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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리고, 숨기고' 액면가로 포장…의원님들만 아는 '로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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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금 보시는 것은 20대 국회의원들이 공개한 재산 내역입니다. 한 국회의원은 자신이 보유한 주식 가치를 9000만 원이라고 신고했습니다. 그런데 이 회사가 보유한 건물과 토지 공시지가만 200억원이 넘고, 실제 주식 가치는 수십억 원에 달했습니다. 또 다른 국회의원은 배우자가 보유한 주식 가치를 350만 원이라고 신고했지만, 주식은 상장되자마자 2억 원이 넘게 치솟았습니다. 국회의원들은 3000만 원 이상 주식을 보유하면, 해당 기업과 이해관계가 있는지를 심사 받아야합니다. 그러나 이처럼 액면가로 신고하는 비상장 주식들은 대부분 해당되지가 않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3000만 원 이하의 비상장 주식은 문제가 없을지 저희 탐사보도 취재진이 국회의원 297명이 보유하고 있는 비상장 주식들을 전수 조사했습니다. 오늘은 먼저 비상장 주식을 가진 의원들이 법안을 발의하거나 심사할 때 생기는 이해충돌 실태를 전해드리겠습니다.

이지은 기자입니다.

[이지은 기자]

이곳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장 앞입니다.

예결위에서는 매년 500조 원에 육박하는 예산을 심의하고 또 확정해 국회의원 상임위 중에서도 '꽃보직'으로 불립니다.

그만큼 영향력이 크지만 그 책임도 막중합니다.

특히 3000만 원 이상 주식은 모두 팔거나 국융기관에 대신 팔아달라고 맡겨야 합니다.

모든 분야의 예산을 담당하고 있는 만큼 자신이 보유한 주식의 회사에 특혜를 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예결위에 있으면서도 자신이 보유한 주식에 대해서 심사를 받지 않거나 늑장 청구를 한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홍철호 의원과 이은재 의원은 지난 2017년 하반기 예결위원으로 활동했지만 주식백지심탁 심사를 아예 청구하지 않았습니다.

김병욱, 김종대, 권은희 의원 등도 예결위원으로 활동할 당시 제때 심사를 청구하지 않아 논란이 된 바 있습니다.

그렇다면 올 하반기 예결위에 배정된 의원들은 어떨까요.

저희 취재팀이 예결위원 50명을 전수조사했습니다.

3000만 원 이상 주식을 보유한 예결위 의원들은 김삼화, 이용호, 정유섭, 홍철호 의원이었습니다.

이들은 일단 심사 청구를 하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직무 연관성이 있다는 결과가 나오면 해당 주식을 파는 대신, 예결위원을 사임하겠다는 것이 대부분의 답변이었습니다.

예결위에서 1년 반 동안 활동했던 민경욱 의원도 지난해 예결위에서 물러났습니다.

자신이 보유하던 비상장 주식 티슈진의 가치가 기존 액면가 2000만 원에서, 상장 이후 4억 원 이상으로 뛰어올랐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민 의원은 상장 전에도 티슈진에 이익이 될 수 있을 법안을 발의했던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관련 내용을 이태경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이태경 기자]

2016년 당선된 민경욱 의원이 당시 공개한 재산 목록입니다.

세포 조작 논란이 제기된 인보사 개발사인 티슈진의 주식이 눈에 띕니다.

예결위원이 된 민 의원은 보유 주식을 정리하면서도 티슈진은 처분하지 않았습니다.

규정상 해외 주식은 팔지 않아도 되기 때문입니다.

[민경욱/자유한국당 의원 : 예결위원을 2년 했어요. 첫 번째 할 때 주식을 가지면 안 된다고 해서 모든 주식을 갖고 있던 것을 전부 다 처분했어요.]

그런데 민 의원은 2017년 5월 해외에서 국내로 돌아오는 기업들을 지원하는 법안을 냈습니다.

이후 정부는 관련 대책도 발표했습니다.

민 의원이 주주인 코오롱티슈진도 대상에 포함됩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 : 코오롱이 양쪽 회사(코오롱티슈진·코오롱생명과학) 각각에 대해서 30% 이상의 지분을 가진 동일한 지배자면 그게 유턴한 것으로…]

인보사 개발에 차질을 빚은 티슈진은 관련 혜택을 신청하지는 않았지만, 6개월 뒤 코스닥에 상장했습니다.

액면가 2000만 원이었던 주식 가치는 4억8000만 원이 됐습니다.

예결위원이 되면서 다른 주식을 전부 팔았던 민 의원은 이번에는 티슈진 매각 대신 예결위원직을 내놨습니다.

[민경욱/자유한국당 의원 : 2000만 원 됐다가 뭐 얼마가 올랐는지는 모르겠지만 적법하게 그건 갖고 있다가 지금 거래정지가 됐어요, 0원. 그러니까 나같이 이렇게 가난한, 가난한 것보다도 모범적인 사람한테 와서 이렇게 하실 필요 없고, 돈 많은 사람한테 가서 좀 하세요.]

