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8 (일)

"애인 뭐하냐" 질문도 괴롭힘?… 실제 사례로 구성한 직장 내 괴롭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부하 직원에게 반복적으로 술 한잔 하자고 요구하는 상사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그럼 최근 연애를 시작한 직장 후배에게 "애인 생겼냐"고 묻는 선배는 어떻게 될까. 정답은 단순 질문에 해당돼 괴롭힘으로 보지 않는다.

고용노동부는 17일 이런 내용을 담은 ‘직장 내 괴롭힘’ 판단 기준과 예시 등을 발표했다.

조선일보

조선 DB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일명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으로 불리는 근로기준법 신설조항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은 직장에서 지위나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말한다.

직장 내 괴롭힘의 가장 큰 쟁점은 "어느 정도 수위의 행동이 괴롭힘에 해당하느냐" 하는 것이다. ‘괴롭힘’의 개념이 모호하고, 구체적 물증이 없다면 입증하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엿장수 마음대로’라는 우려도 나온다.

고용부가 내놓은 괴롭힘의 사례를 문답 형식으로 정리하면 이렇다.

―은행 지점장 A씨는 실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다른 지점장처럼은 직원들에게 성과를 매일 보고 받았다.
"업무에 성과를 내거나 효율을 높이기 위한 독려 또는 질책은 원칙적으로 괴롭힘에 해당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 질책에 인격을 모독 당했다고 생각될 정도로 과하거나, 업무상 정당한 근거나 이유가 없다면, 또 지속적으로 반복돼 정신적인 고통을 줬다면 괴롭힘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B씨는 최근 연인이 생긴 후배 여직원에게 "애인은 어떤 일을 하느냐"고 물었다.
"사생활에 대한 질문은 업무와는 관련이 없기 때문에 원칙적으로는 괴롭힘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회사 생활 중 일반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이거나 비슷한 처지의 입장에서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라면 괴롭힘에 해당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한 회사 임원 C씨는 부하 직원에게 "다른 사람에게 비밀로 하고 영어를 가르쳐 달라"고 했다. 그리고 실제 업무 시간 중에 회의실에서 몰래 영어를 배웠다. 이 때문에 이 직원은 남들보다 1시간 먼저 출근해야 했다.
"업무와 관련이 없는 사적인 지시는 무조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 C씨처럼 괴롭힘이 적발돼도 개정된 법에는 가해자를 직접 처벌하는 조항은 없다. 다만, 회사는 괴롭힘 신고를 접수하거나 괴롭힘을 인지했을 때 지체 없이 사실 확인 조사에 들어가야 한다. 괴롭힘이 사실이라면 회사는 피해자가 요청하는 근무지 변경, 유급휴가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무역회사 팀장 D씨는 중요한 거래처와의 계약을 앞두고 담당자가 휴가중이자, 팀내 보조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에게 대신 서류 준비 등의 일을 시켰다. 이 직원은 남의 일로 정시 퇴근도 못해 기분이 상했다.
"업무상 필요하거나 기존 업무와 연관이 있는 일이라면 괴롭힘으로 볼 수 없다. D씨는 이 직원을 괴롭힐 의도가 없었는데다 중요한 계약 체결을 위해 업무를 지시한 것이어서 괴롭힘에 해당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서울의 유명 사립대를 나온 E씨는 회사 내 대학 동문들과 어울리며 지방대학 출신의 회사 동료를 의도적으로 따돌렸다.
"E씨의 경우 여러 명이 한 명의 동료를 따돌린 것이어서 관계의 우위를 이용해 괴롭힌 것으로 판단될 수 있다. 여기서 관계라는 것은 출신대학, 나이, 성별, 인종 등이 포함된다. 보통 상·하급자 사이에선 지위의 우위를 이용했느냐 여부를 따지지만, 같은 급의 동료 사이는 이같은 관계의 우위 여부를 살펴보게 된다."

―F 과장은 부하 직원이 같은 고등학교를 나온 동창인 것을 동창회에 나갔다가 우연히 알게 됐다. 이들은 동창회에서 학창시절 일로 말다툼을 벌이다가 결국 주먹다짐까지 했다.
"사적인 자리에서 발생한 갈등이라도 직급의 우위를 이용하고, 업무와 관련이 있다면 직장 내 괴롭힘이 될 수 있다. 그러나 F 과장의 경우 동창인 부하직원과 다툰 이유가 과거 개인적인 일로 인한 것이기 때문에 직장 내 괴롭힘에는 해당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H씨는 최근 같은 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하청업체 근로자와 다퉜다. 하청업체 근로자는 H씨가 원청업체 지위를 이용해 괴롭혔다고 주장한다.
"같은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더라도 H씨와 이 근로자는 원칙적으로 소속이 다른 회사 직원이기 때문에 직장 내 괴롭힘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고용부는 H씨가 속한 회사의 사업장 내에서 이런 원·하청간 갈등이 생기지 않도록 회사 규칙을 바꾸는 것을 권고할 수 있다."

※고용부 발표 「직장 내 괴롭힘」 제도 관련 주요 질의 응답

[박진우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