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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우리은행, 투자권유준칙 어기고 DLS 팔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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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중립형’ 투자자에 ‘고위험상품’ DLS 먼저 권유
우리은행 피해자들 투자자 성향 분석 결과에 의구심
금감원, 은행의 투자권유준칙 준수여부 전수 조사할 듯

우리은행이 표준투자권유준칙을 어기고 독일 국채 금리 연계형 파생결합증권(DLS)을 판매한 사례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준칙은 금융회사가 금융투자상품을 판매할 때 지켜야 하는 원칙이다. 준칙에 따르면 은행은 개인투자자의 투자 성향 분석을 한 뒤 투자 성향에 맞지 않는 상품은 투자 권유를 하지 못하게 돼 있다. 그런데 우리은행이 DLS를 판매하면서 이 준칙을 어겼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21일 금융권과 우리은행 DLS 피해자 등에 따르면, 독일 국채 금리 연계형 DLS는 투자상품 위험등급 분류에서 '매우높은위험(1등급)'으로 분류됐다. 표준투자권유준칙은 금융투자상품의 위험등급을 1등급부터 6등급(매우낮은위험)까지로 분류한다. 이 가운데 가장 위험한 것으로 평가되는 1등급에는 B이하 회사채, C이하 기업어음, 선물·옵션, 구조화 상품(펀드) 등이 들어간다. 전문적인 투자자가 아니면 손대기 힘든 금융투자상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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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투자권유준칙은 이렇게 위험한 1등급 금융투자상품의 경우 투자자 성향분석에서 '공격투자형'이 나온 투자자에게만 투자 권유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투자자 성향분석은 금융투자상품에 가입할 때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설문을 통해 진행된다.

수입원, 투자경험, 금융상품에 대한 지식수준 등의 항목을 투자자가 직접 골라서 나오는 점수에 따라 등급이 부여된다. 가장 공격적인 투자를 추구하는 '공격투자형'부터 가장 안정적인 투자를 추구하는 '안정형'까지 모두 5단계로 나뉜다.

그런데 조선비즈가 입수한 한 개인투자자의 투자자 확인서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투자자 성향 분석에서 3단계인 '위험중립형' 평가를 받은 투자자에게도 초고위험상품인 DLS 투자를 권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위험중립형의 경우 준칙상 투자 권유가 가능한 상품은 투자상품 위험등급에서 '4등급 이하(보통위험 이하)'로 분류된 상품이다. AA~A-의 회사채나 고위험자산이 50% 미만인 펀드 같은 상품이 위험중립형 투자자에게 권유할 수 있는 가장 위험한 상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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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에서 DLS에 가입한 한 투자자의 투자자 확인서. 투자자 성향이 위험중립형인 3등급으로 분류돼 있다. /서영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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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투자상품 표준투자권유준칙. 위험중립형 투자자에게는 위험등급 1등급 상품은 투자권유불가라고 명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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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중립형 투자자여도 DLS 투자는 가능하다. 본인이 직접 투자 의사를 밝히고 은행에 '위험등급 초과 가입 확인서'를 작성하면 된다. 하지만 이 투자자는 본인이 먼저 독일 국채 금리 연계형 DLS에 투자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 투자자는 "DLS라는 상품이 있다는 것도 몰랐다. 아파트 매매 후에 목돈이 생길 예정이어서 자금 운용을 위해 은행을 찾았더니 PB가 유일하게 이 상품만 권유했다"고 말했다.

이 투자자는 처음 은행을 방문했을 당시에는 아직 목돈이 입금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상담만 받고 돌아왔다고 한다. 그러자 이후에도 PB가 꾸준히 연락해서 독일 국채 금리 연계형 DLS에 투자하라고 권유했고, 목돈이 들어오자마자 가입했다고 한다. 우리은행이 투자자 성향분석 결과를 어기고 초고위험상품에 대한 투자를 먼저 권유한 정황이 있었던 셈이다. 이 투자자는 현재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했다.

우리은행에서 독일 국채 금리 연계형 DLS에 투자한 다른 투자자도 비슷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투자자 성향 분석 결과 자체가 문제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 DLS 투자자는 그동안 원금보장형 상품에만 줄곧 투자해왔고 이번에 문제가 된 상품에 투자하기 전에도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점을 은행 직원에게 강조했다고 한다.

하지만 막상 문제가 터지고 나서 자신의 투자자 정보확인서를 찾아보니 자신의 투자 성향이 '공격추구형'으로 분류돼 있었다고 한다. 이 투자자는 "상품에 가입하기 전에도 DLS가 무슨 말인지 몰라서 안전하냐고 몇 번을 물었다"며 "그런데 내 투자자 성향이 공격추구형으로 나왔다는 사실 자체가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른 투자자들은 투자자 정보확인서에 서명할 때 본인의 투자자 성향이 빈칸으로 돼 있었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자본시장통합법상 파생상품에 1억원 이상을 투자하면 일반투자자가 아닌 적격투자자가 돼 투자자 성향 분석을 하는 등의 절차를 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금융감독원과 은행들은 전문투자자가 아닌 일반투자자의 경우 별도의 내규를 통해 파생상품 1억원 이상 투자자여도 똑같이 투자자 성향 분석 절차를 거치도록 해놨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 경우에는 일반투자자인지 전문투자자인지를 따지지 적격투자자 여부는 보지 않는다"며 "문제가 된 DLS 상품의 경우 당연히 투자자 성향 분석과 관련 준칙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준칙을 어겨도 그 자체로 금감원의 제재를 받는 건 아니다. 다만 은행이 충분한 설명 의무(적합성·적정성 원칙)를 다했는지 등을 따질 때 준칙을 지켰는지 여부가 중요한 판단의 기준이 된다. 은행이 준칙조차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면 그만큼 금감원의 검사 과정에서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판단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투자권유준칙을 지켰는지를 놓고 은행과 피해자들의 주장이 엇갈리는 상황이기 때문에 금감원이 피해자들의 투자자 성향 분석 결과를 전수조사해서 결론을 낼 것으로 보인다"며 "초고위험상품을 팔면서 리스크를 충분히 설명했는지, 투자자 성향에 맞춰서 투자 권유가 정당한 방식으로 이뤄졌는지가 쟁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현 기자(iu@chosunbiz.com);서영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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