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54439620 1112019081854439620 08 0801001 6.0.15-RELEASE 111 서울경제 0

[세바우] 돌고 돌아 우리 밥상으로···거세지는 '미세 플라스틱'의 역습

글자크기

국내 해안 12곳 미세 플라스틱 밀도

세계 주요 지역보다 13배 높은 수준

유엔 "태반·뇌 등 침투 가능" 경고

서울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새끼에게 플라스틱을 잔뜩 먹이고 있는 바닷새 알바트로스’, ‘무려 29kg에 달하는 플라스틱을 뱃속에 품고 죽어간 고래’, ‘한반도의 7배가 넘는 북태평양의 초대형 플라스틱 섬’. 지구촌 곳곳에서 폐플라스틱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상징적 모습이다.

20세기 ‘신이 내린 선물’이라는 평가를 받던 플라스틱의 역습이 본격화되고 있다.

1950년부터 2015년까지 생산된 플라스틱은 약 83억톤인데 약 63억톤이 쓰레기로 배출됐다. 이 중 재활용률은 약 9%에 불과한데 비해 79%는 땅속에 묻히거나 육지를 나뒹굴거나 바다로 흘러갔고 12%는 소각돼 대기에 악영향을 미쳤다. 해상 쓰레기 중 플라스틱 비중은 약 80%에 달한다. 이상엽 KAIST 생명화학공학과 특훈교수는 “플라스틱은 폴리에틸렌테레프탈레이트(PET)·폴리에틸렌(PE)·폴리프로필렌(PP)·나일론 등 석유화학 유래 고분자”라며 “가볍고 물성이 뛰어나고 원하는 형태로 만들 수 있고 값이 싸고 썩지 않는 특징이 있어 일상생활과 산업에서 필수적이다”고 설명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의 2015년 국감자료에는 우리나라 해안 12곳에서 검출된 미세플라스틱의 평균 밀도가 세계 주요 지역보다 13배나 높다. 낙동강에서 남해로 흘러드는 플라스틱이 연간 약 1조2,000억개(53톤)인데 86% 가량이 300μm(1μm는 100만분의 1m, 0.3mm) 미만인 것으로 조사됐다.

통상 크기 5mm 미만의 미세 플라스틱은 해양 생태계의 주 오염원이다. 미세플라스틱은 폐플라스틱이 햇빛·바람·물에 의해 부서졌거나 공업용 연마제나 치약, 세안제 등에 포함돼 있다. 폐플라스틱이 쪼개지며 면적이 증가하고 반응성도 커져 독성이 강해진다. 어폐류, 물고기, 고래와 바다거북, 바닷새 등이 먹잇감과 착각해 무차별적으로 먹고 결국 사람의 건강도 위협하게 된다.

유엔환경계획보고서는 2015년 “미세플라스틱보다 작은 나노플라스틱은 태반과 뇌 등 모든 기관에 침투할 수도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환경질환연구센터는 인간과 같은 척추동물로 유전자가 90% 이상 비슷한 담수어인 제브라피시에게 1μm 이하 초미세플라스틱을 먹게 한 결과 세포 호흡과 에너지 생산을 맡는 미토콘드리아가 손상되는 것을 확인했다. 미세플라스틱이 제브라피시 배아의 난막을 통과해 축적되면 배아 기관 중 영양을 공급하는 난황에 주로 쌓이는 것도 규명했다.

효용성이 큰 플라스틱의 긍정적인 측면에도 주목하고 선순환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 특훈교수는 “미세플라스틱이나 농업용 멀칭필름 등은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쓰고 비식용 바이오매스나 궁극적으로는 이산화탄소를 원료로 플라스틱을 생산해야 한다”며 “회수와 재활용을 극대화하는 혁신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일회용 플라스틱을 낭비하는 것은 줄여야 하겠지만 플라스틱이나 합성섬유, 합성고무를 쓸 데는 쓰고 책임감을 갖고 재활용을 위해 뒷처리를 잘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세바우] 생분해성 플라스틱이 대안···2% 부족한 기술·경제성 해결 관건

친환경 ‘바이오 플라스틱’ 연구 활발

미생물·효소 원료로 분해되지만

일반 플라스틱보다 40% 비싸고

인장강도 약해 쉽게 찢어져 한계

화학연, 단점 보완 비닐봉투 개발

“2~3년 내 상용화될 것” 기대도

서울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1. 지난해 초 이상엽 한국과학기술원(KAIST) 생명화학공학과 특훈교수팀은 유전자를 개량한 대장균을 활용해 포도당으로 페트(PET·합성 플라스틱)병의 원료를 생산할 수 있는 연구를 논문으로 내놨다. 이 교수팀은 경북대와 공동으로 PET를 분해하는 세균 효소(PETase)의 3차원 구조도 규명했다.

#2. 2017년 2월 영국 케임브리지대와 스페인 국립연구위원회 공동 연구팀은 꿀벌부채나방이 음식 포장재 등으로 쓰이는 폴리에틸렌(PE)을 먹어 치우는 능력을 규명해 논문을 발표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류충민 박사팀은 지난해 꿀벌부채명나방에 왁스와 플라스틱을 먹였을 때 장에서 생기는 단백질을 분석, 플라스틱을 분해할 수 있는 다량의 효소를 찾았다.

