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30 (화)

[매경이 만난 사람] 10년째 충청북도 이끌고 있는 이시종 지사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이시종 충북지사가 충북 청주시에 있는 도청사 집무실에서 신성장동력 산업 육성, 기업 투자 유치 등 도의 발전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제공 = 충북도]


'고희(古稀)'를 넘어섰다. 17·18대 국회의원 시절 동안 일에 대한 열정 덕택에 '만년 청년'으로 불렸던 이시종 충북지사(72)는 지금까지 걸어온 시간에 대해 "참 행복했던 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의 고향에서 50년이 넘는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다. 충북 충주에서 태어나 고등학교까지 충북에서 다녔고 충북도 법무관, 세정과장, 기획관리실장 등을 지냈다. 네 번의 충주시장(관선 포함)과 세 번의 충북지사까지. 그에게 70년의 시간은 '충북'과 함께했다.

그래서 더 열심히 했다. 충북 예산을 따러 중앙부처 문을 두드렸고, 투자 유치를 위해 기업들을 만나 충북 매력을 설명하느라 휴가도 반납한 적이 수도 없었다. 그 덕택에 충북은 놀랍게 발전했다. 이 지사가 충북을 이끈 9년간 6000개가 넘는 기업이 충북에 70조원의 돈 보따리를 풀었다. 이 기간 경제성장률 1위, 지역총소득(GRNI) 증가율 1위, 도민 생활 만족도 1위 등의 우수한 성적표도 냈다.

하지만 이 지사는 아직도 할 일이 많다고 했다. 그가 항상 양복 상의 주머니에 품고 다니는 작은 수첩은 충북의 발전 전략으로 빼곡히 채워져 있다. '한번 보여줄 수 있느냐'는 기자 요청에 이 지사는 '6대 신산업은? 충북의 미래 먹거리'라는 내용이 적힌 낡은 수첩의 한 페이지를 보여줬다. 다른 페이지에는 '100조원, 5%'라는 숫자도 메모돼 있었다. 이 지사는 "충북에 기업 투자를 100조원까지 끌어올려 전국 지역내총생산(GRDP) 대비 충북 비중을 5%대까지 높이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일본의 한국 수출 규제 대응 해법은.

▷우리나라 기술이 주요한 장치산업은 미국 일본 등에 대부분 의존하고 있는데 여러 면에서 취약하다. 일본에서 종자까지 수입하고 있는데 우리 스스로 생산할 능력을 갖춰야 한다. 일본의 대한국 수출 규제는 수십 년간 무역 및 경제성장을 떠받쳐온 글로벌 무역 규칙에 심각한 도전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가 신기술보국 시대를 열어야 한다. 기술 개발은 자금 여력이 충분한 대기업들이 주도하고 정부는 대기업, 출연연구기관 등 최고 연구 능력자들을 중심으로 '기술보국 드림팀'을 구성하고 지원해주는 역할이 최선이다. 지방자치단체는 반도체 소재 국산화에 걸림돌이 되는 환경 규제를 완화시켜 공장을 지을 적정 용지를 찾아주는 일에 적극 나서는 등 역할 분담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평소 제조업 경쟁력 제고가 한국 경제의 성장 전략이라고 강조했는데.

▷제조업 경쟁력을 높이는 것은 이제 우리 경제의 생존 문제다. 한국을 떠나는 대·중소기업이 급증하고 국내 설비 투자도 저조하다. 중소기업을 붙잡아두는 정책을 내놔야 한다.

우리 충북은 제조업 분야 부가가치, 생산성, 기업 경쟁력을 높여 충북의 '제조업 르네상스'를 완성해나갈 것이다. 그러려면 기업들이 맘놓고 투자할 수 있는 경제·사회 환경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미국 등 외국 기업이 우리나라에 투자하고 국내 기업이 외국에 나가지 않고 투자할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국내에서 외국인 근로자는 현재 불법체류자까지 감안하면 100만명 이상이다. 건설 현장도 그렇고 소·돼지, 고추 농장, 중소기업 현장에 가보면 주인만 한국 사람이고 90% 이상이 외국인 근로자다. 우리나라 자본가가 해외 공장을 돌려 외국인과 만든 제품을 국내에서 팔아 세금을 내고 기업을 유지하는 구조, 국내 기업 현장에서 외국인 근로자가 없으면 공장을 못 돌리고 농사를 못 짓는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한 정책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기업 유치 성과가 주목받고 있다.

