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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믿고 돈 맡겼는데…배우자 돈은 맘껏 빼내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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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광주농협 여직원, 남편계좌서 4억여원 불법인출

"관행적인 부부간 금융거래" 금융권 잘못된 인식 한몫

뉴스1

농협중앙회 본사 /뉴스1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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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스1) 박영래 기자 = "금융기관 믿고 돈을 맡긴건데 직원이 배우자라는 이유로 마음대로 돈을 빼돌린 건 심각한 금융범죄 아닌가요?"

농협에 근무하는 부인이 남편의 4억여원 예금을 불법인출한 사건이 뒤늦게 알려진 가운데 이번 사건의 밑바탕에는 "배우자의 예적금은 마음대로 만져도 된다"는 금융권의 잘못된 사고가 널리 확산돼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광주에서 학원을 운영하는 A씨(41)는 지난 2017년 12월 자신의 주거래은행인 남광주농협 모 지점을 찾았다가 황당한 상황에 직면했다.

거래하는 농협통장 2곳에 들어있던 돈 4억2000만원이 자신도 모르게 감쪽같이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다. 특히 이 돈은 A씨가 운영하는 학원 확장을 위한 동업자의 투자금도 포함돼 있었다.

확인 결과 A씨의 예금을 불법인출한 장본인은 해당 농협 지점에서 근무하는 A씨의 부인 B씨였고, B씨는 이혼소송에 대비해 2017년 10월 A씨의 계좌에서 4억2000만원을 불법인출한 뒤 자신의 계좌로 1억2000만원, A씨 명의의 새로운 적금계좌를 개설해 3억원을 이체했다.

B씨는 이어 3억원이 들어있는 A씨의 적금계좌를 닷새 만에 해약한 뒤 1억5500만원은 자신의 계좌로 이체하고 나머지 1억4500만원은 자신의 남동생 계좌로 옮기는 '돈세탁'을 진행했다.

이 모든 과정은 A씨 모르게 진행됐고, 예금 인출부터 이체, A씨의 새 적금계좌 개설 과정에서 A씨의 인감이나 사인, 위임장 등의 동의절차는 단 한번도 없었다.

4억원이 넘는 돈이 움직이는 과정에서 해당 농협 지점의 내부 결재 역시 제대로 된 인감 확인절차 없이 허술하게 진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예금 인출과정에서 창구직원 B씨의 간단한 확인도장만으로 4억원이 넘는 돈이 인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이 과정에서 B씨가 중도해지한 3억원의 적금계좌는 예금주의 위임장조차도 허용되지 않고 오직 본인만이 해약할 수 있는 계좌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돈이 불법인출된 사실을 확인한 A씨는 수차례 해당 농협 지점을 항의방문해 예금 반환을 요청했고, 버티던 농협 측은 A씨가 불법인출을 확인한 지 10일이 지난 뒤에야 4억2000만원을 반환했다.

당시 남광주농협 측은 "금융실명법 위반이 맞아서 예금을 돌려놓는다"고 잘못을 인정하며 예금 전액을 A씨에게 돌려줬다.

그러나 이처럼 심각한 금융범죄가 발생했지만 남광주농협이나 농협중앙회 광주조사국, 금융감독원 광주지원의 제대로 된 후속조치는 뒤따르지 않고 있다.

농협 측은 "부부간 이혼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이라 감사를 종료하지 않고 계류해놓은 상황"이라며 "이혼소송이 끝나면 다시 감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보다는 B씨의 불법인출 행위를 금융권 내부서는 '부부간의 관행적인 금융거래에 해당한다'고 보는 잘못된 사고가 자리하면서 사건을 쉬쉬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배우자의 만기된 적금을 금융권에 근무하는 아내나 남편이 인출하는 것 정도는 통상적으로 허용되는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때문에 B씨의 4억2000만원 불법인출 건 역시 '관행적인' 사안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우세한 것으로 전해졌다.

뉴스1

금융감독원 © 뉴스1


농협중앙회 광주조사국 관계자는 "B씨 인출사건의 경우 분명 잘못이 있어 농협에서 피해금액을 모두 되돌려 줬다"며 "하지만 통상적으로 남편의 적금이 만기가 되면 해당 금융기관에 부인이 근무할 경우 그 직원이 돈을 찾거나 이체하는 걸 관행적으로 허용해 왔다"고 해명했다.

그렇지만 금융기관 내부의 이같은 잘못된 인식에 대해 시민들은 "금용기관을 믿고 돈을 맡겼는데 가족이라는 이유로 직원 맘대로 돈을 빼낼 수 있다면 과연 누구를 믿고 돈을 맡기겠는가"라는 냉소적인 반응이다.

주부 박모씨(45)는 "얼만 전 직장인 남편의 적금이 만기라 농협에 대신 찾으러 갔더니 '1000원 한장이라도 인출하려면 본인이 직접 와야 된다'고 직원이 말하면서 그냥 돌려보냈다"며 "같은 배우자지만 일반인은 안되고 농협직원은 된다는 게 얼마나 모순입니까"라고 비난했다.

이번 사건의 피해자인 A씨도 "4억원이 넘는 돈이 예금주 모르게 불법 인출됐지만 그 과정에서 남광주농협 측으로부터 그 어떤 연락도 받지 못했다"고 호소했다.

A씨의 사건이 발생한지 2년여가 다 되어가지만 농협중앙회나 금융감독원에서는 해당 사건에 대한 감사결과를 내놓지 못한 이유 역시 '배우자의 돈은 만져도 된다'는 안일한 인식이 금융기관 내 확산돼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광주의 한 시중은행에 근무하는 김모씨는 "과거에는 가족의 금융거래를 직원들이 맘대로 손대는 경우가 많았지만 금융실명법이 강화되면서 다들 조심하는 분위기"라면서도 "실적 등이 있어 이를 이유로 해당 금융기관에서 불법사안을 쉬쉬하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yr200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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