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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금)

‘안티 페미’ 테러 당했는데…되레 역고소 당한 男 페미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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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이 뭐길래…악플 내용 공개해 명예훼손 가해자 신세된 男 페미니스트

“악플 행위에 정당성 부여되면 어쩌나…페미니스트 활동 위축될까 우려”

헤럴드경제

헤럴드경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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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자신이 받은 악플 내용과 악플러 아이디를 공개하며 비판한 남성 페미니스트에게 법원이 악플러의 명예를 훼손하고 모욕했다며 벌금형을 청구하는 약식명령 처분을 내렸다.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판사 박찬범)은 지난 5월 13일 자신의 블로그에 임모(24·남) 씨가 남긴 악플을 공개하고 그를 비판하는 게시물을 작성한 페미니즘 활동가 한모(28·남) 씨에게 명예훼손 및 모욕 등 혐의로 벌금 70만원으로 약식명령을 청구했다.

법원에 따르면 한 씨는 자신의 블로그 게시물을 통해 임씨가 남긴 “생리를 쌌으면 밖으로 나오지 말라”, “한국 여성들은 속좁고 이기적이고 지 편안함만 추구하는 유사인류” 등의 댓글 내용과 아이디를 공개했다.

또한 임 씨가 남성 페미니스트인 한씨를 향해 “페미 짓으로 여자에게 칭찬 받고 얼굴 벌개져서 뒤에 가서 XXX 치는 놈” 등의 댓글을 단 사실도 공개했다.

이에 법원은 한씨가 “(임 씨에게) 여성을 혐오하는 내용, 페미니즘 운동을 하는 남성을 비하하는 내용의 글을 작성한 사실이 있다는 점을 드러냈다”며 벌금형을 청구하는 약식명령 처분을 내렸다.

법원은 또한 한씨가 임씨를 “안티페미 협회에서 활동하는 안티 페미계의 드루킹 Y씨” 등으로 비난한 내용 등을 모욕으로 판단했다.

이같은 처분 뒤 임씨는 한씨를 상대로 500만원의 손해배상 소송도 청구했다. 이에 한 씨는 정식재판을 청구하고 변호인을 선임한 상태다.

한 씨는 “장기간 여러 모욕적인 댓글로 정신적 고통을 받고, 거짓 글에 속아 신상을 털린 건 저인데 그 사람은 무죄고, 공익적인 목적 하에 그 사실을 공론화한 저는 유죄라는 데서 심히 억울하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이번 일이 이렇게 마무리되어 이같은 행위에 법적 정당성이 주어지면, 다른 여성 페미니스트들이 저와 같은 일을 겪게 될까 걱정된다”며 “이런 일이 계속되면 점점 페미니즘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kace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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