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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단독]자산운용사 부사장, 직원에 “XX” 폭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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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가해자 두둔 ‘경징계’

국내 한 금융그룹의 자산운용사 고위임원이 사내행사 참석과 관련해 부하 직원에게 폭언을 해 징계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사측이 조사 과정에서 부적절한 질문을 하고 피해자 보호조치도 미흡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16일 경향신문 취재결과 대형 자산운용사 부사장 ㄱ씨는 지난달 1일 열린 그룹행사에서 부하 직원인 펀드매니저 ㄴ씨에게 폭언을 했다. ㄱ씨는 다른 직원들이 있는 자리에서 욕설을 하며 “안 온다고 했는데 왜 왔냐”고 했고, ㄴ씨는 “그런말 한 적 없다. 오해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ㄱ씨는 “XX 너 그렇게 살 거냐” “XX 네 부모가 못 가르친 걸 왜 회사가 가르쳐야 하냐”고 했다. ㄴ씨를 위로하거나 상황을 수습하려던 직원들에게도 욕설하며 질책했다.

회사가 이후 이 상황을 조사했지만 부적절한 질문을 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ㄴ씨가 “ㄱ씨의 공개사과를 원한다”고 하자 회사 고위관계자가 “임원에게 죽으라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고 한다. ㄴ씨는 “ㄱ씨 입장에서 조사하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회사는 비위사실을 인정해 ㄱ씨에게 ‘견책’ 징계를 내렸다. 가장 낮은 수준의 ‘주의’보다 한 단계 높다. 이러한 징계사실은 ㄴ씨에게 통보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권호현 변호사는 “피해자에게 불안감을 느끼게 할 수 있다”며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회사 관계자는 “내부 규정상 징계사실 통보 의무는 없다”며 “다만 징계내용의 사내 게시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ㄴ씨는 사실과 다른 내용이 소문으로 돌아 2차 피해를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사측은 경향신문이 취재에 들어가자 이날 ㄴ씨에게 징계사실을 알렸다.

회사는 징계 이후 ㄱ씨의 업무공간을 ㄴ씨와 분리했다. ㄱ씨 사무실은 종전과 같은 층의 다른 공간으로 옮겨졌는데, 피해자는 여전히 ㄱ씨와 마주칠 수 있다며 불안감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직장갑질 119의 최혜인 노무사는 “가해자 분리가 형식적으로 이뤄진 것 같다”고 했다. 사측은 “신속한 분리에 초점을 뒀다”고 했다. 이날부터 시행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피해자 의사에 반하는 보호조치를 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한다.

ㄱ씨는 징계 직후 해당 부서원들에게 e메일로 “잘못은 모두 제게 있다”며 “자리가 마련되는 대로 공개적으로 정식 사과하겠다”고 밝혔다. ㄴ씨 측은 이후 한달 가까이 공개사과 등의 합당한 조치가 없었다며 ㄱ씨를 모욕 혐의로 고소해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이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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