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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영국 “유조선 억류 풀라” 이란 제재 검토…긴장의 호르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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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독일도 대이란 한목소리

이란 “영국, 미국 장신구 되지 말라”

총리 취임 앞둔 존슨 첫 시험대

중앙일보

이란 혁명수비대원이 지난 19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 인근을 지나던 영국의 유조선 ‘스테나 임페로호’를 나포하기 위해 헬기에서 갑판으로 줄을 타고 하강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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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이 영국 국기를 단 유조선 스테나 임페로호를 억류한 데 대해 영국 정부가 자산 동결 등 이란 정권을 조준한 재재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텔레그래프가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란은 이에 대해 “이란은 페르시아만과 호르무즈 해협의 안보를 지켜 왔다. 영국은 더는 미국의 ‘경제 테러리즘’(제재)의 장신구가 되지 말아야 한다”(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외무장관)고 주장했다.

이란 핵 합의에서 탈퇴한 미국이 대이란 제재를 강화하고, 영국이 미국의 요청으로 지브롤터 해역에서 이란 유조선을 억류한 뒤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이 점점 더 고조되고 있다.

영국은 19~20일(현지시간) 내각의 긴급 안보관계 장관 회의인 ‘코브라’를 잇따라 열고 이란에 불법적인 억류를 풀라고 요구했다. 로이터통신은 영국 정부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유엔 사무총장에게 서한을 보내 이란의 유조선 나포를 ‘불법적 간섭’이라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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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스 존슨.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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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탈퇴에도 불구하고 영국과 함께 이란 핵 합의 유지 입장인 프랑스·독일 정부도 이란에 유조선 석방을 요구했다. 프랑스 외무부는 성명에서 “선박과 선원을 즉각 석방하고 걸프 해역에서 항행의 자유 원칙을 지켜 달라”고 이란 측에 요구했다. 이어 “이란의 억류는 걸프 지역에 필요한 긴장 완화를 가로막는다”고 덧붙였다. 독일 외무부도 “이란에 즉각 선박을 풀어주라”고 거들었다.

이란은 임페로 호가 자국 어선과 충돌한 것이 억류의 시발점이었다고 했지만, 지난 4일 영국이 지브롤터에서 자국 초대형 유조선을 억류한 데 대한 반발 차원이 크다.

이란의 유조선 억류는 24일 새 총리로 취임할 것으로 예상되는 보리스 존슨 전 외무장관에게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존슨 전 장관은 자신의 총리직 경쟁자이자 코브라의 멤버인 헌트 장관으로부터 정부의 대응책과 상황을 전달받고 있다. 존슨 전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과 성향이 비슷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전직 해군 제독인 로드 웨스트는 옵서버 기고에서 “누가 총리가 되더라도 취임하자마자 중대한 국제적 위기에 대면해야 한다”며 “오산과 무모한 행동은 전쟁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유조선 억류가 장기화할 경우 영국, 프랑스, 독일이 유지해 오던 이란 핵 합의에 균열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이란은 유럽이 9월 5일까지 이란산 원유 수입에 나서지 않으면 핵 합의에 따른 이행 사항은 더 줄이겠다고 예고했다. 이란의 영국 유조선 억류에 따라 중동의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면서 지난 19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8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33센트(0.6%) 오른 55.63달러에 거래를 끝냈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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