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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Tech & BIZ] 족집게 AI, 우리 입맛까지 알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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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맥주 회사 '슈가 크릭'은 생산한 맥주를 병에 담는 과정에서 항상 골치를 앓았다. 맥주가 병에 담길 때 압력과 온도에 불균형이 생겨 병에 일정한 양으로 채워지지 않는 것이다. 어떤 병은 맥주 양이 터무니없이 적었다. 불량 맥주는 폐기됐고, 그렇게 낭비되는 맥주만 한 달에 3만달러(3600만원)어치에 달했다.

고민에 빠진 슈가 크릭은 문제 해결을 IBM 인공지능 '왓슨'에 맡겼다. 왓슨은 정밀 유량계와 사물인터넷 센서를 통해 각종 데이터를 수집했고, 맥주를 병에 담는 과정에서 거품이 과도하게 발생하는 현상과 그 원인을 발견했다. 슈가 크릭은 이 공정을 개선했고 불량 맥주병 수는 줄어들었다. 슈가 크릭 관계자는 "인공지능 덕분에 한 달에 1만달러 이상을 절약할 수 있다"며 "맥주 맛도 더 좋아졌다"고 했다.

조선비즈

미국 맥주 회사 슈거 크리크가 IBM의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기술을 활용해 맥주 생산 공정을 관리하고 있다. 작은 사진은 롯데제과가 인공지능을 활용해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맛을 찾아 출시한 꼬깔콘 버팔로윙맛. /IBM·롯데제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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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에 테크를 융합한 푸드테크(Food Tech)가 확산되고 있다. 인공지능을 통해 소비자가 선호하는 맛을 찾아 새로운 먹거리를 만들거나, 블록체인으로 식품 유통과정을 면밀히 관리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포브스는 전 세계 푸드테크 시장이 2022년엔 약 3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AI로 신제품 만들고 마케팅도

푸드테크에 적용되는 기술 중 대표적인 것은 인공지능이다. 롯데제과가 작년 6월 출시한 '꼬깔콘 버팔로윙맛'은 인공지능의 작품이다. 롯데제과는 상품 기획 단계부터 IBM의 인공지능 '왓슨'을 참여시켰다. 왓슨은 SNS(소셜네트워킹서비스) 게시물, 판매 자료, 소비자 유형 등을 분석해 혼맥족(혼자 술을 즐기는 사람)이 선호하는 맛과 식감을 찾았다. 롯데제과는 이를 바탕으로 맵고 달고 짠 맛을 적절히 조합한 꼬깔콘 버팔로윙맛을 출시했다. 이 과자는 출시 두 달 만에 100만봉 이상의 판매량을 올렸다.

푸드 마케팅에도 첨단 기술이 활용된다. 1979년 시장에 나온 과자 '빠다코코낫'은 그동안 40~50대가 주로 찾는 과자였다. 하지만 최근 20~30대 여성 소비자를 중심으로 빠다코코낫 사이에 팥 앙금과 버터를 넣어 샌드위치처럼 먹는 '앙빠(앙금+빠다코코낫)'가 입소문을 탔다. IBM 왓슨은 인공지능으로 SNS상에서 앙빠가 젊은 소비자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을 포착했다. 롯데제과는 이를 바탕으로 빠다코코낫 제품 상자에 '앙빠 레시피'를 그려넣었고 매출은 30% 이상 증가했다.

유전공학도 미래 먹거리를 바꾸고 있다. 미국에서는 고기 맛을 완벽하게 재현한 대체육이 흥행하고 있다. 2009년 캘리포니아에 세워진 비욘드미트는 식물성 대체육을 개발해 현재 마트에 소시지 등을 판매하고 있다. 병아리콩, 대두, 버섯 등 식물성 원료들로 '가짜 고기'를 만든 것이다. 비욘드미트는 지난 5월 나스닥에 상장하며 폭발 성장 중이다. 올 2분기 매출은 시장 예상치(5250만달러)를 넘어서는 6739만달러(약 800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2분기보다 4배 성장했다.

◇2022년엔 푸드테크 시장 300조원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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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테크는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수요가 확실한 곳을 정확히 타기팅하는 상품을 개발하는 데 유용하다. 인간이 포착하지 못한 다양한 문제점을 분석할 수도 있다. 음식 배달과 관련한 자동 결제 기술, 식품 재고를 관리하는 플랫폼 테크도 푸드테크의 일종이다. 포브스는 전 세계 푸드테크 시장이 앞으로 3~4년간 매년 6%씩 고속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일자리도 늘어난다. 한국푸드테크협회는 향후 10년간 배송, 스마트팜, 데이터, 식품안전 등의 분야에서 약 30만개의 신규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기업들은 이러한 푸드테크를 사업에 적용하기 위해 과감한 투자를 진행 중이다. 맥도날드는 지난 3월 이스라엘 머신러닝 스타트업인 '다이내믹 일드'를 3억달러(3600억원)에 사들였다. 맥도날드의 최근 20년간 인수합병 중 가장 큰 규모다. 맥도날드는 이 스타트업의 데이터분석 기술을 활용해 드라이브스루 고객에게 맞춤형 메뉴를 추천할 예정이다. 시간이 별로 없는 고객에게는 대기시간이 길지 않은 햄버거를 추천하는 식이다. IT(정보기술) 업계 관계자는 "푸드테크는 과학적인 통계와 분석을 통해 공급자와 수요자가 모두 만족하는 결과를 도출한다"며 "앞으로 이러한 푸드테크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김성민 기자(dori2381@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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