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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밤, 한·일 WTO 대격돌···‘미스터 디테일’ 김승호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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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겨 본 사람이 이긴다.”

‘총성 없는 전쟁터’, 무역 통상 분쟁에서 널리 통하는 격언이다.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에 대응하는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가 정부 대응팀을 꾸리면서 염두에 둔 말이기도 하다. 산업부는 지난 4월 일본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를 둘러싼 WTO 한·일전에서 역전승을 거둔 주역을 주축으로 대응팀을 만들었다. 이들은 23~24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WTO 일반이사회에서 국제 여론을 한국 편으로 만들기 위한 ‘설득전’에 들어간다. WTO 한ㆍ일전 2차전을 치를 드림팀의 면면이 관심을 끈다.

중앙일보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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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디테일’=대응팀을 이끄는 수장은 김승호(57) 신통상질서전략실장이다. 김 실장은 외무고시 출신이다. 33년 공직 생활 대부분을 통상 분야에서 뛴 정통 통상 관료다. 주벨기에 공사, 외교부 양자경제외교국장, 주 이란대사 등을 역임하다 올 2월 실장으로 부임했다. 외교부 근무 시절 WTO 분쟁 판례 연구 카페 운영진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김 실장은 보고서의 모든 부분을 꿰고 세밀한 오류까지 잡아낼 정도로 치밀하다는 평을 받는다. 산업부 내에서 ‘미스터 디테일’로 통하는 이유다. 작은 조항 하나로도 국가 간 문제가 불거질 수 있는 통상 분야에서 꼭 필요한 자질이다. 김 실장은 특히 2006년 한국인 최초로 WTO 산하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위원회 의장으로 활동해 WTO 실무에 밝다. 산업부 관계자는 "김 실장은 공을 아래에 돌리는 리더"라며 "여러 부처가 협업해야 하는 정부 대응팀의 수장답다"고 소개했다.

일반적으로 WTO 회의엔 주 제네바 대사가 수석대표로 나오지만, 정부는 이번에 김 실장을 수석 대표로 투입했다. 그는 출국길에 “(일본의 조치가) 얼마나 황당하고 어처구니없는 것인지 잘 설명한다면, 통상을 해 본 사람이라면 쉽게 알아들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그를 두고 일본 NHK는 “WTO 후쿠시마 수산물 분쟁에서 일본에 역전패를 안긴 ‘통상통’이 한국 측 대응팀에 온다”고 보도했다.

◇이겨 본 파이터=김 실장이 수장이라면 참모는 정하늘(39) 통상분쟁대응과장이다. 정 과장은 통상 분야 ‘스타 변호사’ 출신이다. 그는 미국 뉴욕주립대 철학과와 일리노이대 로스쿨을 졸업했다. 미국 변호사 자격을 딴 뒤 국내로 돌아와 법무법인 세종에서 국제 변호사로 이름을 날렸다. 2016년엔 글로벌 법률시장 평가기관인 체임버스 앤 파트너스로부터 통상 분야 ‘떠오르는(up and coming) 변호사’로 선정됐다.

산업부는 정 과장을 알아봤다. 지난해 4월 정 과장을 스카우트해 통상분쟁대응과장이란 중책을 맡겼다. WTO 후쿠시마 수산물 분쟁을 다룬 과다. 1심에서 패한 뒤 패색이 짙은 상황에서 그에게 어려운 임무를 맡겼다. 하지만 정 과장을 중심으로 한 정부 대응팀은 WTO 내에서도 강자인 일본을 상대로 역전승을 거뒀다. 위생 관련 WTO 분쟁에서 피소국이 이긴 사례는 처음이었다.

정 과장의 취미는 이종 격투기다. UFC 김동현 선수와 스파링한 경험이 있을 정도로 수준급 실력이다. 지난해 WTO 한ㆍ일전 1차전 때는 제네바 호텔에 ‘워룸(War Room)’을 차려놓고 3주간 밤샘을 마다치 않고 시뮬레이션을 반복했다. 눈에 갑자기 종양이 생겨 귀국해 제거 수술을 받았을 정도로 스트레스가 심했다. 당시 실무팀 관계자는 “정 과장이 불도저처럼 밀어붙여 주위에서 만류할 정도로 ‘파이터’ 면모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설득의 달인=제네바 WTO 청사 중앙에는 유리 지붕으로 덮인 넓은 홀이 있다. 커다란 나무를 중심으로 카페처럼 꾸민 곳이지만 각국을 대표하는 통상 담당 외교관이 의견을 나누고 정보를 얻는 무역 전쟁터다. 권혁우(47) 주 제네바 대표부 참사관은 거의 매일 이곳에 들르는 통상 국가대표다.

정 과장이 실무를 책임진다면 제네바 현지에서 대응팀을 지원하는 ‘병참기지’ 역할을 맡은 이가 권 참사관이다. 그는 지난 WTO 1차전에서도 현지에서 정부 대응팀을 지원했다. 그는 산업부 내에서 다소 독특한 이력을 가졌다. 행정고시 합격 후 2002년 산업부에 입직했지만, 2005~2011년 외교부에서 경력을 쌓았다. 그의 근무지엔 항상 ‘국제ㆍ자유무역협정(FTA)ㆍ통상’이 따라붙었다.

산업부 내 통상교섭본부엔 통상 분야 외길을 걸어온 경우가 많은데 그는 산업부 출신이라 산업에 대한 이해가 높다는 평을 듣는다. 2017년엔 까다로운 한ㆍ중미 FTA 협상을 매끄럽게 마무리했다. 김 실장과 마찬가지로 지난해 WTO 세이프가드 위원회 의장으로 활동했다.

그는 협상장에서 ‘설득의 달인’으로 통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부드러우면서도 명확하게 협상을 이끄는 편이라 ‘강단 있다’는 평을 듣는다”며 “상대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제안을 반복하자 직원들과 협상장에서 짐을 싸서 나가는 ‘강수’를 둔 적도 있다”고 전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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