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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기고] 로마제국의 흥망에서 배우는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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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말이 있다. 이 말 속에 담긴 의미를 꼭 집어 본다면 이탈리아반도 작은 나라 로마가 지중해의 패권국가로 찬란한 문화를 꽃피운 것은 어느 날 갑자기 이룩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여기에는 지배계층인 귀족의 솔선수범하는 자기희생과 시민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다는 것을 암시해 주고 있다.

당시 로마 귀족들은 법을 지키는 데 앞장을 섰다. 로마 공화정의 최고지도자 중 한 사람인 집정관 브루투스는 자신의 두 아들을 로마의 정신과 규율을 어지럽히는 왕정복고 음모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처형했다. 이것은 반역을 일삼는 사람은 누구든지 예외 없이 처벌하는 로마 시민정신의 모범적인 사례라 할 것이다.

세계일보

이준희 전 국방대 교수


전쟁에서 승리한 장군이 전리품을 챙기는 것은 당연시됐으나 로마의 장군들은 달랐다. 해적 토벌로 명성이 높은 폼페이우스 장군과 갈리아를 정복한 시저도 전쟁 후 전리품을 국고에 반납했고 자신은 갖지 않았다. 그 이유는 이들은 ‘로마가 바로 나다’라는 생각으로 국가를 먼저 챙겼기 때문이다. 전쟁에서 빼앗은 엄청난 양의 금은보화를 로마의 재정으로 충당해 공공사업을 일으키고 유피테르 스타토르 같은 신전을 건축했다.

또한 로마는 수많은 전쟁을 겪는 과정에서 국가재정이 고갈돼 군 장병에게 봉급을 주지 못하게 되자 지배계층은 자신의 재산을 국고에 바쳤고, 이를 지켜본 평민도 재산을 국가에 헌납했다. 그리고 로마의 어머니들은 전쟁에 나가 전사한 아들을 ‘로마를 위해 충성의 의무를 다한 장한 아들’로 자랑스러워했다.

그러나 세계를 지배했던 로마제국의 지배계층은 ‘지중해 제패’라는 큰 뜻이 달성되자 자만과 방심을 넘어서 사치와 탐욕으로 빠져들었다. 귀족들은 사치품과 호화로운 대저택을 짓는 데 열중했고, 그들의 밤은 연회로 흥청거렸다. 결국 로마는 패망의 길로 접어들게 됐다.

이와 같은 로마제국의 흥망사례를 통해 우리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6·25전쟁이 끝난 직후 당시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은 67달러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못사는 나라였다. 하지만 우리 국민은 ‘하면 된다’는 정신으로 똘똘 뭉쳐 노력함으로써 불과 60여년이 지난 지금 대한민국은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이러한 높은 국가위상 뒤에는 굳건한 안보태세가 뒷받침돼 있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다양한 안보위협을 우리의 자주국방 노력과 튼튼한 한·미동맹, 우리 장병들의 철통 방어로 가능했다. 하지만 최근 북한 목선 사건과 해군 2함대 허위자수 사건이 발생해 군 기강해이 논란이 붉어지며 국민들은 적지 않게 우려감을 표명하고 있다.

국가안보에 있어서는 설마하는 자만과 방심은 금물이다. 그 자만과 방심으로 인해 경계에 허점이 발생하면 우리가 지금 누리는 번영과 행복을 한순간에 허공으로 날려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부모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식에게 사랑의 매를 대듯이, 때로는 따가운 국민들의 관심과 애정의 목소리를 군은 달갑게 받아들여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이준희 전 국방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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