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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버X’에서 ‘타다’까지… 한 눈에 보는 ‘모빌리티 갈등’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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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인근에서 열린 '타다 아웃, 택시규제 혁신! 전국순례투쟁'에서 타다 퇴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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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정부와 여당이 △규제혁신형 플랫폼 택시 제도화 △택시산업 경쟁력 강화 △국민 요구에 부응하는 서비스 혁신 등을 골자로 하는 ‘택시업계 상생안’을 발표했다. 당정은 특히 플랫폼업계를 운송ㆍ가맹ㆍ중개 3개 영역으로 나눠 제도권 안으로 끌어 들이는데 초점을 맞췄다.

그간 택시 플래폼 운송 및 가맹업이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논란을 산 점을 감안하면 ‘한국형 모빌리티’와 ‘택시-모빌리티’간 상생에 시동을 건 셈이다. 미국의 승차공유서비스 기업 ‘우버’가 2013년 국내 서비스를 시도하면서 처음 갈등이 불거진 지 6년만이다.

◇6년간 지속된 택시-모빌리티 갈등 역사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택시와 모빌리티 업계의 갈등 역사는 2013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글로벌 시장으로 세를 넓히던 세계 1위 승차공유업체 우버는 2013년 8월 한국시장에 진출했다. 차량을 보유한 일반인과 승객을 연결해주고 수수료를 받는 일반 승차공유 서비스 ‘우버X’를 내놓으면서다.

그러나 택시 단체가 ‘생존권을 위협받는다’라며 격렬하게 반대했고, 서울시는 우버가 허가 받은 노란 번호판이 아닌 일반 차량으로 승객을 무허가 운송한다는 이유로 수사기관에 고발했다. 당시 서울시는 우버 영업신고 포상제, 일명 ‘카파라치 제도’까지 실시하며 적극적으로 우버 서비스 차단에 나서기도 했다. 결국 우버는 2015년 법원에서 불법 판단을 받고 해당 서비스를 중단했다. 현재 국내에서 진행되는 우버 사업은 고급 택시 서비스인 ‘우버 블랙’과 음식 배달 서비스인 ‘우버 이츠’ 등 일부에 그치고 있다.

이후 한동안 잠잠하던 논란은 2016년 창업한 국내 카풀 스타트업 ‘풀러스’가 2017년 11월 카풀 서비스를 24시간으로 확대하려 나서면서 다시 불거졌다. 여객자동차 운송사업법에 ‘출퇴근 시간대’에는 유상 자동차 임대가 가능하다는 조항을 이용한 것이었다. 이들은 유연근무제 등 변화한 업무환경에 맞춰 카풀 서비스도 보다 탄력적으로 운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택시업계는 또 다시 이를 불법으로 규정했고 서울시는 풀러스를 경찰에 고발했다. 결국 불법 논란에 경영난까지 겪게 된 풀러스는 직원의 70%가 구조조정 됐고, 현재는 다른 사업을 모색 중이다. 비슷한 형태의 모빌리티 서비스들도 나올 때마다 줄줄이 좌초되거나 폐업 위기에 직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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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3월 미국 뉴욕시 라 과디어 공항의 우버 탑승장에서 우버 기사가 탑승객이 집을 싣기 위해 트렁크를 열고 있다. 뉴욕=AP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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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지난해부터는 택시기사들의 분신과 고소ㆍ고발전 등 극한 대립도 이어졌다. 지난해 2월 카카오 모빌리티가 차량 공유 스타트업 ‘럭시’를 인수하고 10월 카풀 크루(드라이버)를 모집하면서 본격적으로 카풀 서비스에 시동을 걸자 택시 단체들이 운행을 중단하고 대규모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를 진행했다. 급기야 택시기사들이 잇따라 분신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정식 서비스를 연기하기도 했다. 결국 지난 3월 국토교통부와 민주당, 택시업계, 카카오로 구성된 ‘택시-카풀 사회적 대타협기구’가 극적 합의를 이뤄내면서 승차공유 서비스 갈등은 일단락됐다.

그러자 논란은 렌터카 기반 차량의 ‘타다’ 서비스로 옮아갔다. 현행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 따르면 차량을 빌려주면서 운전자까지 알선해 파견하는 것은 불법이지만, 11~15인승 승합차를 단체 관광을 위해 임차하는 경우 운전자 알선은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타다는 이 예외조항을 파고들어 11인승 카니발을 활용해 운송서비스를 하고 있는데, 택시업계는 “타다가 사실상 불법영업을 하고 있다”며 중단을 요구했다. 이번에도 ‘타다 반대’를 외치는 택시기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타다는 검찰에 고발된 상태다. 최근 정치권에서는 이른바 ‘타다 금지법’도 발의됐다.

◇“갈등 봉합에만 급급해 문제 반복”

업계에서는 시장에 진출하려는 신산업과 이를 저지하려는 택시업계 사이에서 중재자들이 눈앞의 갈등 봉합에만 급급하다 보니 갈등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기존 규제의 틀 안에서 문제를 해결하려다 보니 계속 반쪽 짜리 대책만 나온다는 의미다.

실제 지난 3월 사회적 대타협기구는 평일에 한해 출퇴근 시간인 오전 7~9시, 오후 6~8시까지 제한적으로 카풀을 허용하기로 했다. 이 개정안은 현재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교통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하고 본회의를 앞두고 있다. 그러나 그간 현행법에 적시된 ‘출퇴근 때 승용차를 함께 타는 경우 카풀을 허용한다’는 예외 조항을 아예 특정 시간대로 못박아 버리면서, 카풀 업체 내에서는 “사실상 사업성이 떨어져 사업 재검토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토부가 17일 발표한 택시제도 개편안 역시 표면상으로는 갈등을 봉합하는 듯 보이지만 정작 논란의 중심인 타다의 렌터카 이용 영업모델에는 이렇다할 답을 내놓지 못하면서 갈등의 불씨는 여전하다.

오히려 정부가 카풀에 이어 타다식 서비스에까지 진입 장벽을 높이자, 지난 3월 대타협 때부터 단추를 잘못 뀄다는 불만도 나왔다. 1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카풀 사회적대타협 무효화 및 새로운 대타협을 요청합니다’라는 청원도 올라와 사람들의 공감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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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후 서울 중구의 한 도로 위에서 타다와 택시가 나란히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홍윤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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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2013년 우버X가 전에 없던 서비스로 국내에 진출했다가 ‘불법’ 판정을 받았을 당시부터 모빌리티에 대한 본질적 딜레마를 논의했다면 6년 뒤인 지금까지 같은 고민을 반복하지는 않았을 거라고 지적한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처음 우버가 들어왔을 때는 불법으로 끝났지만, 미래에도 관련 서비스가 불법일지 고민하고 여객법의 독소조항도 공론화 과정을 거쳤어야 했는데 4년간 허송세월 보냈고 2017년에도 법리논쟁만 하다 그쳤다”며 “당장 갈등 해소에만 급급하기 보다, 근본적인 상생모델을 논의하는 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승차공유업계 관계자는 “세계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의 스타트업) 10위권 안에 △우버 △‘중국판 우버’로 불리는 디디추싱 △동남아시아의 그랩택시까지 승차공유업체만 3곳이 이름을 올리고 있는데, 우리는 문제가 반복될 때마다 정부가 택시업계의 손을 들어주는 모습”이라고 한탄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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