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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잊을만하면 폐업하는 그 룸살롱…장사 안되나 했더니 '탈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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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국세청은 유흥업소 실제 소유자가 비밀사무실에 보관 중인 이중장부를 압수했다. [국세청]


여성 접객원만 수백명에 달하는 호화 룸살롱 실소유주 A씨. 그는 같은 장소에서 영업하면서도 걸핏하면 개업과 폐업을 반복했다. 룸살롱을 개업할 때마다 친인척 명의를 빌려 마치 룸살롱 소유주가 달라진 것처럼 위장했다. 여러 사람 명의로 나눠 수입 금액을 줄이면, 적용 세율도 낮아지기 때문이다. A씨는 손님에게 팔 술을 사들일 때 세금계산서 등 증빙서류를 남겨두지도 않았다. 술을 팔아 얼마나 벌었는지를 감춰야 세금을 덜 낼 수 있어서다. 국세청은 A씨가 비밀사무실에 보관한 실제 회계장부를 찾아내 소득세 400여억원을 추징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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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접객원 수백명을 고용한 룸사롱 실 소유주는 개업과 폐업을 반복하며 현금수입 누락하는 등 탈세를 하다 국세청에 적발됐다. [국세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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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민생침해 탈세 혐의자 163명 세무조사

국세청은 서민 생활에 피해를 주는 민생침해 탈세 혐의자 163명에 대한 전국 동시 세무조사에 착수한다고 17일 밝혔다. 민생침해 탈세자는 유흥업소와 불법 대부업체, 예식장과 장례·상조업체, 고액학원 등 서민을 상대로 영업해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도 조세를 회피하는 범죄자를 말한다. 국세청이 지난 3월 납세자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89%가 민생침해 분야의 세무조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응답했다. 이들에 대한 납세자 불만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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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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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자영업·중소법인 형태로 영업하는 민생침해 탈세자들의 탈세 수법도 교묘해지고 있다. 과거에는 단순히 신용카드를 받지 않고 현금으로 상품·서비스를 판매한 뒤 매출액을 숨기는 방식을 썼다. 하지만, 최근에는 종업원 명의를 빌려 법인 지분을 쪼개는 형태도 등장했다. 가령 매년 5억원의 매출액을 올리는 유흥업소의 지분을 5명의 명의로 쪼개게 되면 지분 소유자 한 명당 1억원의 매출액을 올린 것으로 파악된다. 소득세는 수입이 많을수록 높은 세율이 적용되는데, 매출액을 쪼개 낮은 세율을 적용받게 한 것이다.

또 국세청 제출용 허위 회계장부와 실제 회계장부를 만든 뒤 실제 장부를 비밀 장소에 숨기는가 하면, 클라우드(가상 저장공간) 등 정보기술(IT)을 이용해 이중장부를 숨긴 대부업체도 있었다. 지주회사 형태의 별도 관리회사를 만들어 주류 판매회사와 다수 유흥업소를 운영하면서 내부 거래로 수입금액을 조작하는 수법도 있었다. 실제로는 1000만원어치 술을 팔았지만, 내부거래를 통해 500만원어치만 판 것으로 거짓 기재해 수입 금액을 거짓으로 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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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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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지사장 두는 업체는 조사 시작부터 압수·수색

재산이 없는 사람의 명의를 빌려 일명 '바지사장'을 내세운 업체의 경우 바지사장들이 직접 제보하지 않으면 실소유주를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국세청은 명의 위장 혐의자에 대해서는 검찰과 협력해 조사 시작부터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정밀 조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국세청은 지난 2년간 민생침해 탈세자 총 390명을 조사해 5181억원 규모의 세금을 추징했다. 최근 5년 동안 조사 건수는 줄고 있지만, 추징세액은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국세청은 현장 정보수집과 탈세 제보, 금융정보분석원(FIU)의 금융거래 정보 등을 분석해 조세포탈 혐의자를 추적할 방침이다.

이준오 국세청 조사국장은 "명의 위장 탈세 행위는 실소유주를 끝까지 추적해 불법적으로 조성된 수익을 환수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종=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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