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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Tech & BIZ] 인공지능을 1000배 빠르게 학습시킬 '거대 컴퓨터칩'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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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세로 길이가 각각 약 21㎝나 되는 '괴물' 컴퓨터칩이 등장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세레브라스(Cerebras)'가 최근 공개한 '웨이퍼 스케일 엔진(Wafer-Scale Engine·WSE)'이라는 제품이다. GPU(그래픽처리장치)가 진화한 형태로, 현재까지 가장 큰 컴퓨터칩이라는 미국 엔비디아(Nvidia)의 'TU102' 칩의 56배에 달한다. '작은 조각'이라는 의미인 '칩(chip)'이라는 말을 쓰기도 민망할 지경이다.

이 칩은 크기만큼 성능도 괴물급으로 알려졌다. 내장된 코어(계산장치)가 40만개, 내장 메모리가 18기가바이트(GB)다. 각각 기존 GPU보다 78배, 3000배에 달한다. 가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업계는 위탁생산업체인 대만 TSMC의 제조 수율(收率)이 어느 정도냐에 따라 이 제품의 가격이 정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WSE는 다음 달 초에 소수 고객에게 인도될 예정이다.

조선비즈

미국의 스타트업 세레브라스의 공동 창업자 중 한 명인 션 리가 초대형 컴퓨터 칩 ‘웨이퍼 스케일 엔진(WSE)’을 든 모습(왼쪽 사진). 이 칩의 가로·세로 길이는 각각 약 21㎝로, 크기가 기존 GPU(그래픽처리장치)의 56배에 달한다(오른쪽 사진). /세레브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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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브라스가 이런 초대형 컴퓨터칩을 만든 이유는 인공지능(AI) 기술의 고도화 때문이다. 최신 AI는 인간 뇌의 작동 원리를 모방한 '인공 신경망 알고리즘'을 이용한다. 이때 막대한 양의 데이터를 동시다발적으로 분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과거에는 이 과정에 PC용 CPU를 많이 이용했지만, 2010년 앤드루 응 스탠퍼드대 교수가 CPU보다 GPU가 더 적합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GPU는 게임 등에 쓰이는 3차원 이미지를 처리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때 수백 개의 코어를 이용해 수천 개의 연산을 동시에 수행하는 '병렬연산'을 한다. 인공 신경망 알고리즘과 비슷한 작업이다. 반면 CPU는 복잡다단한 명령을 순차적으로 처리하는 데 적합하다. 인공 신경망 학습에는 GPU 12개의 성능이 CPU 2000개와 맞먹는다고 한다.

현재 AI 업체들은 수십~수 백개의 GPU 장치를 여러 대의 컴퓨터에 연결하는 방식으로 AI 시스템을 만들어 쓰고 있다.

하지만 막대한 양의 데이터가 GPU와 GPU, 컴퓨터와 컴퓨터 사이를 이동하다 보니 데이터 전송 속도 한계 때문에 '데이터 병목'이 발생, 처리 속도가 뚝 떨어지는 문제를 겪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세레브라스는 이러한 문제점을 여러 개의 GPU를 하나의 칩 안에 집적하는 방식으로 접근해 해결하려 했다"고 전했다.

앤드루 펠드먼 세레브라스 대표는 "이 칩은 AI 시스템을 기존 방식보다 100~1000배 더 빠르게 학습시킬 수 있다"고 했다.

지금까지 이런 칩셋이 나오지 않은 것은 반도체 칩 제작 과정이 매우 정교하다 보니 결함이 없으면서 커다란 칩을 만드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미 1980년 IBM 출신 공학자 진 암달이 2억3000만달러를 투자받아 '트릴로지(Trilogy)'라는 회사를 세우고 당시로써 대형인 2.5인치 칩셋 생산에 도전했으나, 개발에 난항을 겪으며 5년 뒤 사업을 접기도 했다. 세레브라스는 큰 칩 하나를 작은 부분들로 구분하는 설계로 문제를 해결했다. 코어 결함이 있거나 생겨도 주위에서 이를 대체해 준다.

시장에서는 이 초대형 칩셋의 성패가 '시장성'에 달렸다고 본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아마존웹서비스, 마이크로소프트 등 대형 클라우드 업체는 기존 GPU를 사용한 방식보다 세레브라스의 방식이 비용 절감을 가져올 것인지 확신 못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평했다.





양모듬 기자(modysse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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