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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단독]삼척 전복 승합차, 17년 간 최소 7번 사고…'베이퍼 록'에 의한 브레이크 결함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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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이력 보니…보험처리 사고만 7번 ‘3년에 1번 꼴’
사고 당시 뒷바퀴 빠져…경찰, 차량 결함 가능성 수사
"‘베이퍼 록’ 현상에 의한 브레이크 결함" 분석도

16명이 탑승했던 ‘강원 삼척 전복 사고’ 승합차는 지금까지 최소 7번 사고가 났던 17년 된 노후차량인 것으로 확인됐다.

23일 경찰과 보험개발원의 중고차 사고이력정보 보고서에 따르면 사고가 난 승합차는 2002년식 현대차 그레이스 터보 15인승 모델로, 현재는 단종된 모델이다. 2002년 12월 3일 처음 번호판 등록을 한 사고 차량은 17년간 소유자가 총 4번 변경됐다. 마지막으로 소유자가 바뀐 건 지난해 4월이다.

조선일보

22일 강원 삼척시 가곡면 풍곡리 도로에서 사고가 난 승합차가 옮겨지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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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승합차는 한 번에 많은 사람을 태울 수 있어 마을버스나 학원차로 많이 사용됐다. 다만, 강씨는 차량을 ‘영업용’이 아닌 ‘자가용’으로 등록했다. 현재 사고 차량은 삼척 인근 정비소에 맡겨진 상태다.

사고이력을 보면 강씨의 승합차는 2002년부터 2012년까지 7번의 사고가 발생했다. 수리비로는 총 774만 5530원이 지출됐다. 중고차 업체 관계자는 "사고 이력 정보로는 보험처리 내용만 확인할 수 있어 개인 비용으로 처리한 사고가 더 있을 수 있다"며 "보험 이력만으로도 3년에 1번 이상은 사고가 났던 차량"이라고 했다.

정비소 관계자는 "파손이 심해 정확한 상태는 모르겠지만, 차량을 봤을 때 사고 이전 (부품교체 등) 평상시에 잘 정비된 차량이라는 느낌을 받긴 어려웠다"고 했다.

경찰은 사고가 난 그레이스 승합차 뒷바퀴가 빠져있던 점으로 미루어 차량 결함 가능성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운전 부주의나 제동장치 이상 등으로 사고가 났을 것으로 보고 조사 중"이라며 "사고차량에 블랙박스나 주변 폐쇄회로(CC)TV가 없어, 차량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정밀 분석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노후한 차량 상태와 5~6시간 장시간 운행을 하다 구불구불한 산길이 계속 이어진 점 등 사고 당시 상황을 봤을 때 ‘베이퍼 록(Vapor lock) 현상’에 따른 사고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베이퍼 록은 여름철 온도가 높을 때 긴 내리막길 등에서 브레이크를 많이 사용하면 브레이크 오일 속에 기포(Vapor)가 생기면서, 브레이크 페달을 밟아도 유압이 전달되지 않아 브레이크가 작동되지 않는 현상을 말한다.

실제 사고 피해자도 브레이크 결함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다. 사고로 다친 이모(70)씨는 "낡은 차에 여러 명이 타 내리막길에는 서로 겹쳐 앉아 있었는데, 운전석에서 갑자기 ‘브레이크가 말을 안 듣는다’는 소리가 들렸다"며 "‘꽉 잡아라’ 소리가 들렸다가, 눈을 떠보니 이미 사고가 나 있는 상태였다"고 했다.

운전미숙일 가능성도 거론된다. 숨진 운전자 강씨는 10년 전에도 사상자 16명이 발생한 교통사고를 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09년 1월 20일 오후 6시 10분쯤 홍성군 홍성읍 옥암리 축협 앞 편도 2차로 도로에서 강씨가 운전하던 승합차가 앞서가던 굴착기를 들이받아 5명이 숨지고 11명이 다쳤다.

당시 사상자들 역시 밭일을 위해 강씨가 모집한 마을 사람들이었다. 강씨는 이 사고와 관련해 '보험 가입·피해자들과 합의' 등을 이유로 불구속 입건돼 이후 재판에서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형을 선고받았다.

[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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