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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일본 불매운동 우려에도 日정부는 한국 더 압박 [이동준의 일본은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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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26일 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우리 청소년들은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에 맞서 불매 운동 동참을 선언하고 “일본이 경제 보복을 풀고 사죄, 반성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기성세대가 되는 그때까지 일본 상품을 쓰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사진=연합뉴스


일본의 수출규제에 반발해 한국에서 불매운동이 일자 일본 정치권과 재계에서는 “불매 운동은 오래가지 않는다”, “일본 경제에 미칠 영향은 극히 적다” 등의 자만을 드러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불매 운동이 갈수록 거세지자 일본 언론들은 자국 피해를 우려하며 “대화로 해결하자”는 논설과 칼럼을 잇달아 내고 있다. 일본 불매운동에 대한 우려는 극우 성향의 산케이신문도 가세해 “일본 각지에 크고 작은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화이트국 제외 카드를 꺼내들며 한국을 더 압박할 모양새다.

◆불매운동이 일본에 미친 영향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이어 일본 여행 취소가 계속되자 아사히, 마이니치, 산케이신문(이하 일본 언론) 등 일본 주요 언론은 “한국인 관광객이 줄면서 일본의 관광·소매 업계가 타격을 받는다”고 일제히 우려를 드러냈다.

보도에 따르면 일본 유명 관광지 중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곳은 한국과 인접한 규슈 지역이다. 이곳은 ‘유노하나(유황)’ 온천으로 불리는 ‘유후인’ 등의 유명 온천과 네덜란드 마을을 옮겨 놓은 듯한 ‘하우스텐보스’, 아소산 등 다양한 즐길거리로 한국 관광객이 붐비는 곳이다.

그러나 일본 여행사 JTB 자료를 보면 최근 규슈를 방문한 한국 여행객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10% 줄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관광객 감소는 도쿄, 오사카 등 대도시를 비롯한 일본 유명 관광지에서도 나타나지만 규슈보단 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한국인 관광객이 줄면서 지역 경제에 영향이 나타났다.

한국 관광객이 쇼핑을 위해 찾던 후쿠오카현의 한 백화점은 지난해와 비교해 쇼핑액이 약 3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관광지 인근 식당, 면세점, 상점 등도 손님이 줄어 매출이 일부 감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밖에도 호텔, 항공, 버스, 페리 등의 여행 관련 업계의 영업이익이 하락했다. 부산에서 규슈를 왕복하는 페리의 경우 이용 승객이 지난해보다 40% 줄었다고 일본 언론은 보도했다.

이와 관련 구라토미 스미오 서일본철도 사장은 25일 “악화한 한일관계 영향으로 한국과 인연이 있는 사업에서 영향이 발생하고 있다”고 우려를 드러냈다.

한편 일본 산케이신문도 악화한 한일 관계를 언급하며 “한국의 불매운동 여파로 일본에 피해가 발생한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한국의 일본 불매운동이 계속되면서 (일본)기업 활동에 나쁜 영향이 나타났다”며 “악화한 한일 관계로 한국인 관광객 감소는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우려를 드러냈다. 그러면서 “일본 기린 맥주 관계자는 한국 판매에 주력하는 맥주 수입이 줄어드는 추세라고 털어놨다”며 “한국 상점 등에는 불매운동 포스터가 붙어 일본 제품 소비를 가로막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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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오카시 하카타항에 후쿠오카와 부산을 잇는 JR 큐슈 고속선 '비틀'이 정박해 있다. 평소 관광객으로 붐볐지만 지금은 한산한 모습이다. 사진=아사히신문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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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관광객이 쇼핑을 위해 찾던 백화점은 지난해와 비교해 쇼핑액이 약 3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아사히신문 캡처


◆“대화로 해결하자”

한국의 불매운동으로 일본 각지에 크고 작은 영향이 나타나자 현지 언론들은 “외교적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일본 언론들은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후 이르면 오는 8월 2일 ‘수출 절차 간소화 대상(화이트국)’에서 한국을 제외하면 일본 불매운동은 한층 더 거세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양국이 강경한 자세로 대립을 이어오면 문제 해결은 어렵다며 한일 관계는 역사 인식 등 정치적으로 악화해도 밀접한 경제와 민간 교류가 기반을 지탱해 왔다는 점을 부각했다.

그러면서 정치와 역사 인식 문제를 무역관리로 연결하는 건 자유무역을 주장하는 일본의 원칙을 훼손하는 것으로 정치적 문제가 경제나 민간교류 등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게 양국 정부의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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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정부 ‘화이트국’서 한국 제외할 듯

냉각된 한일 관계에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지만 일본 정부는 한국을 보다 압박할 모양새다. 이는 일본 경제산업성이 주관한 각계 의견을 종합한 결과에서 비롯되는데, 앞서 일본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나 우려와는 별개로 여론은 ‘한국을 화이트국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쪽으로 쏠렸다.

최근 요미우리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본 경제산업성은 한국을 화이트국에서 제외하는 것과 관련해 3만여 건의 각계 의견을 받았다. 그 결과 무려 90%가 ‘한국을 화이트국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의견을 드러냈다.

‘화이트국’이란 일본이 한국을 포함한 미국, 영국 등 우방 27개국에 부여한 수출관리상의 우대조치다. 이 지위에서 한국이 제외되면 일본 기업들은 국제적 수출통제에 의해 ‘전략물자’로 규정돼 있는 물품(리스트규제 대상)을 시작으로 거의 모든 수출품목에서 개별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일본 정부는 이러한 여론을 바탕으로 한국을 화이트국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내달 2일 일본 국무회의에 상정한다. 개정된 안이 통과하면 오는 8월말~9월초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일본의 학자, 변호사, 시민단체 활동가 등 사회지도층 인사들은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 철회를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이며 “(일본 정부는) 마치 한국을 적인 것처럼 다루는 조치를 하고 있지만, 이는 말도 안 되는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자유와 민주주의를 기조로 동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함께 구축하고 있는 중요한 이웃”이라고 강조했다.

정치적으로 악화한 한일 관계가 민간으로 확산하면서 양국의 대립이 심화하고 있다. 그러나 대립은 감정을 악화할 뿐 문제해결로 이어지지 않는다. 이들의 주장처럼 일본 정부는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즉시 철회하고 한국 정부와 냉정한 대화와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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