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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여성 혐오" vs "과도한 해석" 남녀 갈등으로 번지는 리얼돌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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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돌 판매 금지 청원 20만 넘어

사람 모양에 불과한 '성 기구' 과도한 해석

지인과 유사한 '지인 리얼돌', '120cm 아동 리얼돌' 논란

폭력·혐오 수반한 리얼돌 판매 금지해야

아시아경제

사진은 기사 중 특정표현과 관계 없음/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리얼돌(사람 신체와 비슷한 모양의 성기구)을 둘러싼 논란이 남녀 갈등으로 확산하고 있다. 여성계에서는 여성의 존엄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반면 일부 남성들은 '성 기구'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는 지인과 닮은 리얼돌, 아동 리얼동 등 극단적으로 성적 욕망이 투영된 리얼돌 등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8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SBA산학센터에서는 '말해보자 리얼돌 집담회, 강간을 진짜처럼 괜찮습니까?'라는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도미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활동가 등 20여명 여성계 회원들은 리얼돌에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도미 활동가는 "내가 무엇을 해도 받아주는 물체인 리얼돌은 우리 사회에서 여성이 어떤 이미지로 쓰여왔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그릇으로서의 여성이 재현된 셈"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리얼돌이 생기면 성폭력이 줄어들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성폭력을 줄이기 위해 인형이 필요하다는 것은 성폭력이 성욕 해소라는 논리"라며 "성욕은 강간욕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아동 리얼돌 규제 법안이 발의된 것에 대해서는 "주문제작이나 아동모양 리얼돌이나 비슷한 지점이 있다"며 "리얼돌을 어디까지는 안되고 어디까지는 된다고 판단하는 기준 자체가 문제"라고 강조했다.

반면 이런 여성계 지적은 틀렸다는 의견도 있다. 리얼돌은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는 성 기구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30대 직장인 남성 A 씨는 "여성 리얼돌 뿐만 아니라 남성도 있다"면서 "리얼돌의 목적은 성욕 해소가 아닌가, 이런 관점으로 봐야 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20대 후반 직장인 남성 B 씨는 "여성들이 불쾌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면서도 "(여성들이)우려하는 여성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정도는 아닌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 가운데 이른바 '지인 리얼돌'은 논란을 증폭시키고 있다. 한 리얼돌 업체는 리얼돌 주문자로부터 리얼돌 상세 주문을 받아 일종의 '맞춤형 리얼돌'을 제작하고 있다.


예컨대 지인의 키, 생김새 등 신체 정보를 제공하고 지인과 흡사한 리얼돌을 만드는 것이다. 성 기구에 불과한 리얼돌을 지인과 유사하게 제작해 성욕을 해소하는 셈이다.


지인 리얼돌에 대해 여성계는 전형적인 여성혐오라고 지적했다. 7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부대표는 "내가 실제로 그런 일방적인 그런 강간이라든지 성추행을 당하는 것이 아니라도, 내 얼굴을 가진, 같은 위치에 점이 있고 상처가 있는 그 인형이 자위기구로 사용되는 게 불쾌하고 폭력적이라는 점에서 여성들이 분노하는 것"지적했다.


그러면서 "최근 '여성들이 국민 청원 등 분노하는 게 사실 리얼돌을 향한 질투였다'는 주장이 있다"면서 "이런 해석 방식에는 여성 혐오적인 맥락이 강하게 녹아들어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인과 유사한 리얼돌은 물론 아예 리얼돌 수입 판매를 금지해달라는 청와대 청원은, 청와대의 답변을 들을 수 있는 20만 동의를 넘어섰다.


지난달 8일 올라온 이 청원은 마감일인 지난 7일 오전 11시께 26만2000여명이 동의했다. 청원인은 "한국에선 실제로 연예인이나 지인의 얼굴과 음란사진을 합성해 인터넷에 게시하는 행태가 벌어지고 있다"며 "본인도 모르게 본인의 얼굴이 리얼돌이 된다면 정신적 충격은 누가 책임져 주느냐"고 주장했다.


이어 "리얼돌 사용으로 성범죄가 줄어드는 게 아니라 오히려 리얼돌에 만족하지 못한 사람들은 살아있는 여성에게 성범죄를 행할 가능성이 있다"며 "제발 리얼돌 수입, 판매를 금지시켜 달라"고 호소했다.


이 가운데 최근에는 한 리얼돌 업체서 키 120cm 리얼돌을 판매하다 아동 리얼돌 등 비난을 받고 판매 중지한 일이 일어났다. 키 120cm는 초등학교 1~2학년 수준이다. 사실상 8살 여아 리얼돌인 셈이다. 이 리얼돌에 성적 욕망을 투영하고 해소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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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성적 이미지 투영…폭력·혐오 용인하는 리얼돌 판매 금지해야

아동 리얼돌의 경우, 리얼돌 유통을 합법화하고 있는 미국, 유럽 등에서도 비난을 받고 있다.


앤 롱필드 아동위원회 위원장은 영국 BBC를 통해 "아이처럼 보이려고 제작된 이 인형들은 역겹다"면서 "인형들은 분명 한가지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그 목적 때문에 진짜 아이들의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또 영국 국립아동학대예방협회(NSPCC)는 '인형을 사용하면 잠재적 아동학대 범죄를 예방할 수 있다는 주장은 사실무근'이라며 '관련법이 제정될 때까지 비도덕적인 인형 판매를 거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리얼돌을 둘러싼 여성 존엄 훼손 등 논란이 확산하는 가운데 지난 8일 국회에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발의됐다.


개정안에 따르면 '아동 리얼돌'을 제작·수입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고 영리 목적으로 판매하거나 전시·광고한 경우에는 5년 이하의 징역으로 처벌한다. '아동 리얼돌'을 소지한 사람도 1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한편 전문가는 리얼돌 판매 금지 청원 등 여성계서 리얼돌에 대해 부정적 견해가 나오는 것은 인권을 침해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부대표는 "남성의 시선으로 분절되었다가 다시 조립되거나, 과도하게 성적 이미지가 투영되거나, 혹은 폭력과 혐오를 용인하는 방식의 모든 리얼돌의 유통 및 수입금지가 인권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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