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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비즈톡톡] 韓 방송 플랫폼, 넷플릭스·유튜브 공세에 덩치 키워 반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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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TV를 즐겨보던 주부 A씨는 최근 넷플릭스 계정을 자녀에게 공유받은 뒤 TV를 거의 켜지 않습니다. 주부 A씨의 남편인 B씨도 지상파·종편 뉴스를 즐겨봤지만, 요즘은 유튜브 뉴스를 통해 세상 돌아가는 소식을 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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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는 미국의 조그마한 비디오 대여 가게로 시작해 현재 세계 최대 규모의 미디어 플랫폼 사업자로 성장했습니다. /플리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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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유튜브 등 해외 미디어 사업자들이 한국 시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습니다. 주변 누구에게 물어봐도 인터넷이 가능한 사람 치고 유튜브 영상을 한번도 보지 못했다는 사람들을 찾기 어렵습니다.

실제 와이즈앱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으로 한국인이 가장 오래 사용한 앱은 유튜브로 한 달간 총 388억분을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카카오톡(225억분), 네이버(153억분), 페이스북(42억분)을 압도하는 수치입니다. 불과 몇년전만 해도 한국의 모든 인터넷은 포털 ‘네이버’와 메신저 ‘카카오톡’ 두개만으로 귀결됐던 것을 감안하면 ‘천지개벽’한 수준입니다.

유튜브 사용시간은 작년 4월 총 258억분에 불과했습니다. 1년 사이 두배 가까이 사용시간이 늘어난 셈입니다. 올해 6월 기준으로 유튜브 월활성이용자(MAU)는 3271만명 수준으로 1년 전에 비해 12% 늘어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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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6월 '한국 모바일 동영상 플레이어·편집기 앱의 사용시간 점유율'. /와이즈앱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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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도 국내에서 유료 가입자 180만명을 돌파했습니다. 넷플릭스는 한국 시장 진출 초기만 하더라도 실패할 것이란 예측이 강했습니다. 넷플릭스의 콘텐츠들이 국내 정서에 안맞다는 분석이었죠. 과거 국내 유통시장에 진출했다 쓴맛을 봤던 미국 거대 유통 기업 월마트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넷플릭스는‘기묘한 이야기’ ‘하오카’ ‘나르코스’ 등으로 한국의 미드 마니아를 사로잡은 것은 물론 ‘옥자’, ‘킹덤’을 통해 한국인들을 사로잡았습니다. 국내 넷플릭스 유료 사용자는 20대가 38%, 30대가 31%, 40대가 15%, 50대 이상이 17%로 고객 저변을 넓히는데 성공했다는 평가입니다.

그동안 국내 방송 플랫폼 시장을 빠르게 접수하던 IPTV·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사업자 모두 위기감을 느낄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IPTV 고객 대다수가 통신, 인터넷 결합상품 사용자인만큼, 고객들이 TV를 안보더라도 수익은 나고 있지만, 사용자들의 시청 시간이 줄어드는 것은 장기적으로 위기가 될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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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통신 3사가 IPTV 및 미디어 사업 강화를 위해 케이블TV 인수에 나서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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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국내 IPTV 사업자인 SK텔레콤·KT·LG유플러스는 최근 케이블TV M&A(인수합병)를 서두르고 있습니다. SK텔레콤은 티브로드, KT는 딜라이브, LG유플러스는 CJ헬로를 노리고 있습니다. 아직 국내 방송 시장에서 케이블TV 업계가 가진 파이가 크고 확보된 케이블TV 가입자를 장기적인 측면에서 IPTV 가입자로 전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3년 전에도 SK텔레콤이 케이블TV 1위 사업자 CJ헬로 인수를 시도했지만 공정거래위원회의 불허로 쓴맛을 봤습니다. 하지만 글로벌 업체들의 공세가 날이 갈수록 거세지자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통신사들의 방송 사업 강화를 허용하자는 분위기가 흐르고 있습니다.

현재 지상파 3사가 운영하는 OTT ‘푹’도 SK텔레콤 OTT ‘옥수수’와 최종 합병을 완료하기 위해 공정위 심사를 앞두고 있습니다. 웨이브란 이름으로 출범할 이 합병법인은 넷플릭스 대항마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푹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글로벌 OTT의 과도한 시장잠식으로 자국산업 보호 및 규제가 논의되고 있는데 국내 규제 논의는 엉뚱하게도 유료방송과의 규제형평성 명분으로 토종서비스를 포함해 전체 OTT에 대한 규제강화를 추진 중"이라며 "정책논의는 세계 시장을 장악해 가는 글로벌 OTT에 대한 실효적인 견제와 대응책 마련, 국내 산업 진흥 관점에서 시작돼야 한다"고 했습니다.

옥수수 가입자 950만명, 푹 가입자 300만명이 합쳐지면 웨이브는 외형상 국내에서 최대 가입자 규모의 미디어 플랫폼으로 출범하게 됩니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국내 통신 3사와 네이버가 함께 만든 앱 스토어 ‘원스토어’가 연상되기도 합니다. 윈스토어는 올해 상반기 국내 모바일 게임 매출에서 애플 앱스토어를 따돌리고 구글에 이어 2위를 차지했습니다.

규모를 키우더라도 콘텐츠가 부실하면 사용자들은 떠날 수 밖에 없습니다. 갖춰진 ‘규모의 경제’를 바탕으로 차별화된 킬러 콘텐츠 발굴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숙제일 것입니다.

국내 IPTV, OTT 사업자들도 이를 인지하고 해외 유명 제작사와의 콘텐츠 제휴 강화 및 오리지널(자체 제작) 콘텐츠 확보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외 5G(5세대) 통신 기반 OTT 서비스뿐 아니라 AI 스피커에 디스플레이를 탑재하는 등 TV를 넘어 다양한 플랫폼을 시도 중입니다.

이경탁 기자(kt87@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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