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부모교육을 많이 받았습니다. 아이가 아주 어릴 때부터요, 제가 교육을 하는 것은 강사님의 말씀과 같아서 너무나 안심이 되는데 주변에서는 제가 아이를 키우는 것이 유별나다고 합니다. 저는 아이의 이야기를 다 들어주고 화를 내지도 않았습니다. 아이가 잘못을 해도 한쪽으로 데리고 가서 천천히 이야기를 다 들어주고 왜 그러면 안되는 지 자세하게 설명을 해 줬습니다. 그런데 제가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요?"
이런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주변에서는 속 좋은 어머니라고 이야기를 하다고 합니다. 이런 질문을 하는 어머니는 아이를 잘 키우고 있는 자신에 대해 칭찬과 지지를 받고 싶어서 질문을 합니다. 아이들과 대화를 잘 하는 어머니인데 왜 아이를 키우는 것이 잘못되었다고 하는지 궁금해 합니다.
그러면 저는 어머니께 이런 질문을 합니다.
"아이에게 좋은 엄마라고 생각하시는데 주변에서는 왜 아이를 키우는 것이 유별나다고 하는지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서 이야기를 해 주시겠어요?"
그러면 필히 이런 답을 주로 합니다.
"학교에서 담임선생님의 전화가 자주 옵니다. 수업시간에도 집중을 못하고 교실을 돌아다니기도 하고, 규칙을 지키는 것을 불편해 한다고 합니다. 친구들과의 갈등을 자주 일으키고 양보를 할 줄 모른다고 합니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어떠신가요?
"아이가 좀 과격하긴 하지만 좀 봐줄 수 있는 문제 아닌가요? 유치원 때까지는 별 문제 없었어요."
스스로 좋은 엄마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이런 딜레마에 빠진 질문을 받으면 과연 부모교육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해 필자 자신에게 다시 질문을 해봅니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것은 첫 번째의 단계일 뿐입니다. 이야기를 들어준다고 하는 것은 우리말에 중의법이 적용됩니다. 첫 번째, 무슨 말을 하는 지 알아준다는 의미입니다. 두 번째는 아이가 말하는 것은 무엇이든 화내지 않고 다 해결해준다는 의미입니다. 한국말의 잘 들어준다는 의미가 이렇게 크게 오해될 수 있는 말이라는 것을 교육을 하면서 절실하게 느낍니다. 주로 부모님들은 두 번째의 의미로 받아들이고 아이가 원하는 것을 전부 다 들어준다고 했습니다. 화도 내지 않고 말이지요.
부모교육에서 아이의 말을 잘 들어준다는 것은 무엇이든 다 해결해준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아이가 무엇을 말하는 지 잘 알아듣는다는 말입니다. 경청이라는 말이 우리 사회를 지배해하고 있지만 잘 들어준다는 의미가 오용되어서는 안 됩니다. 특히 자녀교육에서는요.
아이들에게는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의 한계를 분명히 해줘야 한다. ⓒ베이비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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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기 때부터 부모가 화를 한 번도 내지 않고 아이가 요구하는 것을 다 들어주게 되면 아이는 다른 아이들, 사람들이 있는 공동체의 삶에 적응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사람들은 해야 될 일이 있고,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일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모든 것이 허용되었던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은 자신의 이야기들을 잘 들어주지 않거나 하고 싶은 데로 하지 못하면 화를 내거나 약간의 폭력성향도 드러냅니다. 그래서 아이들과 같이 지내거나, 수업이라고 하는 규칙적인 시간을 지키거나 선생님의 지시에 잘 따를 수가 없게 됩니다.
이렇게 갈등이 일어나고 그 아이는 집에 와서 엄마한테 자신이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오히려 원망을 목소리로 일러줍니다. 하지만 그 아이 주변에 있는 아이들은 더 힘들어하고 그 뒤에 있는 부모들의 원성이 자자할 수밖에 없지요.
아이들에게는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의 한계를 분명히 해줘야 합니다. 잘 듣는 다는 것은 아이가 무엇을 말하는 지를 잘 파악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아이가 요구를 하더라도 해서는 안 되는 일에 대해서는 단호해야 합니다. 단호하다는 것은 화를 내라는 소리가 아닙니다. 안 되는 것은 명확하게 이야기를 하라는 것입니다.
규칙을 지켜야 하고,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들을 수 있어야 하며 자기 것도 지키지만 때로는 양보를 할 수 있는 용기와 결단을 내릴 수 있는 아이가 되도록 부모는 훈육을 해야 합니다. 이런 때는 길게 설명을 해서는 안 됩니다. 아주 어린 아이들은 부모의 설명을 알아들을 수 없습니다. 안 되는 것은 단호하게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짧게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설명은 아이들을 알아들을 수 있을 때 길게 설명을 하는 것이 아니라, 책을 통해서 혹은 비유를 통해서 그리고 꼭 지켜야 하는 원칙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 나가야합니다.
아이의 말을 다 수용해주는 무작정 친절하기만 했던 부모들에게서 아이들은 자기의 감정과 행동을 통제하는 법을 배우지 못합니다. 자신을 통제하는 아이로 키워가야 합니다. 그래서 잘 듣는다는 의미를 잘 알고 아이들과 대화를 해 나가야 합니다.
정말로 잘 들을 수 있는 부모가 되면 아이들도 잘 들을 수 있는 아이들이 됩니다. 그것이 자기통제의 시작이고 세상과 교류하는 시작이 됩니다.
*칼럼니스트 장성애는 경주의 아담한 한옥에 연구소를 마련해 교육에 몸담고 있는 현장 전문가이다. 전국적으로 부모교육과 교사연수 등 수많은 교육 현장에서 물음과 이야기의 전도사를 자청한다. 저서로는 「영재들의 비밀습관 하브루타」, 「질문과 이야기가 있는 행복한 교실」, 「엄마 질문공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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