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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4월 푸틴 만나러 北 비울 때 한미훈련···서운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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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WFP와 실무협의 과정서 "한미훈련 때문에 수령 못한다"

당국자 "북한의 공식 입장 파악중. 조속히 지원 이뤄지길"

지원 늦어지며 불만? 공개적인 남측의 지원 거부?

미국과 담판 앞둔 북한이 협상에 올인하기 위한 차원일수도

북한이 한ㆍ미 연합훈련을 문제삼으며 세계식량계획(WFP)를 통한 정부의 대북 식량 지원 계획을 수용하지 않겠다는 뜻을 보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는 지난해와 올해 고온과 가뭄 등으로 북한의 식량난이 가중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해 WFP를 통해 국내산 쌀 5만t을 지원키로 했고, WFP는 북한 당국과 지원 일정과 방법 등을 논의해 왔다.

중앙일보

김연철 통일부장관이 지난달 19일 쌀 대북지원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김 장관은 ’정부는 북한의 식량상황을 고려해 그간 세계식량계획(WFP)과 긴밀히 협의한 결과, 우선 국내산 쌀 5만t을 북한에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진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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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 당국자는 24일 “최근 WFP와 북한 당국자(외무성) 사이의 실무협의 과정에서 북한이 한ㆍ미 연합훈련을 거론하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것으로 파악됐다”며 “북한 내부에서 남측 쌀을 받지 않겠다는 입장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WFP를 통해 북측의 공식입장을 확인중에 있다”며 “정부는 조속히 지원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인도주의 차원에서 조속한 대북 지원을 위해 이달부터 선박을 이용한 지원 준비를 해 왔다. 그러나 북한이 부정적인 입장을 보임에 따라 운송용 선박계약 등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이에 따라 북한의 입장 변화가 없을 경우 지원 계획 자체가 취소되거나,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정부의 국제기구를 통한 대북지원은 12년 만으로, 북한이 지원 계획을 거부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미 농무부가 22일(현지시간) 올해 북한의 쌀 수확량을 136만t에 그칠 것으로 추정하고, 10년 사이 최저치를 기록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예상하는 등 북한의 식량 여건이 좋지 않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한·미 연합훈련을 이유로 들며 남측의 쌀지원에 대한 거절의사를 보인 건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다.

북한이 이처럼 한·미 연합훈련에 민감한 이유는 미국과의 협상에서 기선제압용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여기에 지난 4월 한미 공군 연합편대군 훈련(옛 맥스 선더)에 대한 거부감이 작용했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대북 소식통은 "한·미 공군이 지난 4월 22일부터 2주일 동안 연례적인 전술훈련을 실시했다"며 "그러나 북한은 김 위원장이 북·러 정상회담(4월 25일)을 위해 북한을 떠난 시점에 대규모 공군 훈련이 진행된 걸 몹시 서운해 하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한미는 연초부터 계획된 훈련을 일정대로 한 반면, 김 위원장은 갑자기 러시아와 정상회담을 했음에도 군사적인 위협을 느겼다는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정부는 국내의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인도주의 차원에서 대북지원을 추진해 왔다”며 “국내 여론수렴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고려하는 국내외적 절차상 시간이 걸리면서 지원이 늦어진 것에 대한 불만일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 2월 정부가 북한에 제공하려던 독감치료제 타미플루의 지원이 미국과 협의 과정에서 시간이 걸리자 수령을 거부한 전례가 있다는 것이다. 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집권뒤 허리띠를 졸라메지 않도록 하겠다고 공언했는데, 남측으로부터 공개적인 지원에 대한 거부감이 작용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지난 16일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다음달 열리는 한ㆍ미 연합훈련을 문제 삼은 데다, 북한이 연내에 미국과 비핵화 담판에 사활을 걸고 있는 만큼 북한의 이런 움직임은 최대한 상황을 경색시키고, 미국과의 협상에 올인하려는 의도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북한은 모든 남북 대화를 중단한 것은 물론, 다음달 4일 고(故)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의 16주기 행사를 금강산에서 진행하겠다는 현대아산측의 제안마저 거절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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