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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민간 분양가상한제 부활…“원시적 정책”vs“집값 잡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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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긴급진단

각계 대표 전문가 4인 인터뷰

과거 실패한 정책, 부작용 우려

시장과열에 규제 필요 목소리도

중앙일보

지난 6월27일 서울의 아파트 단지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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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곧 시행된다. 국토교통부는 세부 기준을 12일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지난 6월 말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제도 도입’을 언급한 이후 한 달여 만이다.

민간 분양가 상한제는 1977년 도입 후 해제와 도입을 반복하다 참여정부 시절 도입(2007년)을 마지막으로 사문화된 제도다. 2015년부터 공공택지에만 분양가 상한제를 두고 있다. 최근 서울 집값이 상승세를 타는 데다 고분양가 논란이 이어지면서 정부는 부랴부랴 규제를 추가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직접적인 ‘가격 통제’를 놓고서 시장은 부작용을 우려한다.

부활하는 민간 분양가 상한제가 얼마만큼 실효성이 있을지 긴급 진단했다. 정계·학계·업계·시민단체 대표 4인방을 인터뷰했다.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 “공론화 없이 강행, 부동산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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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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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 시절인 2007년 재도입한 민간 분양가 상한제가 주택 시장 안정화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당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이던 김 의원은 입법화 과정에서 ‘분양가제도 개선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했다.

◇절차상 문제=“2013년 민간 분양가 상한제 폐지를 논의할 때 민주당의 반발로 완전히 없애지 못하고, 시행령에 남겨뒀다. 쓸 일이 없을 거라 생각하고 국토부 장관이 필요할 때 지정하도록 했다. 이게 허점이 됐다. 장관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공론화도 없이 추진되는데 시행령이다 보니 국회에서 컨트롤할 수 없다. 2006년 당시 입법화 과정에서 꽤 긴 공론화 과정을 거쳤지만, 지금은 실효성이나 부작용에 대한 면밀한 논의 없이 장관의 구두 발언 이후 강행되는 게 문제다.”

◇정책보다 정치=“이런 시장 규제 방식은 경제정책 중에서도 가장 원시적이다. ‘소수(일부 재건축 추진 단지 등)한테 불이익이 가고 전체적으로 집값이 싸질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만 불러일으키고 있다. 정책적 가치보다, 정치적 상징성만 있다. 김현미 장관은 부동산 정치를 하고 있다. 상한제를 시행하면 강남 재건축의 경우 분양가와 시세 간의 차익을 누가 가져가느냐 싸움이 될 뿐이다. 더욱이 조합원 분양가가 일반 분양가보다 비싸지면 그 정비 사업을 누가 하겠는가.”



이현석 건국대 교수 “소수 분양자만 로또…규제 중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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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석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사진 한국감정평가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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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분양가 상한제는 경제학의 기초 원리인 수요·공급 원리를 침해해 부작용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한국부동산분석학회의 회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분양시장 로또화=“민간 분양가 상한제의 목적은 집값 안정화와 더불어 공급자에 편중된 이익 구조를 깨기 위해서다. 그러나 두 목적 모두 달성하기 어렵다. 집값 안정화의 경우 균형 가격 이하로 가격을 누르면 공급 감소와 수요 증가에 따라 가격이 상승한다는 게 경제 교과서에도 나오는 상식이다. 이익 구조 개선도 불가능하다. 소수 분양 당첨자에게 시세 차익이 집중돼 또 다른 편중 현상이 일어난다.”

◇규제 중독=“정부는 이같이 부작용 우려가 큰 규제를 시행하려고 하는데, 어려운 길을 가는 것이다. 새로운 규제를 추가하기 전에 조세를 강화하는 등 현재 제도를 활용하는 게 선행돼야 한다. 또한 민간 분양가 상한제를 도입하면 로또 분양을 막기 위해 수분양자 조건 강화와 전매제한 등 추가 규제를 도입해야 하는데, 규제가 규제를 낳는 규제 중독 상태에 이르는 것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 “분양 대기자 증가로 전셋값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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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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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민간 분양가를 누르면 ‘로또’ 분양을 기대하는 수요 증가로 전셋값이 오르리라는 관측이다. 함 랩장은 부동산써브 부동산연구실장과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을 거친 부동산 분석 전문가다.

◇전셋값 상승=“단기적으로 정부의 바람대로 재고 주택의 가격 상승 압력을 낮출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민간 분양가 상한제 실시로 분양 시장에 대한 관심이 증폭될 전망이다. 특히 인기 지역으로 쏠림 현상이 예상된다. 앞으로 로또 분양을 기대하는 무주택자들은 집을 사지 않고 관망할 확률이 높아졌다. 결국 올해 하반기 전셋값이 오를 수 있다.”

◇재건축 시장 혼란=“분담금 부담이 커질 서울의 정비사업(재건축·재개발) 단지들은 크게 반발할 것이다. 만일 민간 분양가 상한제가 관리처분 인가를 득한 사업장까지 적용된다면 반발이 폭발할 수 있다. 앞으로 사업장들은 ‘임대 후 분양’ 등 편법을 쓰며 규제를 피할 수도 있다.”



김성달 경실련 국장 “한국 주택시장은 강력 규제 필요한 특수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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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달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 국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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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주택 시장은 수요·공급 원리가 작동하지 않는 특수 시장이기 때문에 그만큼 특수한 규제, 즉 민간 분양가 상한제가 불가피하다는 이야기다. 소수 의견을 가진 김 국장과는 일문일답으로 이야기를 들어봤다.

Q : 왜 특수 시장인가?

A : “정상 수요뿐만 아니라 투기적 가수요도 존재하고 선분양 제도로 수요 변화에 공급이 즉각 대응하기 어려운 점 등 비정상 요인이 많기 때문이다. 과거 사례를 보면 분양가 상한제를 시행한 시기에 집값이 안정화했고 폐지하면 급상승했다.”

Q : 집값 안정화는 다른 변수 덕분이었다는 주장이 많다.

A : “비정상 시장에선 정부의 규제가 절대적인 변수로 작용한다. 다른 변수 중 ‘경제위기’를 보자. IMF가 와도, 글로벌 금융위기가 와도 좀 떨어졌다가 다시 반등했다.”

Q : ‘로또’ 분양 우려는?



A : “처음 분양받을 땐 큰 이익을 봤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 이득을 보려면 집을 팔아야 한다. 민간 분양가 상한제로 집값을 잡으면 로또는 없을 것이다.”

한은화·김민중 기자 onwh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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