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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북, 협상 중 ‘핵동결 요구’ 미국에 “군사훈련 중단” 맞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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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외무성, ‘한·미 연합훈련’ 첫 미국 겨냥해 비난

첫 체제안전 보장 안건 올린 실무접촉 위한 사전 논의 난항

폼페이오 “북, 새 아이디어 제시를…양국 다 창의적이어야”

내달 방콕 ARF 전 실무접촉 못하면 리용호 만나 이견 조율

8월로 예정된 한·미의 ‘19-2 동맹’ 연합위기관리연습(CPX)이 북·미 실무협상 재개의 변수로 떠올랐다. 북한 외무성이 16일 대변인 담화, 기자 문답을 통해 훈련 중단을 요구하며 “그것이 현실화된다면 조미(북·미) 실무협상에 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고 밝히면서다. 훈련 중단을 협상 재개를 위한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음을 드러낸 것이다.

‘19-2 동맹’ 한·미 연합훈련은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준비 일환으로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을 대체해 올해 처음 실시되는 훈련이다. 북한은 그동안 이 훈련에 대한 비판을 지속적으로 내놓았기 때문에 실무협상 재개와 맞물릴 가능성이 제기돼왔다. 미국이 북한과의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모든 핵 활동이 중단되어야 한다는 원칙하에 ‘핵동결’ 약속을 요구하고 있는 것에 대한 대응으로, 북한도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한·미 훈련이 중단되어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운 것으로 풀이된다.

외무성 대변인의 담화 등은 판문점 북·미 정상회동에서 합의한 북·미 실무협상을 개최하기 위한 논의가 난항을 겪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북·미는 그동안 물밑에서 협상 재개를 위한 사전접촉을 진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북·미 실무협상은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처음으로 재개되는 북·미 간 대화다. 이 때문에 양측이 하노이 때와 달리 어떤 새로운 요구를 들고 나올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미 대화에 정통한 소식통은 “이번 실무협상이 기대했던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끝나게 되면 사실상 대화가 이어지기 어렵기 때문에 북·미 모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실무협상에 앞서 상대의 요구조건을 파악하기 위한 예비 접촉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실무협상은 북·미가 처음으로 체제안전 보장에 대한 의제를 협상 테이블에 올리게 되는 것이어서 쉽지 않은 협의가 될 것으로 예상돼왔다. 외무성 대변인 담화는 북·미가 당초 목표했던 ‘지난달 30일 판문점 회동 이후 2∼3주 안에’ 협상이 열리기 어려워졌음을 보여준다. 양측 모두 시간이 더 필요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15일(현지시간) 방송 인터뷰에서 북한과 미국 모두 비핵화 협상에서 “좀 더 창의적일 수 있기를 바란다”고 한 것도 이 같은 기류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폼페이오 장관은 “나는 북한이 처음 없었던 아이디어들을 갖고 (협상)테이블로 오기를 희망한다”면서 “우리도 약간 더 창의적일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시선은 자연스럽게 다음달 초 방콕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으로 쏠리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과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이 회의에 참석할 예정인 데다 리 외무상이 북·미 비핵화 협상의 총괄 책임을 맡게 되면서 두 사람이 방콕에서 회동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만약 그때까지 북·미 실무협상이 열리지 못하면 폼페이오 장관과 리 외무상의 방콕 ARF 회동은 양측의 이견을 해소하기 위한 중요한 만남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 외교소식통은 “ARF까지 시간적 여유가 있기 때문에 양측이 군사훈련에 대한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한·미 훈련에 대해 유연한 태도를 보였기 때문에 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sim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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