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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기자24시] 日위기때 도움의 손길 내민 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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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한국은 가장 먼저 긴급구조대를 파견하고, 많은 구호물자를 보내줬다. 마치 가족이나 친구가 피해를 당한 것처럼 한국민들은 힘찬 격려를 해줬다."

2011년 4월. 당시 간 나오토 일본 총리는 국내 언론에 특별기고문을 보내 한국민에 대한 애틋한 감사의 뜻을 전했다.

당시 초유의 동일본 대지진 참사로 일본 국민 생명과 안전에 심대한 위기가 발생했을 때 한국 정부와 기업, 국민은 일본의 그 어떤 우방국보다 선제적으로 지원의 손길을 건넸다. 대표적으로 일본 정부는 참사 당시 원자력발전용 붕산이 부족해지자 한국에 52t의 붕산 지원을 호소했다.

붕산은 핵분열을 멈추게 하는 원료로 사고 지역에 자체 붕산 물량이 집중 투입되면서, 다른 지역 원전에 필요한 붕산이 부족해진 것이다. 일본의 SOS에 정부는 전남 영광과 경북 울진 원전에서 붕산을 긴급 수거해 조달했다.

한국가스공사도 액화천연가스(LNG) 지원 요청을 받고 일본 전역의 가스화력발전소를 두 달 동안 돌릴 수 있는 LNG 분량을 공수했다.

SK에너지, GS칼텍스와 같은 한국의 대표 에너지 기업들도 힘을 보탰다. 휘발유, 경유, 항공유 등 유류 부족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참사 한 달 동안 유류 수십만 배럴을 제공했다.

모두 일본 정부의 지원 요청을 접수한 뒤 정부와 개별 기업이 지체 없이 행동에 옮긴 결과다. 물품 지원과 별개로 삼성, LG 등 한국 대표 기업과 국민이 보낸 성금만 해도 1000억원 이상으로 해외 재난국을 상대로 역대 최대 기록을 남겼다. 아베 신조 정부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한일 관계는 양국 기업과 국민 간 배려와 공존의 단단한 뿌리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8년 전 일본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최인접국이 보여준 담대한 정신에 비춰봐도 아베 정부의 최근 경제 보복 조치는 졸수(拙手)다. 덧붙여 분명한 사실은 향후 일본에 유사 재난이 발생하면 한국 기업과 국민은 가장 먼저 지원에 나설 것이라는 점이다.

"'어려울 때 친구가 진정한 친구'라는 말을 통감한다." 8년 전 간 나오토 총리의 특별기고문을 아베 총리가 엄중한 마음으로 읽어보기를 바란다.

[산업부 = 이재철 기자 humming@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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