#3. 지난해 말 이스라엘 텔아비브대 연구팀은 바닷속 미역을 먹고 사는 미생물이 천연 폴리에스터인 폴리하이드록시알카노에이트(PHA)를 만드는 것을 증명했다. 박진병 이화여대 식품공학과 교수는 2016년 미역 등 해조류에서 지방산을 분리해 미생물과 반응시켜 항공기 내장재 등에 사용되는 플라스틱을 개발했다.

이처럼 전 지구촌에서 (미세) 플라스틱 문제가 심각하게 부각되면서 친환경 ‘바이오 플라스틱’ 연구가 활발하다.

바이오 플라스틱은 원료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우선 미생물이나 효소를 원료로 써 땅에 매립하면 수개월~수년 새 물·이산화탄소·메탄가스·바이오매스 등으로 완전 분해되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이 있다. 또 하나는 옥수수나 목재, 사탕수수 등을 원료로 화학물질을 만들어 플라스틱을 생산하는 ‘바이오 기반 플라스틱’이 있다. 단 이것은 기존 석유화학에서 유래된 플라스틱과 같아 분해되지 않지만 화석원료를 사용하지 않는 점이 특징이다.

당장은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플라스틱 재활용률을 높이는 게 급선무이지만 바이오 플라스틱의 상용화도 중요한 과제다.

이상엽 KAIST 특훈교수에 따르면 비식용 식물이나 미세조류 등에서 나온 포도당이나 설탕 등을 미생물에 먹이로 주면 화학물질을 생산하는데 대사회로를 조작해 효율성을 높이게 된다. 미생물 중에는 바이오 플라스틱인 PHA 고분자를 합성, 축적했다가 필요하면 이를 분해해 사용하는 게 있다. 실례로 대장균을 대사공학으로 효소를 만들도록 조절하면 PHA를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데 이 대장균을 발효하면 생분해성 플라스틱 원료가 나온다. 이 교수팀은 미생물을 이용해 세계 최고 효율의 PHA 생산기술과 세계 최초의 폴리유산(PLA)·방향족 폴리에스터 생산 기술을 갖고 있다.

강철보다 강한 엔지니어링 플라스틱도 마찬가지다. 대사공학에 의해 대사회로를 설계하고 최적화해 균주를 제작하고 발효시켜 화합물을 만들고 화학공정으로 중합하면 바이오 기반으로 만들 수 있다. 실제 다이카르복실산과 다이아민을 중합하면 나일론을 만들 수 있다.

서울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 특훈교수는 “생분해성 바이오 플라스틱의 생산에 들어가 스케일업하면 현재 플라스틱보다 30~40% 비싼 수준에서 만들 수 있고 최적화시 더 낮출 수도 있다”며 “우선 수거와 재활용이 불가능한 미세플라스틱과 꼭 사용해야 하는 일회용 플라스틱을 생분해성 플라스틱으로 대체하는 게 좋다. 수술하며 인체 내부를 꿰매는 실밥이라든지 의료용 등 고부가가치 바이오플라스틱부터 적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경제성이 떨어지고 많은 양이 필요한 포장재용 플라스틱의 경우 정부가 보조금 지원 등을 통해 바이오 플라스틱의 대량 생산체제가 가능하도록 할 필요도 있다고 했다.

일부에서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아직 기술적으로 ‘2%’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예를 들어 생분해성 플라스틱으로 만든 비닐봉지는 인장강도가 약하다. 일반 비닐봉지는 40MPa(메가파스칼) 이상이지만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35MPa 이하이다. 올 초 한국화학연구원은 6개월이면 썩고 인장강도도 나일론(75MPa)과 맞먹는 비닐봉투를 개발했으나 상용화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원리는 목재펄프와 게 껍데기에서 각각 키토산과 셀룰로스를 추출해 화학처리한 후 고압으로 벗겨내는 과정에서 나온 나노섬유수용액을 첨가해 강도를 높였다. 연구 책임자인 황성연 화학연구원 박사는 “이 생분해성 비닐봉투가 2~3년 내 상용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생분해성 플라스틱 인증 기준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우리나라는 약 58도에서 6개월 내 플라스틱이 90% 이상 분해되면 생분해 플라스틱으로 인증받지만 바다에서는 사실상 생분해가 안되고 일반 플라스틱의 재활용 과정에 섞여 들어가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옥수수나 목재 등을 쓰는 ‘바이오매스 기반 플라스틱’은 식량을 원료로 쓰거나 숲을 파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윤리 문제가 뒤따른다. 실례로 이쑤시개의 경우 식량인 녹말을 원료로 쓰는데 지구촌에서 여전히 굶주리는 인구가 적지 않은데 맞느냐는 비판이 따른다. 석유값이 고공행진을 할 때 바이오 디젤(자동차 기름)을 만들어 애그플레이션(곡물가 상승으로 물가가 뜀)을 낳았던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과 같은 맥락이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플라스틱이나 합성섬유, 합성고무 등을 쓰면서 목재나 면화, 천연고무 사용을 줄이게 돼 숲을 보호하고 식량 생산을 늘리는 효과가 있다”며 “플라스틱이 썩지 않아 문제라고 지적하며 식량이나 목재로 바이오플라스틱을 만든다면 과학기술계가 엉뚱한 진단과 처방을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플라스틱을 쓴 뒤 아무데나 버리지 말고 재활용이라든지 뒷처리를 잘 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이밖에 고형연료(SRF) 발전처럼 폐플라스틱 소각시 나오는 열에너지를 지역난방이나 산업용 보일러 등에 쓰는 기술도 있으나 미세먼지 등 유해물질이 배출되는 점은 한계로 거론된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