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54517304 0562019082254517304 02 0201001 6.0.14-RELEASE 56 세계일보 0 related

성인 64% “미성년 性 보호 낙제”… 23%는 의제강간 몰라 [탐사기획 - '은별이 사건' 그 후]

글자크기

대국민 인식조사 결과 살펴보니 / “모두 안전할 때 내 아이도 안전” / 남성 53%만 “미흡”… 여성이 더 고민 / 부모 응답자 81% “연령 기준 올려야” / 전체 평균 찬성률 77%보다 높은 관심 / 2030세대 “이름만 들어본 제도” / 10명 중 3명 “전혀 모른다” 답변 내놔 / 여성은 27.5%, 남성은 17.6%로 집계 / 성교육 프로그램 보완 필요성 높아져 / ‘그루밍 성범죄’도 남녀 시각차 / 여성 34% “심각”… 남성은 24% 불과 / 최근 학교서 성추문 사건 잇단 발생 / 남자 피해자 늘어 인식 전환 필요해

세계일보

‘그동안 성범죄를 막기 위한 제도들이 수두룩 나왔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21일 세계일보와 탁틴내일이 공동기획으로 실시한 대국민 인식조사 결과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렇다. 남녀 간에 약간의 차이가 있긴 하나 ‘한국 사회가 아동·청소년의 성을 제대로 보호하고 있느냐’는 물음에 절대다수가 ‘그렇지 않다’고 답해 우리의 보호망이 선진국에 비해 여전히 느슨하고 각종 구멍도 숭숭 뚫려 있음을 드러냈다.

설문조사에서 주안점을 둔 미성년자 의제강간 연령 기준 상향은 국회의 입법 사안인 만큼 성사되려면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의외로 많은 국민이 이 조항에 관해 모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만큼 더욱 적극적인 교육과 홍보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성인이 아동·청소년한테 호감을 사거나 평소 돈독한 관계를 형성해 심리적으로 지배한 뒤 성적 착취를 일삼는 이른바 ‘그루밍 성범죄’의 심각성도 새삼 확인됐다. 이는 현행 형법상 의제강간 연령 기준을 벗어난 13세 이상 아동·청소년을 성범죄로부터 차단하는 장치 마련이 시급함을 보여준다.

세계일보

◆“모두가 안전할 때 내 아이도 안전해”

‘우리나라 아동·청소년이 성범죄 위험으로부터 보호되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 1000명 중 51.6%가 ‘전혀 그렇지 않다’, 12.1%는 ‘그렇지 않다’고 각각 답변했다. 둘을 더하면 63.7%로, 한국의 성인 3명 중 거의 2명이 우리 사회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 수준에 ‘낙제점’을 매긴 셈이다. 다만 두 응답자를 합친 비율이 여성은 74.8%로 평균을 훨씬 웃돌았지만 남성은 53.1%로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에 그쳤다.

아무래도 성범죄 자체가 남성보다는 여성이 피해자인 경우가 많다 보니 남성들이 평소 이 문제를 여성들보다 덜 고민하고 있음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모든 아동·청소년은 누군가의 자녀이고, 내 아이 또한 성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을 갖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실제로 이번 설문조사에서 자녀가 있는 응답자들은 81.1%가 현행 미성년자 의제강간 연령 기준을 올리자고 주장해 찬성률이 전체 평균(76.8%)보다 더 높았다. 모든 아동·청소년이 충분한 보호를 받을 때 ‘내 아이’가 안전할 확률도 그만큼 올라가는 법이다.

세계일보

◆의제강간 연령 기준 낮은 인지도, 왜?

설문조사에서 눈에 띄는 건 미성년자 의제강간 연령 자체를 모르는 응답자가 전체의 23%나 됐다는 점이다. 특히 젊은 층은 ‘이름만 들어봤다’는 경우가 의외로 많았다.

응답자 1000명 가운데 20대(19세 포함)는 222명인데, 그중 30.2%가 미성년자 의제강간에 대해 ‘전혀 모른다’고 답했다. 30대 응답자 228명 중에서도 29.4%가 똑같은 대답을 했다. 이는 40대(17.3%)나 50대(17.6%)보다 확연히 높은 수준이다.

한마디로 우리 사회 2030세대는 10명 중 3명꼴로 미성년자 의제강간 제도 자체에 ‘무지’한 셈이다. 이를 두고 “10대 중고생 시절 학교 등에서 제대로 된 성교육을 받지 못한 결과”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성교육의 일환으로 미성년자 의제강간 제도를 널리 알리려는 홍보 노력도 부족했음을 새삼 깨닫게 된다.

이 제도에 대한 무지를 드러낸 이들 중 여성이 남성보다 다소 많은 점에 이목이 쏠린다. 여성 응답자는 488명 중 27.5%가 ‘전혀 모른다’고 답변한 데 비해 남성 응답자는 512명 가운데 17.6%만 똑같은 대답을 해 대조를 이뤘다.

일단 여자 성인이 이 제도의 적용을 받는 ‘가해자’가 될 가능성이 낮다 보니 상대적으로 무관심한 것 아니냐고 추정할 수 있을 듯하다. 여성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현행 성교육 프로그램을 보완할 필요성도 거론된다.

세계일보

◆그루밍 성범죄 두고 남녀 간 시각차도

요즘 신종 범죄로 급부상한 그루밍 성범죄의 심각성에 대해선 ‘공감한다’는 의견이 대세를 이뤘다. 다만 여성은 전체 응답자의 34%가 ‘매우 그렇다’고 했지만, 남성은 그 비율이 24.2%에 그쳐 역시 남녀 간에 약간의 시각차가 있음을 엿볼 수 있다.

다만 최근 들어 남자 아동·청소년도 그루밍 성범죄가 의심되는 사안의 ‘피해자’로 심심찮게 등장하는 만큼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충북 지역의 한 중학교에 재직 중인 여성 교사가 제자인 남학생과 성관계를 한 사건이 대표적이다.

해당 학생이 미성년자 의제강간 연령을 이미 넘긴 점, 서로 ‘좋아하는’ 사이였다는 점 등이 인정돼 형사처벌로까지 이어지진 않았으나 큰 충격을 받은 학부모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해당 지역 주민들은 “사제 간 성추문은 가장 비도덕적이고 파렴치한 폭력이자 중대한 범죄로 절대 용납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교사가 어린 학생과의 관계에서 사실상 ‘지배적’ 위치에 있다는 점에서 그루밍 성범죄로 볼 여지가 크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해당 교사는 명백히 그루밍 성범죄의 가해자”라며 “재조사를 통해 엄벌에 처해야 한다”는 청원이 등장했다.

세계일보

◆대국민 인식조사, 어떻게 진행했나

이번 대국민 인식조사는 미성년자 의제강간 연령 기준 상향 등 아동·청소년의 성을 보다 치밀하게 보호하기 위한 제도 개선에 참고할 목적으로 세계일보 특별기획취재팀과 청소년성폭력상담소 ‘탁틴내일’이 공동으로 기획했다. 설문조사 수행은 ㈜현대리서치연구소가 맡아 지난 13일부터 16일까지 나흘간 실시했다.

전국에 거주하는 19세부터 59세까지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지를 이용한 온라인 패널 조사 방식에 의해 이뤄졌다.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p다.

특별기획취재팀=김태훈·김민순·이창수 기자 winterock@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함께 볼만한 영상 - TV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