민 의원이 티슈진을 보유하기 시작한 것은 2004년.

KBS 워싱턴 특파원 시절, 인보사 개발자인 이관희 대표를 통해서 샀던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민경욱/자유한국당 의원 : (지인 추천이라고 하셨는데 워싱턴 특파원 시절이신 것 같은데 이관희 박사가 그쪽…) 맞아요, 어떻게 아세요?]

2006년에는 자신이 보유한 티슈진이 미국 식품의약국 임상시험 허가를 받았다며 관련 보도와 함께 이 대표도 인터뷰했습니다.

당시 국내 매체 중 워싱턴 특파원이 관련 기사를 쓴 것은 KBS뿐이었습니다.

[민경욱 (2006년 7월 24일/KBS '뉴스9') : 전 세계적으로 연간 60조원 규모의 관절염 치료제 시장에 큰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됩니다. 메릴랜드 게이더스버그에서 KBS 뉴스 민경욱입니다.]

이는 KBS 윤리강령에도 어긋나지만 민 의원은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민경욱/자유한국당 의원 : 투자자를 모으는 초기 단계였어요. 오히려 그건 모험이었죠, 모험. 자유시장 경제에서 주식을 사고파는 것은 불법행위가 아닙니다.]

민 의원이 KBS를 떠나 청와대 대변인을 맡았던 시절 티슈진은 급성장했습니다.

2015년 8월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티슈진을 예로 들며 규제가 바이오산업 발전을 가로막는다고 지적했습니다.

이후 티슈진은 줄기세포 임상시험을 허가받았고, 제품 판매와 주식시장 상장에도 성공했습니다.

민 의원은 해외 유턴기업 지원법안을 발의한 데 대해서는 "지역구의 인천경제자유구역에 중소기업을 유치하려 한 것"이고 "티슈진과 관련해서는 어떤 이득도 추구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앵커]

비상장 주식을 보유한 의원들의 이해충돌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예산이나 법안을 심사할 때도 관련 문제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자신이 보유한 비상장 회사에 유리한 발언을 하거나, 관련 업계에 예산을 배정하는 것이 대표적입니다.

윤샘이나 기자입니다.

[윤샘이나 기자]

예결위 소속인 홍철호 의원의 재산 공개 내역입니다.

닭 가공업체 두 곳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액면가로만 33억원입니다.

그 중 한 곳은 홍 의원 동생이 대표로 있는 국내 대형 치킨 프랜차이즈에 닭을 납품하며 지난해 10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습니다.

예결위원의 경우 3000만원 이상 보유 주식은 포괄적 직무 연관성을 인정받아 모두 백지신탁해야 합니다.

홍 의원은 2017년 예결위 간사를 맡으면서도 심사청구를 받지 않았습니다.

당시 예산안 심의에서 AI 확산을 막기 위해 양계 농가에 500억원의 예산을 추가로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홍철호/자유한국당 의원 (2017년 추경심의) : 닭 산업의 전문가라면 전문가인 입장에서 반드시 CCTV를 달아줘야 합니다. 500억 정도만 이번에 추경을 해주시면.]

홍 의원 측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

[홍철호/자유한국당 의원 : 우리 회사는 닭을 안 키워요. 그건 농가 지원해 준 거니까. 전문성 가진 사람들이 조언도 해주고 정부에. 정책에 반영도 해주고 예산에 반영도 해주고.]

전문가들은 이해관계가 충돌된다고 지적합니다,

[박선아/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전문성과 이해충돌이 함께 가지는 않는데 방어용으로 얘기한다는 생각이 들고 자기의 업무와 사적 이해관계가 있는지에 대한 판단을 넓혀서 해야 한다.]

정무위 소속인 최운열 의원이 2016년 공개한 재산 내역입니다.

부인이 유산균을 만드는 바이오 업체 비상장 주식 7000주, 액면가로 350만원을 가지고 있다고 신고했습니다.

당시 해당 업체는 주당 2만원이 넘는 가격으로 중국 회사로부터 투자를 유치받았습니다.

최 의원 측이 보유한 주식 가치만 1억원이 넘는 셈.

최 의원은 법안을 심사할 때도 비상장 기업에 유리한 발언을 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비상장 기업이 주식 담보 대출을 받을 때 금융위 인가를 받아야 하지만, 주식 거래가 활발한 회사는 제외하자고 주장한 것입니다.

당시 최 의원이 투자한 회사는 장외시장에서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는 종목이었습니다

지난해 이 회사가 상장하면서 최 의원 측은 액면가 350만원의 주식을, 2억원에 팔았습니다.

최 의원은 "주식 보유 시기와 발언 내용이 맞물려 오해할 수 있겠다"면서도 "1999년 설립 당시 투자한 주식으로 발언 당시에는 이 주식을 갖고 있는지 자체도 몰랐다"고 해명했습니다.

(영상취재 : 손건표 / 영상디자인 : 신재훈·조승우)

이지은, 이태경, 윤샘이나, 장후원, 조용희, 박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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