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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위기는 끝내 오고 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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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우리 경제에 위기의 가능성이 상존하는 것은 유사한 규모의 어느 나라보다 개방돼 있기 때문이다. 문민(김영삼)정부가 세계화를 기치로 경제를 개방하기 시작한 이후로 1997년 외환 위기를 겪으면서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 조건 때문에 그야말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경제를 거의 모두 열어젖히게 됐다. 우리 경제가 얼마나 개방화돼 있는가는 영국의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세계경제의 경기를 예측하는 하나의 척도로 우리의 수출입을 본다는 사실에서도 알 수 있다.


일본의 수출 규제 때문에 경제 상황이 더 나빠지고 있다. 그러나 일본의 수출 규제는 우리보다 일본 자신에게 더 큰 악수(惡手)다. 우선 경제와 크게 상관이 없는 역사 문제로 수출을 규제한다는 것은 국제 분업의 암묵적인 원칙과 신뢰를 깨뜨리는 것이다. 다시는 일본과의 분업이 과거와 같을 수 없을 것임은 명약관화하다. 단기적으로 우리에게 피해를 줄 수 있을지 모르나 일본 기업에도 같은 피해가 발생한다. 더군다나 장기적으로 수출 규제를 통해 일본의 기술우위가 항구적으로 유지될 수 있다고 봤다면 오산이다. 일본의 소재산업은 그들 정부의 자해 행위 때문에 쇠락할 것이다.


역사 문제에 접근하는 일본의 잘못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음에도 우리가 그 동안 역사 문제를 제대로 다뤘는가에 관해서는 회의적이다. 먼저 전적으로 일본이 비이성적이라고 비난하기에는 우리 정부가 과거에 일본과 맺은 협정의 내용이 너무나 분명하다. 일본과의 청구권협정 제2조 제1항은 다음과 같이 돼 있다. "양 체약국은 양 체약국 및 그 국민(법인을 포함함)의 재산, 권리 및 이익과 양 체약국 및 그 국민 간의 청구권에 관한 문제가 …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이 된다는 것을 확인한다."(중략은 필자)


이 협정에 따르면 우리의 국가 간 또는 개인이나 법인의 대일청구권은 소멸한 것이다. 따라서 징용공 문제가 완전히 해결됐다는 일본의 주장이 크게 잘못됐다고 말하기 어렵다. 일본의 역사 인식에 문제가 있음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비롯해 역사 문제를 해결하는 데서 우리는 일본 못지않게 지극히 국수적이고 감정적일 뿐만 아니라 피해망상적인 접근법을 택한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역사의 역할에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교훈을 얻어 미래를 밝히는 것이 아닐까.


일본과의 갈등을 포함해 문재인 정부의 외교가 실패라는 것은 작금에 북한이 우리 정부를 부르는 호칭만 봐도 알 수 있다. 그 격한 포옹의 추억은 어디 갔는가? 이 엄중한 시국에 우리의 대통령은 도대체 어디 있는 것인가? 그나마 오랜 정치 경험이 있는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원로다운 제안을 한 것이 위안이다. 이제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 일제 징용공 할아버지들을 포함해 일본 식민지 지배에 고초를 겪은 이들에게 우리 정부가 나서서 배상하는 것이 옳다. 그렇게 함으로써 일본보다는 진일보한 국가의 체면과 도덕성을 확보하는 것이 일본으로부터 몇 푼 보상받는 것보다 훨씬 의미 있게 앞으로의 역사를 개척하는 길이다.


이번 사태를 보면서 무엇보다도 우려되는 것은 국가의 위기를 지지율 제고의 기회로 활용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이는 대통령과 참모들 그리고 집권 여당의 행태다. 토착왜구니 평화 경제니, 반일이 지지율 제고에 도움이 되니 더욱 극성으로 한다는 식이다. 반일이든 친일이든 그 자체가 애국이 될 수는 없다. 바른 지향과 생각이 핵심이다. 지금 집권 세력은 나라가 망가져도 지지율을 제고하고 권력만 유지하면 된다는 망상에 빠져서 무조건 반일이다. 무슨 초혼(招魂)처럼 위기를 부르고 있다. 제발 깨어나라. 모든 경제 위기는 사회적인 약자의 희생으로 극복되는 특성이 있다. 위기는 끝내 오고 마는가?


조장옥 서강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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