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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생생확대경]학종 확대론 비웃는 학벌세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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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일요일인 25일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 꾸려진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해 자녀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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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 중 가장 주목받는 이슈는 단연 딸의 입시특혜 의혹이다. 고교 재학 중 일반인은 범접할 수 없는 스펙을 쌓고 명문대를 거쳐 의학전문대학원까지 진학갈 수 있었다는 얘기에 범부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

마침 열흘 뒤면 대입 수시모집이 시작된다. 올해 입시에서도 수시 비중은 77.3%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우수 학생을 선점하려는 대학들이 수시 비중을 꾸준히 늘려온 탓이다.

상위권 대학은 수시 전형 중에서도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을 선호한다. 올해 수시모집에서 서울대·고려대·연세대 등 서울소재 15개교의 학종 선발비율은 43.7%에 달한다. 전국 평균인 24.6%보다 19.1%포인트 높다.

학종에서는 지원자들의 비교과 활동까지 종합 평가해 합격자를 가릴 수 있다. 비교과 활동은 동아리·봉사·독서·수상실적 등을 의미한다. 학생부에 이런 활동을 충실히 기재하면 이른바 ‘대입 스펙’으로 활용할 수 있다.

학종 선발비율이 높은 대학들은 공교육 살리기를 명분으로 내세운다. 교과·비교과 활동을 두루 살피는 학종이야말로 고교교육 정상화를 위한 대입제도란 주장이다. 물론 학종은 점수위주의 선발방식을 벗어난 대입제도인 점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조 후보자 딸의 경우에서 보듯 부모 배경에 따라 출발선이 다르다는 결정적 하자가 있다.

조 후보자의 딸은 2007년 특목고인 한영외고에 입학했다. 재학 중에는 단국대 의과학연구소에서 2주가량 인턴을 한 뒤 병리학 논문에 제1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조씨는 이러한 스펙을 토대로 2010년 고려대에 합격했다. 교육계에 따르면 당시 한영외고에는 전문직 학부모들이 자녀들의 인턴십을 책임지는 일종의 계모임이 있었다고 한다. 그야말로 일반인 부모를 둔 학생들은 범접할 수 없는 카르텔이자 스펙 쌓기다.

교육부가 지난 5월 발표한 미성년 공저자 논문 실태조사에 따르면 2007년 이후 10년간 53개 대학 교수 102명이 논문 160편에 자기 자녀를 공동 저자로 등재했다. 또 동료 교수나 친구·지인 등의 미성년 자녀를 논문 공저자로 올린 경우는 389건으로 집계됐다.

이런 상황에서 학종 확대론이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까. 국정농단의 주역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의 이화여대 입학, 숙명여고 시험지 유출, 자녀 입시에 제자를 동원한 성균관대 교수 등 학종을 둘러싼 입시부정은 잊을 만하면 터져 나온다. 그리고 학종에서는 부모 배경에 따라 출발선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이 사실로 입증되고 있다.

대학들이 부모·학교 배경 뛰어난 학생을 선호한다는 얘기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아무래도 금수저 자녀가 흙수저보다 출세할 확률이 높고 학부모로부터 기부금을 유치하기 쉬워서다. 금수저 자녀의 입학비율을 높이는데 가장 유리한 전형은 학종이다.

수시 지원자의 특기·적성·잠재력을 평가해 합격생을 가리자는 학종의 취지는 바람직하다. 하지만 우리나라처럼 출신 대학 간판이 졸업 후의 인생을 좌우하는 사회에서 이는 신중해야 할 변화다. 여전히 일부 교원단체와 시민단체는 학종 확대론을 주장한다. 하지만 학종의 공정성이 담보되지 않는 한 이런 주장은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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