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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달 착륙 50년…UAE·룩셈부르크가 우주 가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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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혁신으로 비용 크게 줄어

작은 나라들도 탐사 생태계 구축

UAE는 내년 1월 화성에 탐사선

“국내 우주산업에도 도약 기회”

중앙일보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18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코리아스페이스포럼 2019’ 행사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유 장관은 ’우주 개발의 패러다임이 저비용·단기·혁신성에 방점을 찍은 새로운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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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룩셈부르크는 작은 나라이지만 그 어떤 나라보다도 우주에서 차지하는 공간이 크다고 생각한다. 19세기 말까지만 하더라도 가진 게 아무것도 없는 가난한 나라였지만, 철강·금융산업으로 부유한 나라가 됐고, 이제는 우주에서 미래산업의 원동력을 찾아 나가고자 한다.”(에티엔 슈나이더 룩셈부르크 부총리 겸 경제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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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사르 알 하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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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국내 최초의 우주 관련 국제행사인 ‘코리아스페이스포럼 2019’가 열렸다. 20일까지 3일 동안 열리는 이 행사의 첫날인 18일,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우주청의 나사르 알 하마디 국제협력담당관의 발표를 시작으로 슈나이더 룩셈부르크 부총리, 요나단 와인트라웁 이스라엘 스페이스IL 공동창업자가 차례로 나와 행사의 문을 열었다. 이날 행사는 인류 달 착륙 50주년을 기념하고 국내외 우주개발 정책과 산업을 조망하기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최로 마련됐다. 포럼 마지막 날인 20일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유인 달탐사선 아폴로 11호가 인류 최초로 달 착륙에 성공한 날이다.

미국과 중국·러시아·인도 등 우주 강국들이 앞다퉈 달을 넘어 화성 탐사까지 뛰어들고 있는 시점에서, 이들 소국(小國)이 우주로 가는 이유가 뭘까. 50년 전 미국의 아폴로 프로젝트에는 현재 가치로 1500억 달러(약 160조원)에 달할 정도의 천문학적 비용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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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나단 와인트라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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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발표에 나선 연사들은 ‘뉴 스페이스(New Space)’시대의 획기적 변화를 얘기했다. 막대한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대국들이 탐험에 나선 시대의 우주가 ‘올드 스페이스(Old Space)’라면, 이제는 기술혁신을 통해 작은 나라는 물론 민간기업들도 직접 우주 탐험에 나설 수 있는 새로운 우주시대가 열렸다는 말이다.

인구 60만 명에 제주도의 1.4배 면적의 국토를 보유한 룩셈부르크가 대표적이다. 룩셈부르크는 2016년 지구에서 수천만㎞ 떨어진 우주 소행성에서 희귀자원을 캐도록 정부 차원에서 지원할 계획을 유럽 최초로 밝혔다. 18일 코리아스페이스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한 슈나이더 부총리는 우주국 설립과 우주자원 탐사 계획을 주도한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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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티엔 슈나이더.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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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나이더 부총리는 “룩셈부르크가 정부가 우주광물 탐사에 나서겠다는 것이 아니라, 국내 및 해외 민간 기업이 우주자원 탐사에 나설 수 있도록 법적, 제도적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라며 “우주광물 탐사에 대한 법적 기반과 투자펀드 등 플랫폼을 만들어 놓으니 세계 민간기업들이 룩셈부르크로 몰려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이런 기반을 통해 룩셈부르크가 유럽연합의 우주산업을 이끄는 대표적 생태계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룩셈부르크가 우주산업을 미래산업으로 내다보고 투자한 것은 1980년대부터다. 당시 TV 인공위성 산업을 시작했고 그 결과 SES라는 글로벌 우주기업이 탄생하는 성과를 냈다. 현재 룩셈부르크 국내총생산(GDP)의 2%는 우주산업에서 나온다.

인구 1000만 명이 채 못 되는 UAE는 지난해 한국 위성제작 중소기업 쎄트렉아이의 기술지원을 받아 인공위성을 처음 제작한 나라지만 최근 우주탐사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2014년 우주청이 설립됐고, 오는 9월 UAE 최초로 두 사람의 우주비행사가 국제우주정거장으로 올라간다. 내년 1월에는 화성 무인 탐사선도 발사한다.

알 하마디 국제협력담당관은 “탐사선 계획과 별개로 두바이에 2021년까지 화성 환경을 모사한 ‘마스 사이언스 시티’(Mars Science City)를 설립한다”며 “여기서 얻은 결과를 기반으로 언젠가 화성에 실제 도시를 건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UAE는 우주산업 육성을 통해 석유자원 고갈 시대의 미래를 대비하겠다는 비전을 가지고 있다.

지난 4월 민간 최초로 달 착륙을 시도한 이스라엘 스페이스IL의 요나단 와인트라우브 공동창업자도 연사로 나섰다. 그는 “수년전 나를 포함한 3명의 엔지니어가 바에 앉아 달에 우주선을 보내겠다는 꿈을 나눴다”며 “비록 착륙에 성공하진 못했지만, 달까지 우주선을 보내는 불가능할 것 같은 꿈을 실현했다”며“우리도 1억 달러라는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했지만 우주탐사 비용은 앞으로도 계속 급격히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주광혁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미래융합연구부장은 “룩셈부르크와 아랍에미리트연합의 경우 다소 비현실적일 정도로 원대한 비전을 세운 뒤 하나하나 실천해나가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지금보다 더 도전적인 비전과 지속적인 정책 실현으로 우주경쟁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안형준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부연구위원은 “최근 전 세계에 불고 있는 뉴 스페이스 열풍은 기술 혁신과 융합·글로벌 마켓·중소벤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등의 키워드로 요약된다”며 “좁은 국내시장과 하드웨어 중심의 우주개발이 한계로 지적되어 온 국내 우주산업에도 도약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코리아스페이스포럼 첫날인 18일 오후에는 쎄트렉아이 박성동 의장 등 국내 우주 관련 기업들이 나와 한국 민간 우주산업의 기회와 가능성 등에 대해 발표했다.

최준호 기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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