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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입자 기다리지만 말고 스카우트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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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엔 건물 1층에 들어서면 그냥 썰렁했죠. 이젠 건물 전체에 생기가 넘치는 느낌이에요."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에 있는 '임광빌딩' 본관. 1993년 준공한 이 건물 1층은 20년 가까이 죽은 공간이었다. 로비와 출입구가 전부였다. 2016년 건물 주인이 바뀐 뒤 반전이 일어났다. 인근 직장인 사이에 이른바 '핫 플레이스'로 인기다. 리모델링을 통해 로비 면적을 대폭 줄이고 유명 프랜차이즈 커피숍을 유치한 것. 이후 건물 이용객이 눈에 띄게 늘면서 빌딩 분위기도 덩달아 살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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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들어선 지상 4층 건물. 독특한 외관 디자인에 1층 스타벅스 커피숍 입점으로 지역 내 핫 플레이스가 됐다. /심기환 땅집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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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중충했던 지하 1층도 리뉴얼해 환골탈태했다. 빌딩 입주 회사 직원조차 기피하던 낡은 식당 일색이던 곳에 고급 패밀리 레스토랑 브랜드 10여개가 줄줄이 들어왔다. 월 200만원 남짓하던 지하 1층 월세 수입은 15배 가까운 2900만원으로 껑충 뛰어올랐다.

대개 대기업 사옥 등으로 쓰는 대형 빌딩은 입주사 지원·유지 보수 등 임대 관리 시스템이 체계적이다. 하지만 중소형 빌딩은 다르다. 임대료 수입이나 관리비가 빠듯해 건물주가 빌딩 유지·관리 투자에 소홀하다. 21년째 건물 관리에서 잔뼈가 굵은 노창희 포스코O&M 팀장은 "중소형 빌딩은 임차인을 하나라도 잃으면 수익률이 확 떨어진다"면서 "살아남으려면 대형 빌딩 못지않은 관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노 팀장에게 중소형 빌딩 수익률을 높이는 관리 노하우에 대해 들어봤다.

"우선 '임차인 가지치기'를 권하고 싶다. 중소형 빌딩의 공실률이 비정상적으로 높다면 임차인 구성부터 잘못됐을 가능성이 크다. 고층부가 아닌 저층부에는 당장의 임대 수익에 눈이 멀어 아무 세입자나 들였다간 망하기 십상이다. 어떤 업종을 들이느냐에 따라 건물 이미지가 좌우된다."

―어떤 업종을 유치해야 하나.

"1층 점포는 무조건 식음료 브랜드, 특히 커피숍을 추천한다. 커피숍은 건물 전체에 생명을 불어넣는 역할을 한다. 방문객을 끌어들이고 고층부 세입자 편의와 만족도까지 높일 수 있다. 해당 지역에서 가장 보편적인 업종을 들이는 전략도 필수적이다. 예를 들어 건물이 서울 압구정동이나 신사동에 있다면 성형외과·피부과를, 가로수길이라면 의류 매장을 적어도 하나는 유치해야 한다. 저층부에 핵심 업종이 없으면 고층부 공실률이 확 올라간다."

―그래도 공실이 해소되지 않으면.

"공실 원인이 빌딩 구조 자체의 문제라면 과감하게 리모델링할 것을 추천한다. 시설이나 환경 개선 효과도 있지만 더 좋은 세입자를 들일 기회가 된다. 앞선 '임광빌딩'이 좋은 예다. 텅 빈 로비에 커피숍을 들이고 지하에 고급 식당을 들였더니 임대 수익과 건물 가치가 함께 올라갔다.

인근 건물 세입자를 내 건물로 데려오는 방법도 있다. 다소 공격적인 방법이긴 하다. 일단 주변 가게를 한 번씩 이용해 보길 권한다. 그러면 '이 가게는 내 건물로 들이고 싶다', '가게 특성상 내 건물에서 장사하는 것이 세입자도 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곳이 분명히 있다. 해당 점포 세입자를 만나보고 현재 환경에 불만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유혹해야 한다. 이때 임대료를 온전히 다 받으려고 욕심 부리면 안 된다. 월세를 조금 낮춰주면 내 건물로 옮길 확률이 높아진다."

―세입자 관리 노하우가 있다면.

"중소형 빌딩은 임대 공간이 적어 세입자를 하나만 잃어도 수익률이 폭락한다. 세입자 한 명 한 명을 배려하는 서비스가 필요하다. 대형 빌딩에 들어갔을 때 받았던 인상이나 경험한 서비스를 중소형 빌딩에도 적용한다고 생각하면 얼추 맞는다. 건물 외관을 항상 깔끔하게 유지하거나 로비에 안내원이나 관리인을 둬 이른바 컨시어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방법이다. 세입자들에게 무료 주차권이나 우선 주차 공간을 제공하는 것도 좋다. 건물 명칭을 키 테넌트(Key tenant·핵심 세입자)가 원하는 이름으로 바꿔주거나 대형 간판을 달아주는 방법도 고려해볼 만하다."

―전문업체에 관리를 맡겨도 괜찮을까.

"혼자서 건물 관리할 자신이 없거나 아무리 노력해도 공실이 줄지 않으면 과감하게 전문 업체에 맡기는 것도 좋다. 다만 위탁관리 수수료와 리모델링에 쓰는 시설 투자비가 건물 매매가의 5~10%를 넘겨선 안 된다. 어차피 나중에 빌딩을 매각해도 10% 이상 차익을 남기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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