논리를 건강보험에는 그대로 적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은 말 그대로 보험이다. 치료 받아야 할 때를 대비해 보험료를 내고 필요할 때 혜택을 받는 구조다. 이 때문에 건강보험은 그 해 보험료를 걷어서 그 해 쓰는 부과방식을 택하고 있다. 걷은 돈을 적립했다가 연금을 주는 적립방식인 국민연금과는 완전히 다르다는 뜻이다.

건강보험은 법정 기준만 지켜 적립금을 유지하면 큰 문제가 없다. 오히려 누적적립금을 20조원 넘게 쌓아두는 것보다 일정 수준만 적립해 두고 보장성을 강화하는 게 가입자에게는 더 유리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얘기다.

다만 당초 예상보다도 더 빠르게 진행되는 고령화나 장기화하고 있는 경기 침체와 같은 변수들을 감안할 때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우려를 완전히 도외시할 수만도 없다. 매년 흑자기조를 보였던 보험료 수입이 적자로 돌아선 것도 우려를 키운다. 이런 불안요소들이 존재하는 한 국고지원과 누적적립금 소진 논란 등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보장성 강화만큼이나 불안요소를 잠재우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미흡한 정책이나 제도 때문에 건보 재정이 비효율적인 곳에 쓰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부정수급 등 부작용으로 재정이 새고 있는 것은 아닌지 등 지출 효율화를 위한 보다 적극적인 움직임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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