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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조동호의 내 인생의 책]③데미안 - 헤르만 헤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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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에서 원하는 대로 살기

경향신문

누구나 청춘의 어느 무렵에 <데미안>을 읽었을 것이다. 나는 고1 때였다. 그 시절 한 친구가 잘난 척하며 물었다. “너, 아프락사스라고 모르지?” 사실, 몰랐다. 몰랐던 것이 창피했다. 명색이 문예반인데.

<데미안>을 읽었다. <데미안>에서 가장 잘 알려진 그 문구를 만났다. “새는 투쟁하여 알에서 나온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아프락사스다.”

뭔지 멋있었다. 하지만, 이해가 되진 않았다. 성숙하기 위한 아픔을 말하는 것 같기도 했고 인생의 필연적 순회를 의미하는 것 같기도 했다. 몇 번인가 더 읽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 한순간, <데미안>의 첫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그저 내 안에서 저절로 우러나오는 대로 살아가고자 했을 뿐이다. 그런데 그것이 왜 그토록 어려웠을까.” 오히려 이젠 그 문장에 꽂혔다. 문장 자체는 쉽고 평범하면서도 자극적이었다. 사춘기의 치기가 발동했다. 그래? 그게 그렇게 어렵다고? 남의 말대로 사는 것이 어렵겠지, 설마 내 뜻대로 사는 게 그리 어려울까.

그래서 내 안에서 원하는 대로 살기가 인생의 좌우명이 되었다. 그러나 역시 그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어려워도 너무나 어려운 일이었다. 헤르만 헤세가 과장한 것이 아니었다. 원하는 대로 살지만, 그것이 법 위반이어선 안되고, 상식에 맞아야 한다. 존중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하고픈 대로 하지만, 바보 취급 받는다든가 무시당할 뿐이라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돌이켜보면, 그렇게 살아왔는지 자신 없다. 그러나 나름 그렇게 살고자 부단히 노력은 했다. 그 친구의 질문은 우연이었겠지만, 내겐 운명이었다. 내 평생의 좌우명이 그 책 안에 있었으므로.

조동호 |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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