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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2019 세법개정] '한 방' 없는 경제 회복용 세법 개정안...투자 효과는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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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인센티브 3종 세트·상속증여세 완화 등 기업 감세 추진
재계 요구한 ‘임시투자세액 공제’는 거부…대기업 규제 강화

수출 침체로 인한 경기불황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투자를 확대하는 기업에 세금 공제를 확대하는 ‘감세 인센티브’를 꺼내들었지만, 재계에서는 ‘투자 절벽’을 완화하기에는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소득재분배를 강조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 세법 개정안은 ‘경제활력 회복’에 주안점을 뒀지만, 부진한 투자를 반전시킬 정도의 ‘한 방’은 없었다는 게 현장의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가 확장적 재정정책을 경제정책의 근간으로 삼고 있어 대규모 감세를 할 수 없고, 기업 투자 부진 때문에 증세도 할 수 없는 상황에 빠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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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조선DB



◇‘소득재분배 강화→경제활력 회복’…조세정책 방향 전환?

정부는 25일 세제발전심의위원회에서 확정한 ‘2019년 세법개정안’에서 ‘경제활력 회복·혁신성장 지원’을 최우선 정책방향으로 제시했다. ‘소득재분배 및 과세형평 제고’에 방점이 찍혔던 작년 세법개정안과 비교하면 정책 우선순위가 달라진 것이다. 정부는 이법 세법개정안의 9대 추진 전략 중에서 투자활력 제고, 소비·수출 활성화 등을 가장 중요한 과제로 제시했다.

정부 출범 직후 고소득층·대기업 증세를 최우선 조세개혁 과제로 추진했던 문재인 정부가 집권 3년차에 부분적 감세 카드를 꺼내든 이유는 부진한 실물 경제 지표를 회복시키는 게 시급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집권 첫해인 2017년, 6년만에 최고치인 3.2%까지 회복됐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올해 2% 초반으로 추락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 일본 수출 규제 등 대외경제 환경이 불안진 상황에서, 기업의 설비투자가 지난해 2분기 이후 다섯 분기 연속 감소하는 등 투자 부진이 장기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감세를 통한 투자촉진에 공을 들이고 있다. 최대 주주가 지분을 상속·증여할 때 ‘경영권 프리미엄의 대가’로 붙는 상속·증여세 할증률을 최대 30%에서 20%로 낮추고,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할증률 적용을 영구적으로 면제하기로 한 것이 대표적인 투자 촉진책이다. 기업 오너(소유주)의 조세 부담을 낮추는 상속·증여세 완화조치는 대기업 증세·소득재분배 강화를 조세정책의 목표로 제시했었던 정권 초기에는 금기시 됐던 영역이었지만, 이번 세법개정안에서 빗장을 일부 열었다.

생산성 향상시설 투자 세액공제 확대, 설비투자 가속상각 특례 확대, 성장동력·원천기술 연구개발비 세액공제 확대 등 기업 투자 인센티브 3종세트의 적용 대상에 대기업을 포함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중소·중견기업 육성에 무게중심을 두는 기존 정책기조를 유지하면서도, 투자여력을 가진 대기업의 투자 확대를 끌어내기 위해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는 게 정부측 설명이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상속·증여세를 일부 완화한 것은 정권 출범 초기에 비해서는 확실히 변화된 지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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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2일 2019년 세법개정안 당정협의에 참석 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기재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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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투공제 부활 무산…기업 60% "투자 인센티브 효과 없어"

그러나 기업 현장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작지 않다. ‘성의 표시는 했지만 실질적인 도움은 크지 않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지난 2017년 법인세 최고세율을 22%에서 25%로 올린 충격이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일부 세액공제를 한시적으로 늘려주는 것만으로 투자를 늘릴만한 기업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재계에서는 이번 세법개정안을 앞두고 정부측에 임시투자세액공제(임투공제) 부활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임투공제는 기업의 설비투자금액 중 일부를 소득세 또는 법인세에서 공제해주는 제도로 1982년 도입된 이래 2009년까지 28년 동안 8년을 제외하고 운용됐으나 2017년에 일몰 종료 후 폐지된 상태다.

재계에서는 투자 촉진을 위해서는 임투공제 부활 등 파격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정부 측에 지속적으로 제기했다. 지난 18일 전국경제인연합(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공개한 ‘세제개선에 대한 100대 기업 의견 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업들은 투자촉진을 위해서는 임투공제를 부활해야 한다(37%)는 주장에 가장 높은 응답률을 나타냈다.

정부가 추진하는 투자 인센티브 3종 세트에 대해서는 61%가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응답했고, 긍정적 효과를 기대한 기업은 18.3%에 불과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3종 세트의 세액 공제가 한시적 조치이고, 공제 대상이 특정됐기 때문에 효과에 대한 기대가 낮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세법개정안 논의 막바지까지 임투공제를 부활시킬지 고심했지만, 대기업의 세부담을 과도하게 낮출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최종 목록에서 배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투공제 부활을 위한 세법 개정안은 현재 기획재정부 2차관 출신 송언석 의원(자유한국당)이 의원입법 형식으로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재계 일각에서는 이번 세법 개정안에 공익법인 감사 및 공시제도 강화, 지주회사 현물출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과세 방안이 들어가 있는 것에 불만을 제기한다. 한 대기업 임원은 "기업 투자를 촉진한다고 하면서 대기업 지배구조 관련 규제를 강화하거나, 지주회사를 통한 사업재편을 불편하게 만드는 제도를 추진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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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세도, 감세도 어려운 상황"

정부는 이번 세법개정으로 향후 5년간 약 40억원의 세수증가 효과(순액법 기준)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2019년 현행 세법 체계와 비교해 향후 5년동안 발생하는 세수효과를 누적한 누적법 기준으로는 약 4700억원의 세수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EITC(근로장려세제) 도입 등으로 세수감소(조세지출) 효과가 5년간 12조5000억원에 달했던 2018년 세법개정안과 비교했을 때 올해 세법 개정안은 경기부양 효과가 미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순액법과 누적법 모두 법인세수가 줄고 소득세수가 늘어나는 구조라는 점을 주목한다. 투자 촉진을 위해 기업의 세부담을 덜어주는 대신 대기업 임원급 이상 고소득자에 대한 증세로 세수를 맞추겠다는 정부의 구상이 엿보인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런 구조로 문재인 정부가 지향하는 확장적 재정정책을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도 나온다. 정부는 올해 예산(469조6000억원)을 작년보다 9.5% 증가한 수퍼 예산으로 운용한 이후 내년에도 500조원 이상의 초(超)확장적 재정운용을 예고한 상황이다. 조세개편으로 세입기반을 넓히지 않으면 늘어난 정부지출은 고스란히 나라 빚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책연구원 관계자는 "세입기반을 넓히기 위해서는 부가가치세 체계를 개편하는 등 국민 전체적으로 세부담을 늘리는 제도개편이 불가피하지만, 악화되는 경제여건으로 이 같은 조세개혁을 추진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이번 세법개정은 정부가 증세도 감세도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을 보여준 것 같다"고 말했다.

세종=정원석 기자(lllp@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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