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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엔터·IT·바이오기업까지…너도나도 드라마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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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OCN에서 8월 방영 예정인 `타인은 지옥이다`는 동명 웹툰이 원작으로 네이버웹툰 자회사 스튜디오N에서 제작했다. [사진 제공 = 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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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기획사를 비롯해 영화사, 정보기술(IT) 회사, 바이오기업까지 드라마 제작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넷플릭스, 아마존프라임, 훌루 등 해외 OTT(유료 동영상 서비스)와 푹·티빙·옥수수 같은 국내 플랫폼이 콘텐츠 확보에 박차를 가하며 드라마 시장이 크게 확대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음달 말 OCN에서 방영될 예정인 '타인은 지옥이다'는 네이버 인기 웹툰이 원작이다. 고시원에서 생활하는 남자가 옆방 거주인들과의 관계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며 내면이 망가지는 과정을 스릴 넘치게 그렸다. 완결화까지 누적 조회 수는 8억회. 드라마로 리메이크된 후 시청률 8.7%를 기록하며 주목받았던 웹툰 '김비서가 왜 그럴까'의 누적 조회 수가 2억회였음을 고려할 때 그야말로 압도적인 선호도를 자랑한다.

제작은 네이버웹툰의 드라마·영화·애니메이션 자회사 스튜디오N이 맡았다. 지난해 8월 설립된 이 회사는 제작을 확정 지은 드라마만 10편에 달한다. 스튜디오N 관계자는 "네이버웹툰에서 이미 검증된 인기 웹툰을 적극 활용할 수 있다"며 "스튜디오 차원의 자체 제작 드라마도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내 IT 산업에서 네이버와 양대 산맥을 형성하는 카카오도 드라마 제작에 본격 착수한다. 카카오페이지 사내독립기업(CIC)인 다음웹툰의 만화를 카카오M의 자회사 메가몬스터에서 드라마로 만드는 것이다. 두 기업의 협업으로 탄생한 드라마는 내년부터 3년간 KBS에서 한 편씩 방영될 예정이다. 레진엔터테인먼트는 지난 4월 레진스튜디오를 인수했으며, 엄지원 주연의 '방법'을 제작하고 있다.

세 회사의 드라마 시장 진입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드라마는 회당 제작비가 5억~20억원가량 들어가는 이유로 리스크 최소화 방안 모색이 무엇보다도 중요한데, 원작 웹툰을 가지고 있는 기업은 유리하기 때문이다. 기존에 '김비서가 왜 그럴까' '미생'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 등 웹툰 원작 드라마가 시청자 호응을 얻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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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지·이승기가 출연하는 드라마 `배가본드`는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가 제작했다. [사진 제공 =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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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G엔터테인먼트 자회사 YG스튜디오플렉스는 웹툰 '닥터 브레인'을 드라마로 제작한다. 다음웹툰 동명 인기 작품이 원작인 이 드라마는 연출을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밀정'의 김지운 감독이 담당한다. JYP엔터 자회사인 JYP픽쳐스는 윤계상·하지원이 주연한 '초콜릿'의 하반기 방영을 앞두고 있다.

영화사가 드라마 제작에 도전하는 경우도 크게 늘고 있다. 뉴(NEW)의 자회사 스튜디오앤뉴는 이미 베테랑 드라마 제작사 대우를 받는다. 송혜교·송중기 주연 '태양의 후예'와 영화 리메이크작인 '뷰티 인사이드'로 대박을 터뜨린 데 이어 '보좌관'으로 인기 몰이를 하고 있다. 쇼박스는 다음웹툰 인기 작품 '이태원 클라쓰'와 '대새녀의 메이크업 이야기'를 원작으로 삼아 드라마를 준비하고 있다. 롯데쇼핑 시네마사업본부에서 출발한 롯데컬처웍스도 드라마 제작에 출사표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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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기업 셀트리온홀딩스의 자회사인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는 수지·이승기가 출연하는 드라마 '배가본드'를 제작해 9월부터 SBS에서 공개한다. 이 드라마는 넷플릭스에도 동시 공급된다. 이 회사는 '배가본드'와 '나의 나라'에 도합 450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업종을 불문한 기업들이 눈독을 들일 정도로 드라마 시장은 급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스타티스티카에 따르면 2017년 268억달러(약 31조원)였던 세계 VOD(주문형 비디오) 시장은 2023년 그보다 40% 성장한 373억달러(43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는 넷플릭스에 이어 아마존, 애플이 OTT 경쟁에 뛰어드는 상황과 직접적 관련이 있다.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콘텐츠의 양과 질이 경쟁력인 이 시장에서 각 OTT 서비스는 시리즈물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OTT 시장 절대 강자인 넷플릭스가 '콘텐츠 절벽'을 맞닥뜨리며 한국 기업에 더 큰 기회가 열리는 모양새다. 워너미디어가 올가을 'HBO 맥스'라는 자체 스트리밍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워너가 지식재산권(IP)을 지닌 '프렌즈'는 더 이상 넷플릭스에서 볼 수 없게 됐다. '프렌즈'는 넷플릭스에서 지난해 시청 시간 2위를 차지한 드라마다. 이 밖에도 NBC유니버설, 디즈니 등이 잇따라 자체 OTT 서비스를 발표하면서 '더 오피스' '마블 시리즈' 등 해당 기업들이 IP를 보유한 핵심 콘텐츠들이 넷플릭스에서 빠질 전망이다. 플랫폼 시장이 더욱 커지고 글로벌 핵심 콘텐츠가 넷플릭스에서 빠지면 그만큼 새로운 콘텐츠에 대한 수요도 늘어 국내 콘텐츠 업체들의 시장 진입 기회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투자 규모가 중요한 게 아니라 영상 플랫폼 시대 시청자들이 원하는 드라마를 제작하는 게 필수"라며 "웹툰을 바탕으로 드라마 제작에 나선 회사들도 웹툰과 다른 드라마 문법과 연출에 세심한 연구와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고 드라마 제작에 발 들이는 기업들에 조언했다.

[박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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