▷충북은 땅이 작고 바다도 없고 뚜렷한 관광자원도 없다 보니 여건이 굉장히 불리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길은 첨단 산업을 유치해 승부를 걸 수밖에 없다. 그래서 충북지사 취임 이래 '생명과 태양의 땅 충북'이라는 기치 아래 생명과 관련된 산업, 태양광과 관련된 산업, 바로 태양광, 뷰티 등 6대 신성장산업에 집중했다. 그러면서 만년 3% 수준에 머물러 있던 충북 경제의 틀을 깨고 한 단계 성장시킨다는 전략으로 '4% 충북 경제+1인당 GRDP 4만달러 달성'이라는 도정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방안은 투자 유치가 핵심이었다. 그 결과 민선 5~6기 SK하이닉스 한화큐셀 CJ제일제당 셀트리온제약 등 5497개 기업, 64조3131억원의 투자 유치를 이끌어냈다. 민선 7기에도 7월 현재 총 12조1117억원에 달하는 투자 유치 실적을 올렸다.

대규모 투자 유치와 더불어 6대 신성장 첨단 산업이 세계시장에서 뜨면서 충북 경제도 같이 뜨기 시작했다. 2017년 GRDP는 55조3000억원으로 2009년(36조5000억원)보다 18조8000억원 증가했다. 충북 경제 비중은 2009년 전국의 3% 수준에 그쳤지만, 2017년에는 3.56% 수준까지 올랐다. 기업체 수는 6680개에서 1만30개로 늘었고 기업체 종사자 수도 6만2000명이 증가한 23만2000여 명에 달한다. 충북의 경제성장률은 매우 높지만 아직 규모 면에서는 갈 길이 멀다. 민선 7기 투자 유치액인 40조원 목표 달성을 넘어 2028년까지 투자 유치 100조원 달성을 목표로 매진하겠다.

―충북이 국가대표 바이오·헬스 산업 지역으로 꼽히는데.

▷충북은 바이오가 생소했던 1990년대부터 미래 먹거리 전략산업으로 선정해 육성했다. 충북은 청주 오송에 보건의료 6대 국책기관, 유한양행 녹십자 대웅제약 셀트리온 LG화학 등 국내 10대 제약사는 물론 530여 개 바이오·헬스 기업, 국립중앙인체자원은행 국립줄기세포재생센터 등 바이오·메디컬 시설, 오송 제1·2생명과학단지, 오송첨단의료복합단지, 충북산학융합지구 조성 등 국내 유일의 산학 연관 바이오클러스터를 구축했다.

지난 5월 문재인 대통령이 충북을 방문해 바이오·헬스 국가비전 선포식을 하면서 충북 바이오산업은 획기적인 도약의 계기를 마련했다. 2030년 세계 3대 바이오밸리 진입을 목표로 바이오·헬스 5대 육성 전략을 수립했다. 총 8조2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바이오 전문인력 양성에 1조5000억원, 바이오 미래 성장 기반 조성에 1조7000억원, 천연물·화장품 혁신 생태계 조성에 1조2000억원, 국가산업단지 조성에 3조8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5대 육성 전략이 제대로 추진된다면 도내 바이오 기업은 424개에서 1600개로 증가하고 20만개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다.

―충북의 퀀텀점프를 위해 강호축 개발을 줄곧 강조해왔다.

▷지난 1월 충북선 철도 고속화 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 면제가 확정되면서 '강호축(江湖軸)' 개발의 초석을 놓았다. 충북선 철도 고속화 사업 등 모두 7개 사업 12조9000억원의 사업비를 따낸 성과를 냈다. 강원과 충청, 호남을 연결하는 새로운 성장축인 강호축은 고속 교통망 구축이 핵심이다. 이로써 충북선을 통해 끊어져 있는 호남~강원 국토교통망이 연결될 수 있게 됐다. 인적·물적·사회문화적 교류 등 전반적인 소통 통로가 마련되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동해북부선(강릉~고성 제진)을 신규로 연결하면 목포에서 제진까지 고속화된 철도망이 구축된다. 이렇게 되면 향후 시베리아횡단열차로 유럽까지 뻗어나갈 수 있는 실크레일도 완성될 것이다. 강호축에 경박단소형 첨단 산업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도입한다면 미래의 대한민국을 견인할 수도 있다. 해당 시도들은 이미 바이오, 자동차, 에너지 등 특화된 첨단 산업을 전략화하고 있다. 바이오의약·태양광(충북), 신재생에너지(전북), 바이오화학(전남), 유전자·의약(대전), 스마트헬스케어·풍력에너지(강원) 등이다. 강호축을 따라 뻗은 백두대간을 십분 활용해 관광·치유 벨트 조성에도 나설 계획이다.

"속리산·소백산 보유한 충북…관광 인프라 개선 힘쓰겠다"

매일경제

―도민들의 복지와 삶의 질을 확 높이기 위한 정책을 구상하고 있는지.

▷어려운 사람이 가장 먼저, 가장 많이 배려받는 충북형 포용 복지 실현에 주력하고 있다. 시대 변화에 따른 복지 시책을 지속 발굴해 도민 모두가 체감하는 맞춤형 평생복지를 구현해나가는 것이 목표다. 민선 7기에는 도 단위 전국 첫 자살 예방을 위한 우울증 환자 치료관리비를 지원하고 전국 최초로 산모 1만명을 대상으로 지역 생산 친환경농산물꾸러미 지원을 실시했다. 또한 원스톱 치매 통합 관리 서비스 제공을 위한 치매안심센터를 도내 14곳에서 운영하고 있다.

―해양과학관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데.

▷전국에서 유일하게 충북은 바다는 물론 해양시설이 전무한 상태다. 바다 없는 내륙권 국민도 '해양'에 대한 욕구 충족이 필요하다.

지난 3월 15일 충북 청주시 청원구 정상동 밀레니엄타운 내 미래해양과학관 건립 예정지에서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해양수산부 관계자들이 현지 실사를 했다. 예타가 통과되면 2022~2024년 공사를 거쳐 2025년에는 미래해양과학관이 개관될 것으로 보인다. 충북도는 해양 역사, 문화 등 과거 지향 콘텐츠를 지양하고 4차 산업혁명 등 미래 지향적 해양 가치 위주로 하는 오직 미래의 가치만을 추구하는 해양과학관을 건립할 계획이다. 단순한 에듀테인먼트 기능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미래 직업으로서 해양과학을 생각하는 청소년을 타깃으로 하는 과학관이다. 미래해양과학관이 청주에 조성되면 1시간 내 이용권역 인구 1200만명을 확보하고 있어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3월 청주공항 거점 항공사 면허 발급으로 청주공항 활성화 기반이 마련됐는데.

▷청주국제공항이 올해 상반기 이용객 148만2957명(지난해 117만8139명)으로 여객 증가율 1위를 기록하는 등 활성화에 청신호가 켜졌다. 청주공항은 1997년 비행(飛行) 이후 올해 연간 이용객 300만명을 처음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말에 여객 300만명을 달성하고 청주공항을 모(母)기지로 한 에어로K가 예정대로 내년 4월 취항하면 충북 지역의 숙원인 공항 활성화에 본격적인 시동이 걸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에어로K가 2022년까지 비행기 6대를 도입해 5개국 11개 국제 정기노선을 취항하면 현재 12개 노선에서 23개 노선으로 확대된다. 에어로K 운항 시 향후 3년간 5276억원의 생산 및 부가가치, 1005명의 고용유발효과도 발생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충북 관광 업그레이드 계획은.

▷충북은 매년 관광객이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관광객은 2545만2411명으로 4년 전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어났다. 경기 불황 여파에도 불구하고 휴식 공간과 체험시설이 늘고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있는 킬러 콘텐츠가 확충되면서 관광객이 다시 찾는 '재방문율'이 높아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대규모 관광단지 등 제2의 도약을 위한 관광 인프라스트럭처 확대를 위해 노력해나갈 계획이다. 이달 말 일부 시설이 개장하는 중부권 최대 관광단지인 증평 에듀팜특구 관광단지는 물론 단양 소백산 '리프레쉬' 관광단지, 보은 속리산 중판지구 관광단지를 대규모로 조성하고, 충주호 호수관광벨트와 백두대간 휴양관광벨트를 국토교통부와 연계 협력한 광역관광벨트로 구축해나가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또한 권역별 지역 특화 관광 인프라 기반 구축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외 관광객 유치를 위해 우선 거점 항공사를 발판으로 청주국제공항 활성화에 전력하고 청주전시관 연계 대형 호텔(5성급·500실), 청주밀레니엄타운 내 호텔(250실) 등 대규모 관광호텔을 유치하는 한편 맞춤형 관광상품 개발 및 홍보·마케팅 전략을 수립에 적극 나설 것이다.

▶ 이시종 충북지사는…

△1947년 충북 충주 출생 △청주고·서울대 정치학과 졸업 △행정고시 10회 합격 △강원 영월군수 △대통령비서실 건설교통행정관 △국무총리 행정조정실 심의관 △내무부 지방자치기획단장 △충주시장 △17·18대 국회의원 △전국시도지사협의회장 △충북지사(3선)

[청주 = 조한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